[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②]에 이어) 재패니메이션은 어떻게 일본 영화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했을까.
일본 영화 산업 구조는 매우 특이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개 실사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중국, 대만, 홍콩의 영화 산업 구조와 달리 유독 일본 만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화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스오피스 상위권 역시 애니메이션 영화가 석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영화 산업 뿐만이 아니라 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의 길거리 어디에 가도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 결국 이러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은 영화에서도 이어졌다.
다수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일본 영화 산업을 이끌어가기 시작했고,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유아사 마사아키, 호소다 마모루 감독들과 같은 인물들이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중심인물들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미국, 유럽에 까지 큰 영향을 미쳤고, 일본은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본의 실사 영화들 같은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기타노 다케시, 소노 시온 등의 역량 있는 감독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즈 야스지로, 구로자와 아키라, 이마무라 쇼헤이 등의 명장들이 지배했던 과거 일본 영화 산업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과연 일본 영화 산업이 이러한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헤럴드POP은 최근 ‘펭귄 하이웨이’를 통해 재패니메이션의 새로운 미래로 등장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을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만나 이러한 경향과 그 경향의 이유가 된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식 만화의 역사부터 시작해 최근 세대들이 어떻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소비를 시작하게 됐는지, 일본 실사 영화들의 현재에 대해 바라봤다.
우선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일본 사람들은 이전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특히나 만화식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설명하며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천 년도 더 전에 일본에서는 조수희화라고 하는 동물을 만화로 해서 그린 그림들도 아주 많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특히나 조수희화의 경우, 구체적 묘사가 아닌 만화적 묘사가 표현된 가장 오래된 그림이기에 그 의미는 컸다. 그렇기에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조수희화를 예로 들며 “일본 사람들은 그림으로 여러가지를 표현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와 현대로 이어졌다. 에도시대와 같이 우키요에가 인기를 구가하던 시대도 있었듯이 일본인들은 그림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이에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일본인들은 그림에 본인의 마음을 담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특히나 매우 간략화된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에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또 그림 속에 감정을 담을 수 있고 감정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설명하기도. 그렇다면 현대의 재패니메이션이 이처럼 많은 것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어떠한 이유였을까.
이에 대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나의 세대 같은 경우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만화가 너무나 많이 퍼져있었고 자라나면서 주위의 만화를 보고 만화 속에서 배운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런 환경 속 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어떠한 하나의 그림 기호로서의 만화 캐릭터들을 만나고, 그 안에 있는 이야기에 굉장히 많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아무리 나와 상관이 없고 매우 깊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됐다고 생각을 한다”고 얘기했다. 만화적 감각이 오랜 시절을 거쳐 일본인 모두에게 체화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실사영화들은 달랐다. 최근 들어 일본의 실사 영화 산업은 일본 내부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감히 제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실사영화는 지금 그렇게 뛰어난 활황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일본의 실사영화는 진지해야 하는 씬에서 물론, 아주 훌륭하게 연출을 할 수는 있지만 뭔가 그 진지한 장면의 진실이라던지 진정한 감정이 전달된 만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사영화 속에서 어떠한 연기를 보면 매우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얘기하기도.
물론,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매우 훌륭한 실사영화도 있다”며 자신이 비판한 경향이 다수의 영화들에서 사용되다보니 결국 일본 실사 영화 산업이 예전만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거나 슬픈 것을 보여줄 때. 그 그려내는 방식이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게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의 감정이 더 잘 전달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앞서 비판한) 실사영화들은 인간의 감정을 조금만 비틀어서 표현해도 전달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진지한 장면을 개그로 바뀌어 버리는 패착을 놓는 것이다.”
이처럼 앞서 [팝인터뷰①]과 [팝인터뷰②]를 통해 ‘펭귄 하이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번 [팝인터뷰③]에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탄탄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과연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또 어떤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찾아올까. 그의 확고한 생각처럼 더 단단한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 탄생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지는 것이었다.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일단 진짜 준비된 작품은 없다. 지금 현재의 저는 '펭귄 하이웨이'를 끝내고 많이 지쳐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다른 분의 작품을 도와주거나 단편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한 시간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이런 것을 하고 싶구나’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펭귄 하이웨이'는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작품이었는데 다음 작품은 좀 더 신나고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 하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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