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출국' 포스터
영화 '출국' 포스터

[헤럴드POP=천윤혜기자]절절하면서도 애틋한 부성애가 눈시울을 붉힌다.

영화 '출국'은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 1986년 실존했던 납북 공작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냉전의 막바지에 접어든 1986년, 냉전의 상징일 수 있는 베를린에는 남한과 북한 사이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된다. 그리고 그 속에 희생된 한 아버지의 삶은 그야말로 절절하다. '출국'은 그 아버지 영민의 이야기를 앞세워 진한 부성애, 가족애를 표현해낸다.

'출국'은 남한 안기부와 북한 공작원, 더 나아가 미국 CIA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첩보물 형식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영민은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전도유망한 경제학자이기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 허약하고 평범한 아버지. 흔히 말하는 샌님 같은 존재다. 그런 평범한 아버지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화려함보다는 발버둥에 가깝다. 그렇기에 외적으로는 멋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버지의 진심은 제대로 와닿는다.

영화 '출국' 스틸
영화 '출국' 스틸

단연 영화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이범수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출국'은 오로지 이범수가 그린 영민의 감정선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절망과 가족을 되찾기 위한 의지는 절정에 다다를수록 한층 몰입감을 높인다.

이범수 외에도 박혁권, 박주미, 이종혁 등 베테랑 배우들은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박혁권과 이종혁의 이질감 없는 북한어 연기는 그 자체로 시선을 모으기 충분하다. 또한 연우진은 이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밀림 없이 소신 가득한 남한 안기부 역할을 소화해낸다. 거침 없는 액션은 덤에 가깝다.

'출국'은 제작 단계부터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노규엽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해당 논란과 같은 시점에서 '출국'을 바라볼 수 있지만 영화를 직접 보고 난 뒤에는 이런 논란은 의미없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출국'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대립되는 이념 속에서 희생당한 한 아버지의 아픔일 뿐.

영화 '출국' 스틸
영화 '출국' 스틸

폴란드 올로케로 촬영이 진행된 만큼 '출국'은 1980년대 독일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그러면서도 화면을 관통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출국'을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다만 이 감성은 부성애를 고리타분하고 억지로 감동을 요구하는 이야기로 보이게 할 여지를 만들어낸다. 또한 혼란의 시대에 영민의 이야기로만 진행되는 단순한 서사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노규엽 감독은 "이 영화에 참여한 수백명의 스태프분과 배우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지켜져야 하며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빨리 이 영화를 세상 밖으로 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영화가 세상으로 나왔으니 영화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의 바람대로 '출국'이 외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채 영화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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