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지금부터 우리가 시스템이야” 실제 외환 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출발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영화는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친 경제 재난 직전의 긴박했던 순간을 상상력을 더해 일주일에 담았다. 1997년 당시의 시대상과 정서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하며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뉴스와 신문의 영리한 활용은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1997년 IMF 시절을 대변하는, 경제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까지 1997년을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들을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차마 떠올리기 끔찍한 그때로 소환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하다 보니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쫄깃쫄깃한 쪼임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커다란 변곡점이 된 1997년의 모습을 통해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져 의미가 있다. 1997년을 살았던 세대에게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의 역사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며 묵직한 울림을 안겨다주는 것.

하지만 시대의 공기를 옮겨오다 보니 속 시원한 사이다는 전혀 없이 절망적인 상황만 반복돼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답답하다. 또 스토리가 정교하지 못한 데다, 인물들을 엮어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면들도 많아 지루하고 피로감이 쌓이기도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환상적이라 그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김혜수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따뜻한 카리스마를 발산, 다시 한 번 멋진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유아인은 위기를 통해 성공을 이뤘지만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복합적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

허준호의 오랜만에 선보이는 소시민적 캐릭터가 반갑다. 얼굴만으로도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조우진은 위기를 이용해 새로운 판을 짜려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가운데 우월감에 젖어있으되 자신만의 개성으로 입체적인 권력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프랑스 대배우 뱅상 카셀이 최초로 한국 영화에 등장,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을 위해 입국하는 ‘IMF 총재’ 캐릭터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지민 역시 후반부 카메오로 깜짝 출연, 1997년 이야기가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님을 암시하며 ‘국가부도의 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아프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시대를 통해 현재까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은 “급박했던 일주일, 어려운 시기를 산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잊혀져 가는 IMF 사태를 다시 되뇌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의기투합하게 된 배우들의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와 닿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28일).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