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권력의 수싸움을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있을까.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연출 황인혁/ 극본 박계옥)는 한 번 보면 빨려 들어가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매일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6만 명의 범죄자들이 모인 곳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선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수싸움. 나이제(남궁민)와 선민식(김병철)이 벌이는 권력의 줄다리기는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시작은 이재환(박은석)이 낸 교통사고부터였다. 태강그룹의 둘째 아들이자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안하무인 재벌 2세 이재환. 그의 치기어린 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의료계에서 강제 추방 당해버린 에이스 의사 나이제는 처절한 복수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 나이제의 목표는 이재환이 아니다. ‘형 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은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이 우선 그가 칼을 들이대는 목표다.
그렇다고 나이제의 복수 방식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선민식의 후임 의료과장 면접자를 납치하고, 선민식 가족 병원인 하은병원 관련 비리자료와 함께 이재환이라는 패를 잡기 위해 호송차에 교통사고를 내는 등 그의 방식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하지만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괴물이 되어야한다고 했던가. 나이제는 기꺼이 괴물이 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선민식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일찍부터 교도소가 대한민국 최고의 노른자위라는 사실을 깨닫고 교도소 의무관으로 지원해, 교도소를 자신의 권력과 부를 쌓아올리는 성으로 만든 인물. 너무나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 선민식은 나이제의 발악을 지근지근 밟아버리려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권력만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도 너무 많다는 게 선민식의 약점이다.
그렇게 괴물이 된 의사 나이제와 그런 그를 막기 위한 선민식의 수싸움이 교도소 안에서 벌어진다. 각자는 서로의 패를 보여주거나 혹은 숨기면서 반격을 이어간다. 북아프리카 아카시아 나무의 수액과 진딧물, 개미의 상관관계처럼 이들의 싸움은 꽤 지리멸렬하다. 진딧물을 잡기 위해 수액을 뿌리는 아카시아 나무. 하지만 진딧물을 잡은 뒤 멈춘 수액의 공급을 위해 개미들이 다시 진딧물을 증식시키는 악순환이 바로 그것이다.
나이제와 선민식은 서로의 수싸움을 위해 개미들을 동원하고, 다시 그 개미들로 인해 진딧물의 수모를 맛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관계는 나이제, 선민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태강그룹을 놓고 싸우는 이재준(최원영)과 모이라(진희경)는 역으로 자신들이 아카시아 나무와 진딧물이 된다. 이들의 입장에서 개미는 이제 나이제와 선민식이다.
이처럼 거미줄처럼 얽힌 권력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닥터 프리즈너’는 시청자들의 숨통을 쥐어 막는다. 60분의 분량을 보는 동안 단 10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이토록 짜릿하게 다가오는 건 또 오랜만이다. 이에 시청자들도 ‘닥터 프리즈너’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다.
덕분에 ‘닥터 프리즈너’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수목드라마 사이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타 방송사 드라마들이 5%의 시청률도 넘기지 못한 와중에 지난 27일 방송은 전국기준 13.9%(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진정한 고공행진이다. 물론, 여전히 시청률 상승의 여지는 더 많이 남았다. 이제 겨우 수싸움의 초반이기 때문. 이들의 이해관계가 더 얽히고설킬수록 이야기의 긴장감 또한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이제 드디어 선민식에게 큰 한방을 먹이고 자신이 ‘교도소의 왕’이 되겠다고 천명한 나이제. ‘닥터 프리즈너’도 그런 나이제의 말처럼 ‘수목드라마의 왕’이 되겠다고 천명한다. 지금과 같은 완성도로 쭉 이어나간다면 ‘닥터 프리즈너’의 포부가 이뤄지지 않으라는 법도 없다. 오히려 더 환영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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