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혜진/사진=NEW 제공
배우 전혜진/사진=NEW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전혜진이 떠오르지 않길 바랐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사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드라마 ‘미스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에서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색깔로 완벽하게 소화, 독창적인 캐릭터들을 구축해온 배우 전혜진이 신작 ‘비스트’를 통해서는 외형적인 변신까지 꾀하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끄집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전혜진은 분명히 매력적인 캐릭터라 끌려 합류하게 됐지만, 만드는 과정부터 촬영까지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전혜진이 이번 작품에서 맡은 ‘춘배’ 캐릭터는 원래 성별이 남성이었다. 이정호 감독이 전혜진과 다른 캐릭터를 놓고 가진 만남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즉흥적으로 바뀌게 됐다.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갑자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춘배’를 하는 건 어떠냐고 하시더라. 좋다고 말하긴 했는데 다음날에도 긴가민가했다. 이성민 선배도 전화가 와서 내가 하면 좋겠다고 해서 솔깃하기는 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정말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긴 했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부터 ‘춘배’에게 캐릭터적으로 끌리는 게 있었다.”

영화 '비스트' 스틸
영화 '비스트' 스틸

전혜진이 극중 분한 ‘춘배’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다. 전혜진은 ‘춘배’를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인물이길 바라며 접근했다.

“‘춘배’는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알 수 없는 인물이되 남성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싶었다. 우리가 상상치 못한 환경 속에서 계속 버티고 버틴,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 인물로 생각한 거다. ‘춘배’가 자기 방어막으로 많은 뭔가를 하고 있는데, 죽게 생겼으니 ‘한수’(이성민)를 흔드는 거다. 개인적으로 배우 전혜진이 떠오르지 않길 바랐다.”

이에 전혜진은 피어싱, 타투, 스모키 메이크업 등의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춘배’ 캐릭터를 위해 첫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알렸다.

“뭔가 만들어가는 건 재밌게 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해가면 감독님께서 열심히 한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항상 다른 거 더 없냐고 물으셨다. 예상 밖의 액션들을 하셔서 나도 오기로 계속해서 더 센 걸 해갔던 것 같다. 캐릭터에 필요한 모습을 위해 타투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까지 서로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했던 것 같다. 기싸움 끝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는데, 결국은 피 분장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하하.”

배우 전혜진/사진=NEW 제공
배우 전혜진/사진=NEW 제공

연기 잘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전혜진이지만, 그런 그에게조차 ‘비스트’는 심적으로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전혜진은 이정호 감독의 집요함에 다른 배우들과 끈끈한 동료애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첫 촬영이 ‘한수’와의 만남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만족하셔서 순조롭게 시작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감독님의 집요함에 깜짝 놀랐다. 인물들의 감정을 계속 건드리면서 끄집어내려고 하셨다. 육체적으로 힘든 액션보다 정신적인 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배우들과 그런 고충을 공감하고, 감독님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되면서 끈끈한 동료애가 생겼다.”

특히 영화 속 ‘춘배’의 “선택은 네가 한 거잖아”라는 대사는 ‘비스트’의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전혜진 역시 그 대사가 쉽지 않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그 순간 만큼은 악마 같은 존재면 좋겠다고 하셨다. 난 ‘춘배’에 대한 연민이 있어서 정당성을 부여하면서도 메시지를 주려고 하니 여러 가지 접점이 있지 않나. 그래서 대사를 하기가 어려웠다. 집에 가고 싶을 정도였다.”

“스토리가 워낙 많다 보니 영화 전체적으로는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끝까지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게 한다. 영화적인 재미 안에서 내 안에 있는 ‘한수’, ‘민태’(유재명)를 비교하면서 보면 영화가 끝난 후 인간이란 뭔지, 인간의 내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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