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현진 기자]
지성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대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전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7일 SBS 금토드라마 '의사 요한'이 16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의사 요한'(극본 김지운/연출 조수원, 김영환/제작 KPJ)은 미스터리한 통증의 원인을 찾아가는, 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
'의사 요한'은 한국 메디컬 드라마 중 최초로 마취통증의학과를 배경으로 삼으며 '존엄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결다른 메디컬 드라마를 그려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의사 요한'은 배우 지성이 '뉴하트' 이후 11년만에 출연하는 의학 드라마라는 점에서 첫 방송 이전부터 주목받았다.
지성은 '의사 요한'에서 '닥터 10초라 불리는 의사'인 마취통층의학과 교수 차요한 역으로 열연했다. 이 차요한이라는 인물은 선천적 무통각증을 앓고 있는 의사로 국내 메디컬 드라마에서도 유일무이한 캐릭터. 지성은 이번에도 "역시 지성"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며 매회 인물의 디테일한 습관 연기부터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성은 이번에도 ‘지성의 의사가운 = 성공’이라는 방정식을 완성시키며 또 하나의 '인생캐'를 경신했다. 역대급 캐릭터를 완성한 지성과 함께 호평받고 있는 것은 '의사 요한'만의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의사 요한'은 다소 생소한 마취통증의학과라는 진료과를 통해 여느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는 질환들과는 다른 환자들이 등장했다. 극 중 지성이 앓고 있는 선천성 무통각증부터 중증근무력증, 희귀질환 유비저, 후각신경아세포종, 복성간질 등 치밀한 조사 끝에 반영된 실제 사례들은 드라마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줬다.
무엇보다 '의사 요한'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고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존엄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안겼다. 의사 요한은 '존엄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현재 의료계에서 논란의 정점을 찍고 있는 사안을 정면으로 다루며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른 획을 그었다.
앞서 차요한은 환자 윤성규를 안락사했다며 감옥살이를 했다. 차요한은 윤성규의 존엄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 줄 수만 있다면 죽일 수도 있냐고 물었지? 질문이 틀렸어"라며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죽이는 게 아니야.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죽이는 게 아니야. 고통을 해결한다. 그러다 죽는다 할지라도. 그게 전부야"라고 전했다. 이는 '고통'을 대하는 의사로서의 진심어린 고민이었고 시청자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차요한은 "법은 환자를 임의로 죽이는 것이 범죄라고 하지.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방치하는 거야말로 고통을 끝내 달라는 부탁을 외면하는 거야말로, 의료범죄인지도 몰라"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법 아래에서 '존엄사'를 바라보며 이를 반대하는 손석기(이규형 분)를 말기 암 환자로 그려냈다. 손석기는 "승유를 잃고 나서 어떤 것도 아이를 잃은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었다. 그런데 그 고통조차 잊게 만드는 지독한 통증이 찾아오더라"라고 말하며 "윤성규는 이보다 백배 천배 더 아팠을 테니 내 아들에 대한 죗값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이 틀렸더라"라며 "내게도 언젠가 저런 날이 오면 날 구원해줄 누군가를 찾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고백하며 암 환자로서의 고통 속에서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음을 고백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7일 방송된 '의사 요한'에서는 차요한과 강시영(이세영 분)이 3년만에 재회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 의사로서 환자들의 고통을 돌보고 죽음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손석기는 '존엄사'법 개정과 관련한 토론 자리에서 "말기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돌봄입니다.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란 죽음이 다가오는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며 죽음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차요한은 연구소에서 돌아온 후 치유의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마지막 차요한의 내레이션은 '의사 요한'이 결다른 메디컬 드라마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차요한은 "나는 의사다. 삶의 끝에서 죽음을 만나는 이들에게 더이상 듣지 않는 진통제보다 더 필요한 것은 고통받고 있음을 온 마음으로 알아주는 것. 내 고통에 누군가가 함께한다는 위로다"고 전하며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차요한은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고통은 우리 삶과 함께 살고 고통과 함께 저문다. 그 고통을 나누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고통의 무게는 줄고 고통을 끌어안는 용기는 더해질 거다. 누군가의 고통을 알아주고 나누는 것. 그게 나의 마지막 진단이다"며 드라마의 문을 닫았다.
이처럼 '의사 요한'은 시청자들에게 '존엄사'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전달했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고통 속에서 사람이, 의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의사 요한'은 그런 물음에 대해 재차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메디컬 드라마로서의 의미를 더해갔고 결다른 메디컬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편, '의사 요한' 후속으로는 이승기와 배수지 주연의 첩보액션멜로 ‘배가본드’가 방영된다. '배가본드'는 9월 20일 첫 방송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