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엄태구/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캐릭터의 과거·현재간 차이 두려고 신경 썼다” 영화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등 출연작마다 비중과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대중의 뇌리에 강인하게 박힌 바 있는 배우 엄태구가 신작 ‘판소리 복서’를 통해 카리스마를 거둬내고 어수룩하고 엉뚱한 면모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엄태구는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의 어수룩하고 엉뚱한 모습이 ‘펀치드렁크’에서 비롯된 만큼 희화화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판소리 복서’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바 있는 단편 ‘뎀프시롤:참회록’을 장편화한 작품이다. 엄태구는 단편일 때부터 팬이었기에 출연 제의가 기뻤지만, 동시에 부담감이 들었단다. 그럼에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단편으로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다. 너무 재밌게 봤다. 감독님이 정말 천재인가 싶을 정도로 단편 안에서 웃기고 울리더라. 뭐하는지 모르게 이상하면서도 재밌어 이입되니 너무 신기했다. 장편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은 뒤 시나리오가 나한테 온 것 자체가 너무 기뻤다. 한편으로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있기도 했는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큰 마음먹고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 '판소리 복서' 스틸
영화 '판소리 복서' 스틸

엄태구는 극중 어딘가 어수룩하고 어딘가 엉뚱하지만 복싱만큼은 진지한 ‘병구’ 역을 맡았다. ‘병구’는 복서로서는 가장 위험한 ‘펀치드렁크’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미완의 꿈이었던 판소리 복싱을 다시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엄태구는 ‘병구’라는 캐릭터가 과거, 현재가 확연히 다른 만큼 차이를 두려고 신경을 썼다고 털어놨다.

“‘펀치드렁크’ 판정을 받고 10년 동안 자책하면서 체육관 안에만 있는 ‘병구’ 상태를 생각했을 때 어수룩해지고 위축된, 그런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과거, 현재 차이를 두려고 했다. 다만 ‘펀치드렁크’라는 병에 대해 진실 되다 할 수 있을 만큼 진중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펀치트렁크’ 증상 중 하나가 기억을 잃어가면서 말이 어눌해지는 건데 ‘병구’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배우 엄태구/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엄태구/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뿐만 아니라 엄태구는 이번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촬영 기간 포함 6개월간 복싱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여기에 단순한 복싱이 아닌 판소리 복싱으로 판소리에 맞춰 복싱을 해야 하니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가락에 몸을 맡겼다고 회상했다.

“복싱 자세가 가짜 같으면 이입이 안 될 것 같아서 실제 선수처럼 보일 수 있도록 코치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표현을 해보려고 했다. 목표를 높게 잡고 열심히 연습했다. 몸을 따로 써본 적은 없는데, 입시 준비하면서 마임을 살짝 배운 적이 있다. 판소리 복싱의 경우는 오프닝에서는 다 같이 촬영 당일까지 연구하고 연습해서 짜여진 거라면, 후반부 4라운드에서 흥, 한을 표출할 때는 열심히 배운 복싱을 토대로 장구 장단에 맞춰서 나오는 대로 놔뒀다. 가락에 몸을 맡기고 막 했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이상한 동작들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판소리 복서’는 장편화되면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제 역시 확장됐다. 정혁기 감독이 필름, 유기견, 재개발 등을 통해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역시 다룬 것. 엄태구도 ‘판소리 복서’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나 역시 ‘판소리 복서’로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가장 생각나는 대사도 ‘우린 다 잊혀지잖아요. 나도 사라지고, 곧 잊혀지겠죠’라는 내레이션처럼 나오는 대사다. 어렸을 때 추억,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 하늘나라 간 강아지 등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우리 모두 잊고 살지 않나. 그런 걸 잊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런 게 영화의 주제처럼 담고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우리 영화는 판소리 복싱이라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소재를 통해 정말 진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코미디, 로맨스, 브로맨스, 슬픔 등 말로 설명할 길이 없을 만큼 다양한 요소가 한 작품에 들어간 것 같은데 꼭 봐주시길 부탁 드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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