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포스터
'블랙머니' 포스터

[헤럴드POP=천윤혜기자]충분히 날카롭지만 이해는 쉽다. 그렇기에 사건의 진실에 마주할수록 분노는 더욱 거세진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그간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감춰졌던 민낯을 오롯이 드러내며 통찰력 있게 비판을 가해왔던 인물. 이번 '블랙머니' 역시 정 감독의 날카로운 면모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블랙머니'는 미국계 사모펀트 회사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만큼 영화는 현실에 입각해 '모피아'들의 비리를 철저하게 고발한다. 특히 내년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에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 날 예정. 때문에 우리가 몰라서는 안 되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블랙머니'는 단순히 사회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만을 띄고 있지는 않다. 충분히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추가하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어렵고 무거운 경제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양민혁의 입을 빌려 사건들을 쉽게 설명한다. 영화를 보기 전 소재로 인한 어려움을 걱정했다면 막상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는 인물들에 동화되며 우려가 쉽게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블랙머니' 스틸
'블랙머니' 스틸

조진웅과 이하늬의 연기는 예상대로 묵직하다. 조진웅은 서울지검의 막프로 검사 양민혁에 분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절실하게 연기하는 조진웅의 모습은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양민혁의 선언과 만나 무게감을 한층 더한다.

이하늬는 최근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얻은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가장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지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논리적인 변호사 김나리를 그려내며 몸에 밴 당당함을 표현해냈다. 경제용어를 입에 붙게 구사하고 원어민 같은 영어 실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이경영, 강신일, 조한철, 허성태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블랙머니'는 우리 사회에 단순히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또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구현해내기 위해 때로는 편법을 사용하고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모습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를 향해 생각할 거리 역시 던져준다.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저희 영화는 어려운 경제 영화이면서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영화"라면서도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은 이런 사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정 감독. 그의 바람처럼 '블랙머니'가 대중들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될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3일).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