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율기자]오정세는 규태의 5%를 채우기 위해 숨은 노력을 했다.
오정세는 KBS2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에서 '노땅콩'으로 미움을 받다가 '하찮규' 매력으로 사랑받은 노규태 역을 소화했다. 동백(공효진 분)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속 안에 외로움이 가득해 짠했던 인물. 오정세는 노규태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줘 인생캐를 경신했다고도 할 수 있다. 오정세가 바라본 노규태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오정세에게 들어봤다.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배우로서 노규태 캐릭터를 95% 이상 구현해내는 게 목표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로 갖고 오고 싶은 느낌이었다. 머릿속으로는 95% 이상 구현하고, 나머지 5%는 제가 고민하면서 자유롭게 대사, 행동하려고 했다. 사실은 95%의 규태를 보신 게 아닐까 싶다. 나머지 5%는 제가 조금씩 채워 넣은 거다. 여러분들이 보신 규태는 책 속 규태일 거다."
오정세는 노규태를 밉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오정세는 "초반에 규태의 포지션은 동백이에게 갑질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하다가는 불편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잘못 표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께서 초반에 '규태는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저도 규태를 좋은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기에 서사나 내적인 부분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오정세는 노규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규태를 2% 부족한 친구, 외로운 친구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동백이나 향미를 사랑한 게 아니라, 본래 외로운 사람이라고 설정했다. 외로움을 느껴서 모두에게 훅 마음을 여는 인물이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정당화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라고 접근하며 외로움을 풀어주려고 했다."
오정세의 노력은 소품이나 의상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정세는 "규태의 방에 외로움에 관한 서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소품팀에 부탁했다. 명품 셔츠처럼 보이지만, 실은 실밥이 나온 옷이나 짝짝이인 양말 등 미워 보이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 끗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동백꽃 필 무렵'은 특히 신경 썼다. 대사도 지문 부분을 넣어서 새롭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최고 시청률 23.8%로 마무리한 '동백꽃 필 무렵'이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시청률은 제게 큰 의미는 아니다. 시청률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현재 제가 느끼는 행복지수와 큰 차이는 없을 거다. 저는 주변 반응과 기분 좋은 감동에 대한 행복이 더 컸다. '동백꽃 필 무렵'은 일부러 웃기려거나 감동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고, 깨달음과 감동을 줬지 않나. 툭 던진 대사들이 가슴을 울렸다"고 말했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염혜란의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10년 전 연극 무대에서 보고 처음 호흡을 맞췄다. 염혜란은 강하지만 여린 배우다. 서로 마음을 열고 상의하며 찍었다. 과거 연애 시절 코를 잡아당기며 '네가 먼저 했다'라고 말하는 것과 '멜빵 키스'는 상의하고 만든 장면이다. 용식이가 부러웠던 것도 있고 오마주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안했는데, 재미있게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하."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을까. 오정세는 취조실에서 취조받던 장면을 꼽았다. 오정세는 "취조실에서 아내를 사랑하냐고 묻지 않나. 대본만으로도 만족했는데, 자꾸 한마디가 떠오르는 거다. 까멜리아 입간판에 쓰인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를 넣고 싶어졌다. 동백이 때문에 갈라졌지만, 동백이로 인해 자영이와 다시 연결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애드리브로 추가해서 연기했는데, 다행히 편집 없이 방송됐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오정세는 SBS '스토브리그'로 빠르게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예정이다. 차기작을 결정하기 쉬지 않았을 텐데, 바로 작품을 들어가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실 '동백꽃 필 무렵'보다 좋은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다. 연기란 호평을 받을 때도 있지만, 혹평을 받을 때도 있다. 언제 혹평을 받을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한다. '동백꽃 필 무렵'보다 더 큰 작품을 하면 부작용이 올 것 같아서 제 길대로 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다시 기적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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