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율기자]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나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올해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를 꼽자면, 단연 KBS2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이 1등일 거다. 로맨스, 휴먼, 스릴러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역대급 드라마가 탄생했다. 2019년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미니시리즈에서 최고 시청률인 23.8%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모두에게 인생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동백이, 아니 공효진이 서 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공효진은 "상징적이지만 시청률이 20%를 넘겨서 감사했다. 제가 개그 코드가 조금 높은 편이라 웬만한 거엔 웃지 않는다. 드라마에는 항상 개그가 존재하는데, 대본을 읽었을 때 유치하게 느껴지면 재미없는 거다. 이제는 새롭고 용감한 글이 좋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도 21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며 마침표를 찍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셨다. 저 말고도 드라마의 모든 배우가 떠나보내길 아쉬워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백은 필구를 위해 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강인한 엄마였다. 모정 연기가 어려웠다며 "아직도 자식이 어떤 느낌의 존재인지 잘 모르겠다. 낳아봐야 알지 않을까. 그래서 실제로 엄마인 배우가 맡아서 연기했다면 더 잘했을 거로 생각한다. 엄마에게 받는 사랑은 알겠는데,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사랑은 어떨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엄마로 나왔던 정은 언니보다 덕순(고두심 분) 회장님에게 엄마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모정 연기는 쉬운 게 아니라 느꼈고, 제가 잘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작가님에게 앞으로 일어날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향미 죽음 이후에 필구와의 이별, 그리고 용식이와의 이별까지 모두 말이다. 그래서 샛길을 만들었다. 너무나 찬란하고 행복한 한때가 나오다가 금방 헤어지는 건 안타까우니까. 대본을 읽으며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특히 용식이와 헤어질 때, 누구나 사랑하는 용식이를 울리는 동백을 이해하지 못하실까 봐 걱정도 했다. 그런 부분들을 납득시키는 것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동백을 모두가 이해해주셨다."
강하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미담 자판기다. 하루라도 미담을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스타일이다.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봤는데,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이더라. 밝고 착한 배우다. 실제로도 용식이 같다. 인간 황용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동백을 괴롭히던 '까불이'를 잡은 것도 동백이었다. 동백은 까불이의 머리에 향미의 500잔으로 내리치며 속 시원하게 복수했다. 공효진은 "까불이를 제가 잡게 되서 정말 놀랐다. 스포일러의 위험 때문에 대본을 후에 받았는데, 동백이가 때려잡는 거다. 저도 용식이가 잡아줄 거라고 생각했지, 향미의 복수를 대신할진 몰랐다. 그런데 저보다는 옹벤져스가 잡아준 게 아닐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엔딩 장면에 대한 의문도 풀어줬다. "마지막에 어른이 된 필구가 '나는 엄마의 봄날을 먹고 자랐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내레이션으로 동백이가 필구를 장성하게 키우기 위해 용식과 헤어졌다고 생각하더라. 나중에 용식이가 소장이 되지 않나. TV에 나온 필구를 바라보는 동백과 용식의 뒷모습은 50대다. 그 모습을 앞에서 비춰줬을 때, 왜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냐고 물어보시더라. 동백과 용식의 가장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들을 보여드린 디테일한 부분이라고 봐주시면 된다."
소중한 작품을 만난 만큼, 차기작을 고르기 쉽지 않다고 말하며 "이번 드라마를 대중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답을 맞힌 것 같았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시선이 높아졌다. 드라마는 정확한 감정을 표현해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난 후로, 다른 드라마를 고를 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속이 꽉 찬 드라마로 만나 뵙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새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되게 아픈 사람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제가 여태 하지 않았던 역할을 따져보니까 부자, 사이코패스, 운동선수, 그리고 병약한 역할을 안 해봤더라. 사실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우는 신이 많았는데, 메이크업 안 한 게 더 예쁘더라. 초췌하니까 더 나아 보이는 거다. 그래서 병약한 역할을 하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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