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조은미 기자]국내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32명의 학자들이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설정과 내용에 우려를 표하며 월트디즈니 컴퍼니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11일 조지아 공대, 조지워싱턴대, 이화여대 등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교수 및 학자 32명은 루크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에게 "'설강화'를 배급할 때 드라마 속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신중하게 고려하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1987년을 다루는 미디어를 방영할 때 관련 정보를 듣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면서 "창작의 자유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실제 역사의 인물과 사건에서 여러 세부 사항을 차용한다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더해 "한국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대한 역사학자 등의 비판을 들을 수 있지만, 국제 시청자들은 그런 환경에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학자들이 지적한 내용에는 설강화의 여주인공 이름이 실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천영초 씨를 연상하게 하는 '은영초'였다가 '은영로'로 바뀐 점, 천영초 씨를 비롯해 그의 남편 정문화 씨가 민청학련 사건 때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한 사실이 있음에도 여주인공이 남파 간첩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등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남주인공을 남파 간첩으로 설정한 것은 '동백림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여주인공의 아버지이자 안기부장 캐릭터인 '은창수'가 1980년 광주 학살을 주도한 박준병 장교와 유사한 설정을 입고 있음에도 그를 마지못해 독재 정권에 협력하는 인물로 그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어마어마한 접근성과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는 그에 따른 책임감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JTBC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하지만 방영 전부터 '설강화'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유출된 시놉시스의 내용으로 민주화 운동이 폄훼되고 안기부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제작진은 여자 주인공 이름인 '은영초'를 '은영로'로 바꿨고, 방송이 시작되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된 직후 논란은 오히려 거세졌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제작진의 말과 달리 시청자들의 우려가 그대로 드라마 속 내용으로 담겼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이 등장해 하루 만에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지난달 시민단체인 세계시민선언 역시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맞서던 이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면서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설강화' 1, 2회 방영 이후 JTBC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거듭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며 3, 4회에 이어 5회를 방송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이 잠잠해지지 않자 이들은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 "'설강화'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창작자와 방송사, 콘텐츠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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