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사진='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헤럴드POP=조은미 기자] 감성을 덧씌운다고 미성년자의 임신이 아름답게 포장될까.

24일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앙숙인 아버지들 사이에서 몰래 연애를 하다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정현(배현성 분)과 방영주(노윤서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방영주는 본인이 평생을 산 제주도를 지긋지긋한 촌 동네로 여기면서 서울로 대학교 진학을 꿈꾸는 전교 1등 모범생이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 정현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방영주는 임신중단을 결정한다. 정현은 방영주에게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고 설득하지만 방영주는 "어떻게 낳아? 대학은? 네 인생 내 인생 모두 걸고 낳을 만큼 우리 사랑이 대단해?"라면서 결정에 확고한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네에서 먼 산부인과까지 방문한 방영주는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의사에게 "이거 봐 학생들이 이렇다니까. 22주. 6개월이네 이거"라는 비아냥이 섞인 말을 듣는다.

방영주는 수소문 끝에 20주 이상도 임신 중단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내 방문한다. 혼자 가겠다는 방영주의 말을 듣지 않고 병원을 따라온 정현은 방영주와 초음파 검사실에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의사는 두 사람에게 배 속 태아의 머리, 팔, 다리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장기들은 다 잘 만들어졌네요. 아기가 너무 건강해요"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리곤 "심장 소리 한 번 들어 볼래요?"라고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려준다. 심장소리를 들은 방영주는 "선생님 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나 무서워. 제발 안 듣고 싶어"라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오열한다.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하며 정현에게 "나 진짜 너만 믿고 직진한다"라면서 출산을 결심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성년자 임신이라는 소재는 방영주와 정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잘 포장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가 아름답지만은 않듯 청소년기 임신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청소년기에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맞닥뜨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일부일 뿐, 이를 낭만적으로 그려내고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고 난 후 출산을 결심한다는 내용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영주가 정현에게 "나 너만 믿고 직진한다"라고 말한 다음 장면에서는 마른 하늘에 비가 쏟아지고, 그 상황에서 방영주는 마치 배 속 아기가 비를 맞는다는 듯 손바닥을 펼쳐 배를 가리고 정현은 같은 행동을 방영주에게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고 입맞추는 두 사람, 그 장면에서 깔리는 아름다운 OST는 '청소년기 임신'이라는 소재가 갖는 문제를 지우고 인물들의 '사랑'에만 집중하게 한다.

나아가 "장기들이 잘 만들어졌다"라는 등의 말을 하고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행동으로 임신중단을 결정하고 병원을 방문한 10대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한 드라마 속 의사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말과 행동이 은연히 임신중단에 대한 죄책감을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낙태죄는 2021년 1월 1일 효력을 상실했다. 여전히 제도적 보완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갈 길이 멀지만 낙태제가 폐지된 이상 대한민국에서 임신중단은 범죄가 아닌 권리다.

하지만 미디어는 나서서 여전히 임신중단을 슬픈 것으로, 그리고 임신중단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안기는 등의 스토리를 내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약한 환경에 놓인 10대의 성문화를 우려한다. 청소년의 첫 성관계 평균 나이가 13.6세까지 내려 간 것이 지난 2018년의 수치다. 제대로된 성관념을 형성하지 못한 10대들에게 신체가 미숙한 청소년기에 임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출산 후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게 돕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최근 미성년자 임신, 출산 현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다. MBN 예능 '고딩엄빠'다. '고딩엄빠'도 론칭 당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받았다.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관찰 예능인만큼 10대 부모들의 현실 그대로가 비교적 잘 담겨있다. 성교육 강사, 심리상담가 등을 섭외해 문제를 진단하고 출연진들의 이야기에서 교육적인 측면을 끄집어낸다.

'고딩엄빠'에 등장하는 이시훈 성교육 강사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지 않고 책임감만 강조하는 건 역설적으로 어른들의 무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서사가 중요한 드라마에 교육적인 내용이 부재해 아쉽다는 말을 어불성설이겠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방영주와 정현의 임신이 사랑과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로만 사용된 것은 시대가 나아가는 방향과 맞지 않다. 이러한 청소년기 임신 스토리가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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