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수상 후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의 수상은 한국 배우로는 최초이고, 아시아계 배우로는 두 번째로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후 Apple TV+ '파친코'로 글로벌 활동을 이어간 그가 '도그데이즈'로 오랜만에 한국 영화 신작을 내놓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장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상이 되어버린 배우 일을 잘해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이라는 경이로운 업적을 세웠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그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내가 생각해도 (오스카 수상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상상도 안 한 일이었다. 정이삭 감독님을 잘 돕자는 마음으로 빨리 촬영을 끝내고 너무 힘들어 쉬러 간다고 하고 도망갔다. 그러고 잊어버렸다. 책에서 인생이 전위예술이고 영원한 미완성의 실험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나 역시 완성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언제나 안 됐다. 인터뷰도 따로 할게 없다고 생각해서 안 했다. 잘 안 나가서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다들 날 존경한다고 하면 부담스럽더라."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 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작품. 오스카 수상 후 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졌지만, 윤여정은 '그것만이 내 세상' 조감독이었던 김덕민 감독의 입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거 하나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오스카 수상 후) 평소보다는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인생을 오래 살아서 사람들이 그럴 때 참 씁쓸하다. 난 쭉 있었는데, 주인공 들어오는 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 주인공으로 쓰고 하는 거 보면서 씁쓸했다. 김덕민 감독님과는 둘 다 아무 것도 아닐 때 만났다. 김덕민 감독님이 나이가 많고 19년 조감독 했다는데, 입봉할 때 나를 필요로 한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데는 없다. 시나리오도 좋고, 내 역할도 좋고, 명망 있는 감독에 돈도 많이 주고 그런 건 없다"며 "이제는 내가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번에는 감독을 본다 그러면 시나리오를 안 봐야 한다. 시나리오 읽어보니 캐릭터적으로는 배우로서 도전이 안 되겠다 싶었지만, 김덕민 감독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거다"고 강조했다.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이 구체적으로 디렉션을 주는 편이라 효율적이었지만 추위, 강아지와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덕민 감독님이 조감독을 오래 해 현장에서 많은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자기가 원하는 신, 테이크를 완벽하게 알았다. 나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피상적으로 말하는 감독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형이상학적으로 말하는 감독을 싫어하는데, 김덕민 감독님은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아니깐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갈 때마다 영하 14~15도라 추웠다. 감독님이 미안해했는데 내가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가보다 했다. 완다도 말을 안 들어서 매신 힘들었다. 내가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내 얼굴을 밟고 뛰더라. 다행히 긁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윤여정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상이 되어버린 연기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일 행복하게 죽는 건 자기가 하는 일 하다 죽는 거라더라. 내 일상이 배우니깐 배우 하다가 죽으면 제일 잘 살다 죽는 거라고 생각한다. 주디 덴치가 90세가 넘은 걸로 아는데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안 보여서 은퇴를 선언한다고 해서 슬펐다. 내 선배들, 친구들이 병들거나 먼저 가는 걸 보면서 난 현역에서 뛰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기도 하더라. 살아보니깐 인생은 뜻대로 안 된다.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흘러가는대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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