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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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 김다현은 과소평가된 배우다. 지난 2003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시작으로 햇수로 13년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임에도 실력의 면면이 알려지지 않았다. 1999년부터 5년간 록 밴드 야다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해온 그늘이 아직도 남아서일까. 거칠고 강렬한 캐릭터들로 옷을 갈아입기에는 고운 얼굴선이 편견을 주는 탓일까. 그렇다면 뮤지컬 ‘라카지’에서 앨빈을 연기하는 김다현을 만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클럽 ‘라카지 오 폴’을 운영하는 게이 부부가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겪게 되는 복잡한 심경을 무대 위에 촘촘하게 수를 놓으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이 매 장면 파노라마처럼 밀려온다. 무대에 오르기 전 김다현을 만났다. 민낯이 낯설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팽클 의상을 4~5벌이나 갈아입으며 변신하고 킬힐로 무대를 휘젓는 도도한 앨빈 역이 안겨준 잔상이 강렬해서였을까. 인사를 하며 수줍게 손을 내미는 모습에서는 앨빈의 소녀 같은 얼굴이 겹쳐보였다. 허리를 곧추 세워 앉은 자세며 입 꼬리를 살짝만 들어 올리는 미소는 영락없는 여자의 분위기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국내에서 여장 연기를 가장 많이 한 뮤지컬 배우이다. 지난 2004년 ‘헤드윅’을 시작으로 연극 ‘엠 버터플라이’ 뮤지컬 ‘프리실라’ ‘라카지’ 등 수없이 립스틱을 그렸다 지웠다 했던 그다.

“‘다시 또 여장 연기를 해도 될까’ 한 번은 고민했어요.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 연기하게 된 건 여장 남자 캐릭터 안에 정말 많은 희로애락이 담겨서 그래요. 강렬한 끌림 때문에 하게 됐죠. ‘라카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아들을 향한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멋있는 남자 역할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지만 이런 캐릭터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라카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토니어워즈 작품상 3회를 수상한 명작이다. 지난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앨빈 역으로 김다현이 뽑혔다. 2년 6개월 만에 다시 앨빈으로 만났다. 김다현이 연기하는 앨빈은 2년 전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앨빈 역을 다시 해보니 제가 성숙해졌다는 걸 느껴요. 2년 6개월 동안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이 앨빈을 연기할 때 나오더라고요. 초연 때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면의 성숙함을 보여주자는 거였죠. 자식을 향한 마음,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조금 더 강화시켰어요.”

김다현에게 모성애가 강한 앨빈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은 캐릭터였다. 실제로 김다현은 두 아이의 아빠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들과 아장아장 걷는 세 살배기 작은 아들을 둔 결혼 8년차 유부남이다. 두 아들을 바라보는 김다현의 마음을 앨빈에게도 쏟아냈다.

“스타킹을 신고 브래지어를 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돼도 아이들은 제가 아빠라는 걸 충분히 알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을 두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대사에서는 이러한 부모 마음이겠지’ 가늠이 되더라고요. 2년 전에 비해 대본이 약간 달라졌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어요. 저에게 연습과 열정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거든요. 무대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안 돼요. 그 열정이 저를 움직이죠.” 김다현에게 ‘노력’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록 밴드 보컬리스트로 시작된 무대 생활이기에 정통 뮤지컬 배우보다 몇 배는 더 자신을 단련시켰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하며 달려왔노라고 고백했다. 특히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보이첵’은 김다현의 노력이 어땠는지 보여준다. 연인 마리와 갓난아기 알렉스를 먹여 살리고자 매일 완두콩만 먹는 말단 군인 보이첵 역을 소화하기 위해 단숨에 10kg을 뺐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외형부터 보이첵으로 거듭났다.

“‘보이첵’은 제가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인 것 같아요. 늘 해오던 역할이 아니니까 굉장히 집중했어요. 관객은 늘 배우 김다현을 바라보니 다양한 역할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앨빈도 2년 전과 달리 보이기 위해 감정이입에 신경을 더 썼습니다. 관객이 김다현이 아닌 앨빈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 왔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때 정말 짜릿합니다.”

김다현은 지금 자신이 이 무대에 서기까지 팬들의 공을 빼놓지 않았다. 김다현과 팬들은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다. 팬들은 김다현이 꽃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고 해 ‘꽃다’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김다현은 그들을 ‘꽃님’이라고 부른다. 김다현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꽃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꽃은 언제 받아도 기분이 좋잖아요. ‘꽃다’라는 별명도 참 감사해요. 제 공연을 여러 번 봐주시는 꽃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는데 결론은 하나더라고요. 제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 중에 최고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팬들은 ‘어제 분명 최고였다’ 하고 봤는데 다음 공연에 와서 그 이상의 무대를 접했을 때 감동하는 법이니까요. ‘내게 최고는 없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다현은 지난해 소속사 판타지오를 나와 독자적으로 활동 중이다.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줄 회사를 찾아 미팅 중에 있다. 이 중 몇 군데와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김다현의 앨빈을 만날 기회는 아직 남았다. 오는 3월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20회 중에 절반을 달려왔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농익어 가는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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