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헤럴드POP=천윤혜기자]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길해연이 이번에는 청각장애인 연기를 통해 또 다른 모성애를 보여줬다. 그가 출연한 영화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타겟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

1일 오후 화상인터뷰를 통해 헤럴드POP과 만난 길해연은 "개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티빙과 동시에 된다고 들었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감독님이 잘됐으며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를 찍고 관객들하고 만나게 돼 감사하고 기쁘다"고 '미드나이트' 개봉 소감을 전했다.

길해연이 '미드나이트'를 선택했던 지점은 주인공인 경미(진기주 분)가 가지는 연대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절대 악의 서사가 부여되지 않은 게 좋았다. 중점은 경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미를 도발하는 존재가 있는데 절대 악을 만났을 때 경미는 자기가 위험에 처했음에도 다른 사람을 구해준다. 또 달려오다가 엄마를 보고는 몸을 틀어서 가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서로 도우려고 하고 힘을 모으려고 하는, 함께 하는 장면이 좋았다. 결국 우리는 곤경에 처했을 때 '손을 잡고 가야겠구나'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어서 첫 번째로 좋았다. 경미가 구해주기 위해 하는 행동에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요즘 세상에 많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이지 않나 했다"고 말했다.

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극중 길해연이 맡은 역할은 경미의 엄마이자 청각장애인이었다. 수어 연기가 힘들 법도 했지만 길해연은 그런 내색이 전혀 없었다. "수어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제가 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고 감정도 눌러서 해야 해서 구음도 한 군데만 쓰려고 했다. 오히려 소리를 죽였다. 그분들은 소리 내는 걸 어색하거나 불편해하신다고 해서 눌렀다. 북받쳐 올라오는 걸 다르게 표현해야 해서 기주가 힘들었을 거다. 저는 묻어갔다. 많이 힘들지 않았다."

그는 이어 "경찰서에서 찍은 장면이 있는데 그 상황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 힘들었다. 경찰에게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알겠습니다' 하고 자기 식대로 알아듣는다. 단지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것을 떠나서 인간끼리도 다른 식으로 알아듣거나 못 알아들을 때 답답함, 그것이 불러는 오해가 있지 않나. 이런 감정들이 단지 언어장애인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도 이런 상황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들으려고 한다"며 소통 과정에서 좌절을 겪는 상황 자체가 안타까웠음을 밝혔다.

덧붙여 "'마파도' 때도 청각장애 연기를 했다. 그때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얼마나 쉽게 말을 내뱉는가' 했다. 답답하다기보다는 나의 말, 입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한 배우로서는 ('미드나이트'를 통해) 오랜만에 체험하고 다시 느끼게 되고 공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길해연은 '미드나이트'에서 보여준 또 다른 모성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두 모녀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꼈고 서로를 위해 희생했다. 그 절절함은 스크린 밖에서까지 느낄 수 있었다. 길해연 또한 이번 모성애 연기가 유독 애틋했다고 밝혔다.

"다른 아들, 딸을 만났을 때와는 감정이었다. 수어로 하면서 쳐다보고 있어야 하지 않나. 보통은 돌아다니면서 연기하거나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데 이번에는 눈을 뗄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촬영하면서 정말 애틋했다. 그 사람 눈을 보고 표정을 볼 수밖에 없던 게 컸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아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 애의 눈, 표정을 얼마나 봤을까' 그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특별하게 애틋하고 소중했던 것 같다."

그는 또한 촬영 중 진기주가 자신에게 와 펑펑 울었다는 일화에 대해서는 "하준이랑 기주는 이미 많이 찍고 있었다. 소리로 표현하던 사람이 그걸 못하니까 정말 감정이 여기까지 올라와있었나보더라. '어떡하니' 하다가 저도 모르게 다가갔다. 제가 손을 잡자마자 붙잡고 막 울더라. 그냥 하염없이 울어서 왜 우냐고 안 물어보고 '알겠어' 했다. 그 뒤로는 볼 때마다 자동으로 그랬다"고 밝혔다.

길해연은 "경미를 하기 위해서 감정이 그쪽으로 갔다가 컷하는 순간 기주로 돌아오면 경미를 연기했던 감정이 폭발하는 거다. 몸도 고생했지만 마음도 아팠을 거다. 저희가 있던 공간이 작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철거하기 위해 다 떠난 곳이었는데 서 서있으면 진짜 무서웠다. 두 배우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길해연과 위하준은 두 번째 호흡이기도 하다. 앞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두 사람은 모자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관계로 재회하게 된 것. 그는 위하준에 대해서는 "멋지고 기쁘고 대견하더라. 이번에 살도 많이 빼고 노력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근육이 많았는데 '허수아비 되가니?' 했다. 장하다. 날선 모습의 눈빛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고 해 눈길을 모았다.

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길해연/사진=티빙,CJ ENM 제공

그는 연극계를 비롯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예술인들에게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길해연은 최근 후배 연극인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아 기탁하기도. 그는 "코로나 때문에 연극 너무 힘들다. '잘 버티자, 살아서 만나자'고 얘기하고 싶다. 생존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감독으로, 배우로 살아서 만나자는 얘기다. 매체연기, 영화 쪽에도 어려운 분들 많다. 그분들을 위해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한편 길해연이 출연한 영화 '미드나이트'는 지난 달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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