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파주(경기) 김은주 기자]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백석리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황토집. 지난달 3일 KBS2 ‘인간의 조건2’ 멤버들이 행선지를 알지 못한 채 끌려가 처음 만났던 장소다. 몇 개의 계단 높이 위에 자리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집은 ‘인간의 조건2’ 멤버들이 3일간 의식주를 해결한다. 집안에 들어서면 거실을 지나 왼쪽에 자리한 작은 방. 구석구석 설치된 무인 카메라만 6대다. 멤버들이 자주 모이는 이 곳은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모습부터 티격태격하는 다투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포착된다. 부엌과 거실 곳곳에도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KBS 인기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담아내기 위해 텐트를 치고 안에 카메라맨이 숨어 있는 것처럼 부엌에 난 옆문 뒤에도 렌즈를 내민 카메라맨이 있다. “화장실 빼고 있을 곳은 다 있다. 카메라가 17대는 족히 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간의 조건2’는 요즘 방송가에 유행하는 관찰 예능 버라이어티이다. 현대 문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과제에 도전한다. 지난 2013년 1월 26일 도심 인근의 여러 숙소를 돌며 첫 선을 보였던 ‘인간의 조건’은 시즌2로 새 단장을 하며 시골로 촬영지를 옮겼다. 파주 촬영장에서 만난 정미영 PD는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이 집이 시청자에게 시골 판타지를 심어줄 것”이라는 말처럼 한적한 곳이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공간이었다. 윤상현, 은지원, 허태희, 봉태규, 현우, 김재영 6명이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살을 부대끼며 산다. 이들의 성장담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카메라에 포착된다. ‘인간의 조건2’가 첫 선을 보인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즌1에 비해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뒤처지는 감이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 유사성이 발목을 잡았다. 한적한 시골에서 밥을 해먹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사는 모습은 tvN ‘삼시세끼’를 닮았다는 것. 반려견 똑순이를 화면에 등장시키자 ‘삼시세끼’에 등장하는 제작진의 강아지인 산체 따라하기 아니냐는 논란까지 가중됐다. 불을 피우며 여러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KBS2 ‘1박2일’에서 본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인간의 조건’이 ‘1박2일’ ‘삼시세끼’를 연출한 나영석 PD가 KBS를 떠날 때 마지막으로 기획했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비교다. 이에 멤버 은지원은 “개 키우는 사람은 다 ‘삼시세끼’냐. 모여서 게임을 하면 ‘1박2일’이냐”라고 농을 던지며 항변했다.
요즘 방송판에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따라서 형식이나 과정의 유사성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조건2’가 시즌1에서 보여준 것처럼 진정성의 힘을 시골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섯 멤버들이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시청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멤버들은 ‘인간의 조건2’이 가진 힘을 호흡으로 꼽았다. 봉태규는 “제작진에게 특집 일주일을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능을 많이 한 건 아닌데 멤버들끼리 이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스물여덟 살인 막내까지 다 친하다. 서로의 가슴 속 이야기를 하면서 산다. 그건 아마도 우리 프로그램이 좋기 때문이다. 회를 지나다 보면 우리 호흡이 빛을 발해서 보여질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은지원도 “촬영인지 모를 정도로 재밌게 찍고 있다. 이제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라고 했다. 멤버들은 ‘인간의 조건2’가 문명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삶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습관을 바꿈으로써 오는 기쁨도 보는 재미 중 하나라고 했다. 방송에서 경험한 변화가 실생활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허태희는 “커피숍에서 테이크 아웃을 할 때 머그컵을 갖고 가서 물건을 받는다.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가방에 물건을 넣는다. 샤워할 때에도 뜨거운 물부터 틀지 않는다. 변기 안에는 물을 아끼려고 벽돌을 넣는다.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예능 울렁증이 심했다”는 맏형 윤상현도 ‘인간의 조건2’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사회가 무조건 빨리 빨리 재촉하면서 지나가는게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됐다. 여기 와서 많이 배우고 간다”라고 말했다.
정미영 PD는 ‘인간의 조건2’ 촬영지에 대해 “전원의 삶이라는 판타지를 채워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도심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자연 풍경을 보면서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런 고민을 같이 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며 “전우 세대가 갖고 있는 향수가 이 공간에서 재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게 됐다”라고 했다. 파주(경기)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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