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강제규 감독이 봄꽃 같은 선물을 들고 영화 팬들을 찾았다. 바로 그의 첫 번째 러브스토리 영화로 소개되고 있는 ‘장수상회’를 통해서다.
강제규 감독은 그동안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총기를 사용한 액션과 각종 폭파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면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아왔다. 그런 그가 ‘사랑’을 테마로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9일 개봉한 ‘장수상회’는 70살 연애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렸다.
대략적인 스토리인데 ‘강제규’스럽지 않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평상시 연기자들도 끊임없이 변신하는데 감독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있지만 가장 본질은 뭔가 자유롭고 조금 더 제 스스로에게 답을 주는 작품을 발견했다는 거예요. 또 실제 제 가족들의 이야기와 맞물려있어서 이 영화를 해야 하는 필연도 있었죠. 다른 사람보다 제가 받은 감동의 폭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자신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본인이 주인공 장수 같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에 이입이 많이 됐다. 특히 어머니가 금님과 비슷하고 아버지가 성칠과 똑같은 점도 있었다. 강제규 감독은 이야기만큼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했다.
“이 영화는 인물에 집중하는 영화에요. 사이즈는 작은데 인물은 많아요. 철저하게 이야기와 인물, 곧 배우에 집중하는 영화라고 결론을 내렸죠. 과연 내가 인물에 어떤 특성과 성격을 부여해 개별적인 변별력을 가지고 죽은 인물이 아닌 생동감 있는 인물로 만들까 고민했어요.”
그는 찍는 과정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자칫 노년의 로맨스에서 클리셰를 보여주거나 루즈할까봐 주의했다. 식상한 선입견이 있는 것을 어떻게 깰까도 생각해야했다. 어떤 부분을 뒤집고, 어떤 지점은 앵글을 바꾸고 틀어서 새로운 재미를 줄지도 고민했다. 그래서 이 모든 작업이 비틀기 작업이었다는 게 강 감독의 말이다. 이는 박근형을 캐스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박근형 선생님 캐스팅을 어떻게 했냐고 하는데 그분에게는 회장님이나 악역에서 나타나는 카리스마 강한 마초적인 모습이 있어요. 사실 성칠은 소년 같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애 같은데 어떻게 변형할지에 대해 고민했죠. ‘인물 비틀기’로 평상시 보여주지 않은 것을 끄집어내는 것에 집중한 거죠.”
인물만큼 중요한 것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감싸는 ‘테마’다. 강제규 감독은 그 테마로 ‘사랑’을 택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항상 매 작품마다 사랑이 따라 붙었다. ‘은행나무 침대’는 말할 것도 없으며, ‘쉬리’에는 그야말로 남남북녀의 로맨스가 가미됐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형제간의 사랑, ‘마이웨이’도 친구간의 사랑이 담겨있다. 왜 사랑일까.
“영원한 테마에요.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제가 볼 때 인생에서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 ‘어떻게 존재하다가 죽는가’에 있어서도 ‘사랑’이 인간을 대변하는 가장 큰 감정이 아닌가 싶어요. 어떤 영화든 모든 사람이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저도 사랑은 늘 설레고 가장 빛나는 본질입니다. 모든 영화에 다 담기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것이 좀 빠져있으면 ‘이 영화 속에 뭐가 남아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새로운 시도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가진 고유의 테마를 끌고 가게 된 강제규 감독. 하지만 연출상 더욱 고민해야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그동안 코믹한 인물들이나 에피소드를 끄집어내는 것이 없어서 그게 저에게는 새 시도였어요. 어렵다면 어려운 지점이었죠. 이 영화에 있어서 코미디, 웃음, 웃음의 질을 어느 정도 버무릴지 고민했어요. 밸런스 조절이 어려웠죠. 코미디는 타이밍적인 게 많아서 늘 장르영화로 훈련되면 쉬운데 저는 처음이라 계속 스스로에게 의심이 생긴 거죠. ‘웃긴가. 너무 웃기면 안된다.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라고 했어요. 편집도 넣고 빼기를 수없이 했죠.”
황혼에 시작되는 로맨스로 알려진 ‘장수상회’. 그 안에는 관객을 위한 선물이 마련돼 있다. 가족과 사랑의 가치, 그리고 그 의미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 강 감독의 바람이다. 과연 감독의 말대로 관객들 역시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얼마나 누릴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송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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