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자신의 세 번째 주연작으로 돌아온 김고은. 지난 2012년 영화 ‘은교’에서 소녀로 등장해 얼굴을 알린 김고은은 ‘몬스터’에서 ‘미친년’ 캐릭터로 변신했다. 이어 29일 개봉을 앞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에서 그는 중성적 매력이 돋보이는 일영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차이나타운’은 오는 5월 13일 개막하는 제54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김혜수, 김고은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역의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일영(김고은 분)이 차이나타운의 대모이자 엄마(김혜수 분)라 불리는 여자에게 식구로 받아들여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성들이 중심이 된 작품인 만큼 김혜수와 김고은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중심인 김고은은 여성과 남성을 넘어 ‘중성’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관객들의 이목을 붙든다. 냉혹한 엄마(김혜수 분)를 위해 돈을 받아오는 일영의 독한 모습과 그 배경이 되는 차이나타운의 살벌한 풍경이 흡사 여성판 ‘신세계’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잔혹한 세계에서 생존하는 일영을 연기한 김고은을 헤럴드POP이 만났다.
〈이하 김고은 일문일답〉
- 칸 영화제 초청 축하한다. 칸 영화제 초청받고 감독님에게 축하한다고 전했다. 촬영 처음과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난다. 감개무량했다.
- 힘든 역할인 것 같은데 힘들지 않았나. 촬영을 마치고 난지 꽤 돼서 그 사이에 다른 작품을 촬영했다.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역할에 빠져들어 가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잘 끝내는 편이다.
- 차이나타운이 배경이다. 가본 적이 있나. 차이나타운에 자주 가는 단골집이 있다. 근데 그곳이 갑자기 없어졌다. 얼마 전에 없어졌다. 중국식 샤브샤브집이였다. 중국에서 어릴 때부터 살아서 훠궈라는 음식은 내게 한국 사람이 된장찌개 생각나듯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 차이나타운의 세계와 일영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다가왔나.
‘이런 세계가 있을까’ 생각한 것은 있었다. 그동안 영화 속에만 봐와서 ‘실제 있을까’ 생각했다. 시나리오 볼 때 ‘이건 정말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역할도 처음부터 잘 받아들이고 들어갔다. 이해하려고 들어간 게 아닌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 일영에게서 무엇을 봤나. 나와 다름이 끌렸다. 나와 다른 것이다. 너무 단순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보통사람은 잘사는 것에 목적을 둔다. 사는 것이 목적이다. 일영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때문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자체 나와 다르다. 감정을 배제하고 살다가 새로운 감정이 개입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 어찌 보면 위험부담이 있는 작품 아니었나. 감독도 데뷔작이다.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면서 출연 생각은 안했다. 시나리오가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감독님, 김혜수 선배님, 제작자분들도 그렇고 ‘쉽지 않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렇더라. 일을 해나가면서 현실적인 부분의 이야기, 선배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대단한 용기와 도전이었겠구나 싶었다. 한준희 감독님도 데뷔작이신데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영화다.이 이야기를 반드시 하고 싶다’고 하셨고 그런 확신으로 출발됐다. 앞으로 이 영화를 조금 더 많은 대중이 봐준다면 다른 분들도 또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싶다.
- 청불 영화에 주로 출연하게 됐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연달아 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개봉해서 저도 안타깝다. 제가 뭔가 작품을 선택할 때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으면 하고 꽂히는 지점이 생기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한다. 당분간 그렇게 해나가고 싶다. 다만 ‘이거는 이래서 싫은 게 있어’라고 하지 않고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코미디나 평범한 일상을 다루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찾아 나서고 있다. 사실 제안 받는 역할들의 시나리오 자체가 장르적이거나 파격적인 부분이 있거나 자극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기는 하다. 밝은 게 들어오는데 좋다고 생각해도 잘 만들어지지도 않고 아니면 완성도가 안 된 상태라서 그런 장르가 어려운 시점이다. 최근 잘 안 나오는 것도 보면 없는 게 사실이다.
- 연기 부담은 없나.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족함을 느끼겠지만 최선까지는 도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임한다. 이 역할을 하면 다른 사람이 나보다 이 역할을 잘 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는 것 같다. 늘 아쉽고 보기 민망한 장면도 늘 있다. 다시보기로 제 영화를 보다가 끄다가 다시 보다는 경우도 있다. 오늘 한 연기를 내일 보면 아쉽다는 느낌도 든다. 그때 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게 있다. ‘그때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고 대충했잖아’라고 생각하면 내가 한심할 것 같다.
- 망가지는 연기도 두렵지 않나.
망가지는 연기가 나를 포기한다는 말과 안 어울린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더 어릴 때 이거저거 부딪치면서 깨지면서 하고 싶다. 안전하고 쉬운 길은 얼마든지 나이가 들어 연차가 쌓이면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모하게 도전해보기도 하고, 욕도 먹는 과정이 필요하다.
- 박보검과의 로맨스 장면이 적어보인다. 아쉽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아쉽다. 나는 처음에 ‘차이나타운’이 멜로인줄 알았다. 멜로 시나리오를 보여 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그러자 한준희 감독님이 ‘이거 멜로인가. 멜로일수도 있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덥석 물렸다.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대화하는데 신중하게 생각한 지점이 석현(박보검 분)과의 시퀀스였다. 절대적으로 남녀 간의 멜로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가장 신중하게 다가갔다.
- ‘어벤져스2’가 상대다. 계속 마블과 맞붙고 있다. ‘어벤져스’ 1편은 ‘은교’로 상대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와 ‘몬스터’도 만났다. 마블 영화는 잘 안 본다.
- 일영이 입고 다니는 꽃무늬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다. 원피스도 의상실장님이 감독님과 상의했다. 어떤 원피스를 보고 일영이 저렇게 반할지 생각했는데 세련되면 이상하지 않을까싶었다. 그래서 꽃무늬가 나온 것은 일영이 생각하는 가장 원피스다운 원피스였다. 센스가 없다.
- 일영이 가진 여성에 대한 판타지 같다. 맞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이다.
- ‘차이나타운’을 보게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우리 영화는 장르적인 특성이 있다. 느와르고 범죄드라마지만 개인적으로 따뜻함이 스며있는 영화다. 감정이 많이 남지 않을까싶다. 개인의 생각이 있을 텐데 개인의 생각에 따라 곱씹어볼 수 있는 영화 같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멜로다. 멜로라는 게 석현과 일영뿐 아니라 엄마와 일영 등 서로 간의 베이스에 사랑이 깔려있다. 먹먹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따뜻한 가족영화라고도 하던데 그런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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