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금준 기자] 노골적인 '19금 마케팅'. 이른바 '빨간 딱지'는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한국 대중음악계를 쥐락펴락하는 아이돌 기획사들. 이들은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음악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도박'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익을 보장하기 힘든 것이 사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띄우기'에 혈안이 된다.
매일 수많은 가수들의 음원과 음반이 쏟아지는 시장 상황. 그 중에서도 내 음반은 소비자의 눈에 꼭 띄어야 한다. 때문에 더욱 '자극'이라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선정적' 혹은 '폭력적'이라는 문구가 달리면 아무래도 한번의 눈길이라도 더 닿기 때문이다.
더욱이 '19금 딱지'는 내 앨범의 판매를 막는 억울한 빗장의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흥미로운 홍보 소재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른바 '19금 마케팅'이다.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이길래 빨간 딱지가 붙었느냐는 대중의 호기심을 역이용 하는 것.
특히 아이돌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10대의 경우 '19금'이 붙었을 때 더욱 격렬히 반응한다. '법'의 잣대를 피해 어떻게든 이를 감상하고, 또 소유하려 한다. 기획사들의 '19금 마케팅'은 이러한 열망에 부채질을 한다.
기획사들은 이를 위해 국내 법제의 허점을 이용한다.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에 서버를 둔 동영상 사이트에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를 게재하고, 우리 청소년이 아무런 재제 없이 이를 클릭하도록 내버려 둔다.
유튜브의 경우 정도가 심하다. 수많은 외국 기반 동영상 사이트 중 국내 이용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뮤직비디오 감상 회수는 좋은 홍보 아이템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는 '유튜브 조회수 XXX만 뷰 돌파'라는 보도자료가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은 국내에서 '19금 딱지'를 받은 뮤직비디오를 공식 계정에 버젓이 걸어 놨다. 국내 심의필 마크는 물론, 로그인을 통한 '최소한의 성인 인증' 없이도 감상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를 발견하고 해당 기획사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반응이 아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다 관리 당국도 아무 말이 없는데 왜 기자가 나서서 딴죽을 거느냐"는 날 선 목소리만이 돌아왔다. 그는 또 "국내 미성년자들이 그냥 감상하도록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거냐"는 물음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소속사는 기자와의 통화 이후 해당 영상의 감상을 위해 로그인을 하도록 수정했지만, 다른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간 영상의 경우 성인인증 없이도 볼 수 있었다. 뒤늦은 대처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기에 더욱 입맛이 썼다.
그렇다면 그 기획사의 말처럼 법적 문제는 정말 없을까. 현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관련 규정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제65조(표시의무) ① 영리의 목적으로 비디오물을 제작 또는 수입하거나 이를 복제하는 자는 당해 비디오물마다 제작·수입 또는 복제한 자의 상호(도서에 부수되는 비디오물의 경우에는 출판사의 상호를 말한다),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따라 분류된 등급, 내용정보, 그 밖에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여야 한다. 〈개정 2008.2.29., 2009.5.8.〉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의 경우 어디까지가 규제 범위인지 대해 다양한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국내법으로 규제를 하느냐 혹은 어쩔 수 없이 방치하느냐는 순전히 관계 기관의 '의지'에 달려있으며, 이를 규제하더라도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규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법은 제99조를 통해 "제98조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부과·징수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엉성한 법망 탓만 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러한 '19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어른'이고, 때문에 미성년자가 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방조'하는 행위는 응당 도의적 비난을 받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무분별한 '19금 콘텐츠'에 점차 무뎌져 가고 있다. 그리고 더 큰 자극을 원한다. 이것이 바로 하루빨리 규제를 정비해야 하는, 또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금준 기자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