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인턴기자]개봉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가 베일을 벗었다. '전설'이라 불리는 전작으로 인해 기대치가 높은 만큼 관객은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2029년 존 코너(제이슨 클락 분)가 이끄는 인류 저항군 대 스카이넷 로봇 군단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 분)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 그리고 2017년의 현재 전쟁을 동시에 그린다.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의 영화 '터미네이터'의 리부트(Reboot) 시리즈 첫 작품으로 역대급 스케일과 시간 전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세계 최고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았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명암을 달리한 '터미네이터' 시리즈 지난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선보인 '터미네이터'는 강렬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로 SF 액션 영화사의 새 장을 열었다. 절대 파괴되지 않는, 파괴 직전까지 아귀처럼 달려드는 살인기계 '터미네이터'는 관객을 충격과 전율 속으로 몰아넣으며 오스트리아의 보디빌더 출신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단숨에 인기스타로 만들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어서 연출한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 역시 액체 터미네이터 T-1000을 등장시키며 영상 혁명이란 찬사를 이끌어 냈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공식을 무참히 깨버린 이 작품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다.

하지만 전작의 명성이 무거웠을까.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터미네이터-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은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T-X가 등장했지만 전작에서의 강렬함을 뛰어넘진 못했다. '미녀 삼총사' 시리즈를 연출한 맥지 감독과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존 코너 역에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았던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2009)도 마찬가지다. 시리즈 사상 최고인 2억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인간을 통한 카타르시스는 느끼기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전설의 새로운 탄생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전작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제 생명을 다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이런 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영화 '토르: 다크 월드'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의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앨런 테일러 감독과 영화 '아바타'를 쓴 리타 캘로그리디스 작가가 손을 잡아 탄생시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시리즈 사상 최강의 적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을 등장시켜 극의 몰입을 높였다. T-3000은 최첨단 기술의 나노 입자로 구성돼 제거가 불가능한 초월적인 존재다. 특히 인류의 희망으로 불렸던 존 코너가 변모한 모습이라는 반전을 가지고 있어 놀라움과 충격을 자아낸다.

또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제작진은 노련한 스턴트 연기자들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극한 액션 장면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적재적소에 카메라를 배치해 공간의 입체감을 부각시킨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의 버스 액션 장면은 역대 '터미네이터' 액션 신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68세인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액션 신을 소화하며 T-800을 연기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에밀리아 클라크 역시 가녀린 외모로 화려한 액션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강인하게 성장한 사라 코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세상을 구할 지도자에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하는 존 코너 역을 맡은 제이슨 클락과 사라 코너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카일 리스 역의 제이 코트니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그리고 T-1000을 연기한 한국 배우 이병헌의 차갑고 어두운 카리스마는 약 20여분의 짧은 등장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제임슨 카메론 감독. 사진=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예고편 캡처]
[제임슨 카메론 감독. 사진=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예고편 캡처]

◆ 당신이 '터미네이터' 골수팬이라면? "반갑거나 쓸쓸하거나" 앞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대해 "내가 만든 1, 2편을 존중해줬다"며 "3편이라고 부를만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영화는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유지하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캐릭터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함께 담아냈다.

사라 코너의 보호자로 등장하는 T-800인 팝스는 마치 부녀 관계를 연상시키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파괴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카일 리스를 향해 "나의 사라를 지켜줘"라고 말하는 팝스의 모습은 관객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난 늙었지만 쓸모없지 않아"라고 말하는 팝스는 이를 증명하 듯 사건 해결의 마스터키같은 역할을 하며 영화 내내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대사 "아 윌 비 백(I'll be back)",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 등의 오마주로 중장년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오랜 시간 '터미네이터'를 좋아하고 그리워했던 골수팬이라면 전설의 귀환이 당연히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후속편이 아닌 리부트 시리즈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가진다. 리부트는 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콘셉트와 캐릭터만 가져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소재적 측면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에 환호했던 이상의 것이 영화에 없다면 팬들은 이 작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특히 '터미네이터'의 골수팬들은 최고의 숙적이었던 스카이넷의 허무한 종말에 오랜 친구를 떠나 보낸 듯한 쓸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영화를 통해 '터미네이터'를 새롭게 접한 관객 또한 1~4편을 관통한 여러가지 캐릭터들과 이론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엔 다소 벅찬 감이 있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과 감동을 자아내는 탄탄한 스토리는 시리즈의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나온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는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벌써부터 자아내고 있다. 이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터미네이터'의 31년 전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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