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요즘 방송가는 ‘셰프테이너’ 시대다.

과거 단순히 레시피를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정보와 재미를 접목시킨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모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이러한 흐름에 셰프는 요리사와 예능인의 역할을 동시에 겸하고 있다. 하지만 셰프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에서 균형감을 잡지 못해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요리의 달인이 예능인에 치우친 성격으로 셰프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든지 화제성만 지닌 셰프가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질 논란의 도마에 오른다든지 한다.

동시간대 방송 중복 출연까지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스타 셰프들. 원조 스타 셰프로 여러 요리 프로그램을 거쳐온 강레오의 발언은 예능에 치우친 스타 셰프들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으로 해석되며 화제를 모았다. 강레오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리사가 방송에 너무 많이 나오는 건 역효과다. 음식을 정말 잘해서 방송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출연하게 되면 요리사는 다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서양 음식을 공부하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거랑 똑같은 거다. 본인들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튀는 거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라는 발언으로 분자 요리로 유명한 스타 셰프 최현석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강레오. 사진=송재원 기자]
[강레오. 사진=송재원 기자]

결론적으로 강레오의 진심이 알려지고 최현석의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봉합됐지만 스타 셰프의 부작용 혹은 이면을 꼬집는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강레오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최현석이라는 특정 셰프가 아니라 셰프의 본업보다 예능인의 부업이 더 커진 현상에 대해 논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강레오가 우려하는대로 스타 셰프들이 예능인의 모습으로 소비되는 측면이 부작용을 낳을 때가 많다. 스타 셰프들이 수많은 셰프들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이미지가 정착되는 경우 셰프의 권위가 흐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 셰프들을 키워내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기도 한다. 셰프라는 특정 직업을 예능 선상 위로 끌어내기 위해 셰프들마다 일종의 ‘캐릭터’를 심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최현석은 ‘허세’를 잡았고, 미카엘은 ‘여심 겨냥’을 안고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강레오가 지적한대로 셰프라는 메뉴보다 예능인의 양념이 더 강력하게 뿌려졌다. 스타 셰프들이 다른 프로그램까지 건너가 재미를 더한 예능인의 역량이 더 크게 소비됐다.

[맹기용. 사진제공=JTBC]
[맹기용. 사진제공=JTBC]

맹기용은 스타 셰프 키워내기에 열을 올린 제작진이 화를 키운 불운한 경우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훈남 셰프로 합류한 맹기용은 첫 출연 이후 논란만 거듭하다가 34일 만에 자진 하차를 결정하는 씁쓸함을 낳았다. 맹기용은 서울 홍대 일대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퍼블리칸 바이츠의 메인 셰프다. 요리 입문 4년차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레시피 도전으로 셰프계 젊은 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대외적으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하다 보니 자질 논란에 휘말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 십 년간 갈고 닦은 수준급 실력의 스타 셰프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맹기용은 단지 얼굴이 잘생기고 어려서 뽑힌 셰프라는 선입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어린 셰프의 실수들이 크게 부각됐다. 단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중화계 달인 이연복 셰프도 어려워했던 만큼 쉬운 과제는 아니었기에 맹기용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방송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연이은 논란에 한 회도 그냥 지나치는 날이 없었다. 특히 ‘오시지’ 레시피는 방송 이후 한 파워블로거의 것과 흡사하다는 추측에 휘말리며 ‘레시피를 도용한 셰프’라는 멍에를 져야 했다. 이 블로거가 직접 나서서 “레시피가 엄연히 다르다”라고 진압해주지 않았다면 맹기용은 끝까지 표절자로 낙인찍혔을 지도 모른다. 결국 맹기용은 요리 실력보다는 ‘훈남 셰프’라는 예능인의 이미지만 소모된 뒤 퇴장 당한 것이다.

결국 셰프와 예능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셰프테이너의 지혜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제작진의 노하우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할 때다. 둘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면 여러 잡음이 한창 불붙고 있는 셰프테이너의 시대에 물을 끼얹을 꼴이 될 수 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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