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 프리랜서 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가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와 함께 독일의 유명 판타지 작가인 토마스 핀 씨를 그의 함부르크 자택에서 만나 ‘글쓰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였다. ‘창의적 글쓰기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도 참석하였으며 좌담록(독문)은 스반체 퇴니스 씨가 작성하였다. 5월 19일 저녁에 좌담회를 열고 추가 질문과 답변은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①‘문장력 향상 비법’과 ②‘창의적으로 글쓰는 방법’, ③‘핀 작가의 작품 창작 방법’ 등을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주>
토마스 핀 작가는 어떻게 글감을 찾아서 집필하나
▲신향식 기자=“보통 소설을 쓸 때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토마스 핀 작가=“일어납니다. 씻고 아침을 먹으면 바로 책상에 앉습니다. 먼저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한 시간 가량 살펴봅니다. 그러고 나서 일을 시작하지요. 우선 제가 지금까지 작업한 결과물을 다시 읽어보고 계속 이어서 씁니다. 보통 5?7쪽 정도 됩니다.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당연히 조금 더 쓰겠지요. 오전부터 저녁까지 계속 씁니다. 자러 갈 때도 쓰고 싶은 게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장시정 총영사=“그럼 다른 건 전혀 하지 않으세요? 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장면을 상상하는데요. 하하.” ▲핀 작가=“당연히 잠깐 쉬기도 하지요. 제게는 하루 중에서 오후 4시나 5시 정도가 최저점입니다. 저녁을 먹고 난 직후에도 일이 잘 되지 않지요. 그러면 그냥 쉽니다. 일은 나중에 하기로 결정합니다. 밤 10시나 11시 정도가 되면 다시 동기 부여가 돼서 작업합니다. 그러면 밤새도록 글을 쓰지요.”
▲장 총영사=“항상 필기할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매일 저널을 적나요?” ▲핀 작가=“네, 언제나 수첩을 들고 다닙니다. 하하.”
▲기자=“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핀 작가=“글을 쓰려면 손으로 하는 연습(Fingerubungen, 핑어위붕엔)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저 같은 소설가들에게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플롯(Plot)이라고 일컫는 사건 진행에 따라 소설을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수 주일, 수 개월 동안 사건을 진행시킵니다. 그때서야 진짜 글쓰기 작업을 시작합니다. 제게는 중심인물에 관한 사실적인 글쓰기보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글감 성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 걸려…첫 소설은 1년 반 소요” ▲장 총영사=“소설을 쓰는 시간이 학술적인 저술보다 적게 걸리는군요.” ▲핀 작가=“아마도요.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다고 생각해 주세요. 제가 첫 번째 소설을 쓸 때만 해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쓴 건 아니지만 한 아이디어가 성숙해지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글을 빨리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도 대개는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는 힘듭니다. 초보자들은 훨씬 오래 걸립니다.”
▲장 총영사=“혹시 역사 소설에도 혹시 관심이 있으신가요?” ▲핀 작가=“그럼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제게 취미 이상은 아닙니다. 당연히 몇몇 역사적 테마는 자극적인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동료들처럼 저도 다방면에 관심 있는 편이지만 다음 글쓰기에 관한 아이디어가 어디서 떠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장 총영사=“뤼터 대표께서는 창의적인 글쓰기를 강의하시는데, 혹시 교사로 일하신 적이 있나요?” ▲존야 대표=“저는 독서나 다른 작가들과의 대화, 그리고 연습을 통해 독학으로 공부해서 글쓰기 실력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제가 습득한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의할 자격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창의적 글쓰기 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보통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가끔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전문 작가들이 오기도 합니다. 저는 글쓰기가 하나의 도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사람들은 그 도구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의 아이디어는 혼자서 찾아야만 합니다.”
▲장 총영사=“희곡도 쓰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실제로 공연된 적이 있나요?” ▲핀 작가=“네, <달타냥의 딸> 그리고 <로빈 후드>가 공연되었습니다. 두 작품은 독일 관중들에게는 굉장히 많이 대중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은 곧 같은 합법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합법성을 잘 인식하고 정복했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대중? 전문가? 독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한 뒤 펜을 들어라” ▲장 총영사=“제가 글쓰기에 굉장히 많이 관심을 갖게 만드시네요. 저도 언젠가 소설 같은 걸 써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저는 우선 학술적인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혹시 여기에 관한 조언을 주실 수 있는지요?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걸릴까요?” ▲핀 작가=“독일에서는 두 가지 장르의 구별이 확실합니다. 첫 번째는 일반 대중을 위해 쓰인 교양서고, 다른 하나는 학술적인 글입니다. 학술적인 글은 대학에서 강의를 위해 쓰인 책을 말합니다. 주로 세미나에서 다루거나 교수들이 수업의 필독서로 사용하기 위해 직접 집필합니다. 이런 책은 일반 전문서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적인 중요성이 요구됩니다.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각주나 부록 같은 것도 원칙대로 써야 합니다.”
▲기자=“교양서는 어떤가요?” ▲핀 작가=“반면에 교양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광범위한 대중들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을 위해 쓰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쓰는, 어렵고 난해한 문장이 아니라 정말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써야 합니다. 대학이란 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 분야에 능통하긴 하지만 대개 좋은 글을 쓰진 못합니다. 그들의 글쓰기 스타일은 진부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자=“출판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핀 작가=“교양서를 쓴다면 먼저 어떤 출판사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사실 누구나 교양서를 쓸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 주재 총영사로서도 업무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아마 독일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총영사께서는 독일에서 경험한 것을 이야기로 들려주실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을 심사숙고해 보는 것입니다. 만약 우표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면 먼저 누구를 위해 써야 할지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대중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를 위한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본문에 각주 달면 자리를 많이 차지해 맨 뒤로 빼기도” ▲장 총영사=“교양서에도 각주 같은 것이 많이 쓰이는지요? 현재 통용되는 스타일은 어떤가요? 각 쪽마다 달리나요, 아니면 맨 뒤에 달리나요?” ▲핀 작가=“각주는 말 그대로 각주입니다. 다시 말해, 각 쪽의 하단에 달리는 것입니다. 책의 맨 뒷장에는 그 외의 출처 같은 것을 표기합니다.”
▲장 총영사=“제가 보기에는 문헌목록 정도만 대충 언급하고 정확히 적지 않는 교양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도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핀 작가=“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확실한 규정은 없습니다. 출판사마다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책의 본문에 각주를 달면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맨 뒤에 달곤 합니다.” ▲존야 대표=“적잖은 교양서 작가들이 괄호 속에 인용구를 넣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읽기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쓰는 게 재미있어…작가는 정말 멋진 직업” ▲장시정 총영사=“뤼터 대표님도 소설을 쓰시나요?” ▲존야 대표=“네, 저는 스릴러를 한 편 쓴 적이 있습니다. 곧 2부가 나올 예정입니다. 이 소설을 쓰면서 재미를 참 많이 느꼈습니다. 작가는 정말 멋진 직업입니다.”
▲장 총영사=“소설을 한 편 쓰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립니까?” ▲핀 작가=“글을 쓰는 것만 말한다면 대략 500장 쓰는 데 3개월 정도 걸립니다. 글을 쓰기 전에 이야기를 고안하는 데 2개월 남짓 필요합니다. 대충 스토리가 떠오르면 3~4장짜리 초안을 작성합니다. 보통 이 초안을 가지고 출판사에 지원합니다. 글쓰기가 끝나면 출판사 원고 심사부를 거치는데 한 달 정도가 추가로 소요됩니다.”
▲장 총영사=“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이 팔렸나요?” ▲핀 작가=“솔직히 말해서 저도 잘 모릅니다. ‘바이써 슈렉켄’이란 책은 7판까지 인쇄되어 8천부가 팔렸습니다. 다른 책 하나는 10,000부 정도 인쇄되었습니다. 제일 많이 팔린 소설의 판매 부수는 30,000부입니다. 출판사가 소설을 베스트 서적으로 올려줘야 그런 판매가 가능합니다. 피퍼 출판사는 6개월마다 판타지 장르에서 15권 정도를 출판합니다. 하지만 그중 3권 정도만 베스트 서적으로 선정되어 서점에서 좋은 자리에 진열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세를 제대로 받기가 힘듭니다.”
▲기자=“인터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복사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마 기사는 한국어로 쓰이겠지만요.” ▲핀 작가=“정말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저도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장시정 총영사는 좌담회 뒤 ‘총영사관 개방행사’ 초대장을 전달하고 “오랜만에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인사를 건넸다. 핀 작가와 존야 대표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좌담을 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럽에서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말한다”면서 활짝 웃었다.(끝)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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