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가수 출신 아이돌 중 연기를 잘하는 멤버를 일컬어 ‘연기돌’이라 부른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던 남성 그룹 제국의아이들(제아)은 ‘연기돌’ 시완과 형식 덕분에 유명해졌다. 멤버 광희가 데뷔 초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멤버 두 명이 ‘연기’로 뜨니 ‘그룹’도 떴다. 여성 그룹 레인보우는 제아보다 앞서 데뷔했지만 유명세가 덜하다. 카라의 ‘여동생 그룹’으로 데뷔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낙담하기에 이르다. ‘연기돌’ 정윤혜(26)가 있기 때문이다.
정윤혜는 지난 2009년 레인보우 멤버로 데뷔했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발랄한 매력을 지녔으나 김재경, 김지숙 등 개성 강한 멤버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와 우울증은 그를 더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깊은 절망과 체중 증가로 악순환의 나날이 반복되던 중 레인보우 멤버들의 위로를 받으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뒤로 다시 찾은 초심. 학업을 위해 상경했던 열여섯 살 마음에 품었던 연기를 향한 그리움이었다. DSP미디어 입사했을 때에도 연기자 지망생으로 합격했던 그였다. 연기라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0kg 감량과 피나는 노력 끝에 데뷔 4년 만에 첫 드라마 JTBC ‘맏이’ 출연을 확정했다.
“레인보우로 데뷔하고 난 뒤에도 틈틈이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많이 봤어요. 물론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들이 아니었죠(웃음). 무대에 서면서도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본 ‘맏이’에 덜컥 붙었죠. 극중에서 오남매의 넷째 영숙 역을 맡았는데 아역배우가 저랑 많이 닮아서 운 좋게 된 것 같아요. 그때 감독님께서 제게 아이돌스럽지 않은 아이돌이라고 애기하셨어요.”
그의 말처럼 정윤혜는 아이돌이라는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다면 신인 연기자로만 보인다. 현재 출연 중인 MBC 일일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를 본 시청자라면 대부분 정윤혜라는 이름보다 극중 캐릭터인 한공주를 먼저 떠올릴 정도다. 발랄하고 순수한 한공주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연기력 논란도 피해간 그다.
“‘맏이’ 이후 드라마를 한 번 더 찍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제 내공으로는 도저히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잘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죠. 그러다가 만난 게 공주예요. 제 안의 모습을 끄집어 내 연기하니 조금 편안하더라고요. 방송 시간이 오후 7시 15분인데요. 이때는 젊은 친구들이 TV를 잘 안 보잖아요. 주로 어르신들이 보시는데 제가 아이돌인지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였어’ 하시고는 절 새롭게 보시더라고요.” 연기를 향한 열정을 보니 정윤혜의 잠재력이 크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큰 장점이다. ‘위대한 조강지처’ 스태프들도 하나같이 정윤혜를 챙길 정도로 인성 좋은 배우로 평판이 자자하다.
“선생님들과 연기할 때 정말 좋아요. 배울 게 천지거든요. 그렇게 호흡하다 보니 NG를 거의 내지 않으려고 해요. 45회를 넘긴 현재까지 몇 번 안 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선생님들 중 누구도 NG를 내지 않으시거든요. 거기에서 제가 어떻게 내겠어요. 연습 또 연습뿐이에요.”
물론 정윤혜는 ‘미생’에서 대박을 친 시완이나 ‘가족끼리 왜이래’부터 ‘상류사회’까지 연속 안타를 친 형식처럼 큰 역할을 맡은 건 아니다.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조연급이다. 그렇지만 정윤혜는 조급해 하지 않는다. 오래 사랑받는 배우가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지만 실망스럽지 않아요. 지금은 당장 보이는 역할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내공을 쌓는 게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총 120부 중 이제 절반이 채 안 됐는데요. 회를 거듭할수록 전진할래요. 차근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겸손하게 웃으며 얼버무리는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사실이다. 2년 전 ‘맏이’ 연기력과 비교하면 현재 정윤혜는 확실히 성장해 있었다. 고우리, 김재경, 조현영 3명의 멤버들도 연기에 매진 중인데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레인보우를 먹여 살리는 ‘대표 연기돌’로 거듭나지 않을까.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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