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제 68회 칸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나의 어머니’(원제 MIA MADRE, 감독 난니 모레티)의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사전’이 전격 공개됐다.

‘나의 어머니’는 칸영화제 감독상,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난니 모레티가 30여 년간 교직에 계셨던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자전적인 이야기로부터 탄생시킨 작품이다.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 분)와 그의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겪는 우아한 유머와 담담한 슬픔의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

사진=영화 '나의 어머니' 포스터
사진=영화 '나의 어머니' 포스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답게 언론의 극찬과 더불어 세대를 막론한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며 입소문을 얻고 있는 가운데 난니 모레티의 품격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속 영화사전을 공개한다.

#1. 마르게리타, 로마의 영화관에서 젊은 날의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 : 빔 벤더스 ‘베를린 천사의 시’(1987)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 하는 주인공 마르게리타가 영화관 앞 인파 속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인상 깊은 장면에서 관객들이 좋은 영화라며 기다리는 영화는 바로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사진=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포스터
사진=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포스터

독일 대표하는 거장이자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의 대표작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고 작가 페터 한트케와 함께 쓴 시나리오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천사 다미엘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로 빔 벤더스 감독에서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수작이다.

#2. 배리, 거장 큐브릭과의 인연은 진실인가 허세인가 : 스탠리 큐브릭 감독(1928-1999) 할리우드 유명 배우로 마르게리타가 연출을 맡은 신작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이탈리아에 온 배리(존 터투로 분).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세인지 모를 만큼 엉뚱하고 호기스런 그가 마르게리타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풀어 놓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과의 캐스팅 에피소드 역시 영화 팬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장면이다.

스탠리 큐브릭. 사진=티캐스트
스탠리 큐브릭. 사진=티캐스트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은 ‘롤리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풀 메탈 자켓’ 등 매 작품마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수많은 감독 등에 영향을 끼쳤다.

#3. 반갑다 로마야. 로마에 온 미국 배우 배리를 흥분시킨 거장들 : 로셀리니, 안토니오니, 페트리, 펠리니 로마에 도착한 배리가 “반갑다 로마야”를 외치며 흥분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로셀리니, 안토니오니, 페트리, 펠리니는 모두 이탈리아 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그래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네오 리얼리즘의 선구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 누벨바그의 아버지이기도 했고, 현대 영화의 창안자이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무방비 도시’ ‘전화의 저편’ ‘독일 영년’ ‘이탈리아 여행’ 등이 있다.

또 한 명의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2차 대전 직후 새로운 가치관 속에서 개인적인 문제들,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면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며 모더니즘의 세계를 구축했다. 첫 장편 ‘사랑의 연대기’를 비롯해 ‘정복된 사람들’ ‘외침’ ‘정사’ ‘밤’ ‘태양은 외로워’ ‘붉은 사막’ ‘욕망’ ‘여행자’ 등의 작품을 남겼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1906-1977),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1912~2007),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1920-1993), 엘리오 페트리 감독(1929-1982)(좌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티캐스트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1906-1977),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1912~2007),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1920-1993), 엘리오 페트리 감독(1929-1982)(좌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티캐스트

엘리오 페트리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카를로 리자니, 푸치니, 디노 리치 같은 이탈리아 감독의 각본을 쓰는 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최고 작품으로 평가 받는 ‘10번째 희생자’를 비롯해 ‘완전 범죄’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1977년 발표한 ‘노동자 계급 천국에 가다’로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을 5번이나 수상한 페데리코 펠리니는 학교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으며, 유랑 극단을 따라다니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21살 개그맨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을 만나 조감독으로 본격적인 영화 일을 시작했으며 ‘청춘군상’을 시작으로 ‘길’ ‘절벽’ ‘카리비아의 밤’ ‘달콤한 인생’ ‘8과 2분의 1’ 등 이탈리아 영화와 펠리니를 동의어로 만든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카데미에서 찰리 채플린, 오손 웰즈, 알프레드 히치콕에 이어 4번째로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했다.

#4. 필~ 받은 배리가 열창한 ‘우유송’의 정체는? : ‘보카치오 70’의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 편 이탈리어에서의 영화 촬영에 한껏 들뜬 배리가 로마 거리가 떠나가게 부르던 정체불명의 ‘우유송’ 역시 알고 보면 난니 모레티의 페데리코 펠리니를 향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

페데리코 펠리니, 비토리아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마리오 모니첼리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보카치오 70’에서 페데리코 펠리니가 연출한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에 등장하는 음악인 것.

영화 '보카치오 70'(1962) 포스터, 영화 속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 장면. 사진=티캐스트
영화 '보카치오 70'(1962) 포스터, 영화 속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 장면. 사진=티캐스트

영화는 청교도적인 엄격한 삶을 살고 있는 안토니오 박사가 자신의 집 앞에 놓인 광고 표지판 속의 육감적인 미인이 살아 움직이는 환상에 시달리는 내용이다. 영화 속 안토니오 박사가 첫 눈에 반한 미인이 광고하는 우유의 CM송이 바로 배리가 목청을 높여 부르던 노래다.

노래를 부르기 직전 “안녕하신가! 페피노 데 필리포!”라고 외치는데 페피노 데 필리포는 안토니오 박사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전작을 통해 씨네필들에게 익숙한 배우다.

#5. 귀여운 허세남 배리의 차기작은 소울이 넘치는 갱스터 영화?! :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카그니, 에드워드 로빈슨,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 괴짜 같은 면모로 마르게리타를 괴롭게 하는 배리가 그의 속도 모르고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며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하는 장면에서도 시네필들이라면 귀가 쫑긋해지는 이름들이 등장한다. 갱단, 사립탐정 등 미국의 특징적인 일면을 개성 강한 연기로 실감나게 선사한 험프리 보가트는 국내에 ‘카사블랑카’로 잘 알려진 배우다.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카그니, 에드워드 로빈슨, 오손 웰즈 감독, 영화 '악의 손길'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티캐스트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카그니, 에드워드 로빈슨, 오손 웰즈 감독, 영화 '악의 손길'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티캐스트

제임스 카그니는 영화 사상 최고의 터프가이로 기억되는 명품 배우다. 그는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양키 두들 댄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에드워드 로빈슨 역시 갱스터 영화, 범죄 영화를 주름잡으며 큰 인기를 얻은 배우이다. 1949년 ‘이방인의 저택’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데뷔작으로 손꼽히는 ‘시민 케인’으로 유명한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도 깜짝 언급된다. 강렬한 느와르 장르로 허름한 변경 마을의 스트립 바와 모텔을 무대로 펼쳐지는 타락과 양심에 관한 섬뜩한 이야기인 ‘악의 손길’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영화 감독들의 경의를 받는 작품이다.

‘나의 어머니’는 이탈리아 대표 여배우 마르게리타 부이를 비롯해 존 터투로, 난니 모레티 감독이 출연해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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