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육상대회 엑소 백현 수호. 사진제공=MBC]
[아이돌 육상대회 엑소 백현 수호. 사진제공=MBC]

[헤럴드POP=김은주 기자] 명절 때 모이는 가족을 위한 웃음 제조용 프로그램들. ‘동안미모 선발대회’ ‘명작 영화’ ‘가요 열전’ ‘음식 대결’ 등 매번 비슷비슷한 재료들에 살짝 다른 양념이 뿌려져 식탁 위에 차려지고 있다. 설 추석용 단골손님을 하나 더 꼽자면 ‘아이돌 육상 체육대회’다. 일명 ‘아육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벌써 11회째 내려오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지난 5년간 발바닥이 불나도록 뛴 아이돌의 희로애락을 들여다봤다. △‘아육대’는 어떻게 명절 간판이 되었나

‘아육대’가 아이돌이 모여서 체력을 겨루는 대회라고 본다면 시초는 지난 2009년 10월 방송된 MBC 추석 특집 ‘서바이벌 달콤한 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소녀시대,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애프터스쿨, 티아라 6개 그룹 27명이 출동해 팔씨름, 못박기, 달리기 등을 했다. 당시 카라 구하라는 달리는 모습이 마치 세계적 선수 우사인 볼트에 버금간다며 ‘구사인 볼트’로 불렸다. 시합 도중 넘어져 티아라 보람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시청률도 좋았다. 추석 특집 지상파 3사 중 톱4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뼈대를 갖춘 ‘아육대’는 MBC의 효자 명절 프로그램이 됐다. 2010년 9월 첫 발을 내딘 제1회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는 120명에 이르는 아이돌 스타들을 모아놓고 달리기, 허들, 창던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미니 올림픽 수준으로 꾸려졌다. 당시 소속사별로 팀을 나눠 소속사간의 자존심 경쟁으로 뜨거웠다.

거대한 팬덤을 이끄는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니 시청률도 화제성도 단연 최고였다. ‘아육대’의 인기가 높자 설 특집까지 파격 편성됐다. 2회는 이듬해 2월 ‘육상 수영대회’로 이름을 바꿔서 방영했다. 출연진도 다양해졌다. 원조 아이돌과 연기자 연합팀을 만들어 긴장감을 높였다. 수도권 시청률은 20%까지 치솟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아육대’는 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했다. 3회부터는 규모를 대폭 키워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아이돌, 가수, 연기자, 개그맨 등 150여 명이 6종목에서 33개의 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4회를 맞은 ‘아육대’는 지난 2회 때 겨뤘던 수영 종목을 다시 구성해 추석과 설 특집을 구분했다.

[아이돌 육상 대회 설현. 사진제공=MBC]
[아이돌 육상 대회 설현. 사진제공=MBC]

인기 스포츠를 추가 포진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6회에서는 양궁을 신설해 시청률 상승에 성공했고, 7회에는 풋살을 추가하며 스포츠 마니아 몰이까지 나섰다. 9회 때에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한 컬링을 넣으며 시의성 있는 종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10회부터는 농구를 추가했다. 이후 현재 양궁, 풋살, 농구는 고정 인기 종목이 됐다. 올 추석에 방송되는 11회는 씨름을 신설해 시청자 층을 폭넓게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아육대’의 치명적 단점과 과제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아육대’가 초반에 봉착한 문제는 분량 배분이었다. 인기 그룹이 10여 팀이다 보니 제작진도 편집에 대한 고민이 심했다. 2회 ‘아이돌 스타 육상 수영대회’ 때부터 문제가 터졌다. ‘육상의 꽃’인 계주가 통편집 됐기 때문. 이에 팬들은 그룹 인지도에 따라 방송 분량을 편집했다며 제작진의 행태를 꼬집었다. 당시 걸 그룹 레인보우도 희생양이 됐다. 4개월에 걸쳐 준비한 싱크로나이즈 공연이 1분도 안 나간 것. 이에 제작진은 “한정된 시간으로 다 담을 수 없었다”고 해명하며 부랴부랴 미분량을 1회 추가 방송하기도 했다. 2013년 설 특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달샤벳과 씨클라운이 각각 계주와 경보에서 1등을 차지했지만 통편집됐다. 뉴이스트와 헬로비너스가 선보인 개막식 축하 응원 무대도 시청자는 보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은 “녹화 시간이 길어져 다 담지 못했다. 경보는 기준이 애매해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 내보내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아육대’가 명절 대표 인기 프로그램이 되면서 승부 경쟁이 심해졌다. 이로써 발생한 온갖 부상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아이돌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5년간 흘러온 경기에서 크고 작은 부상으로 향후 일정을 전면 수정하는 팀들도 속속 나왔다. 이에 제작진은 매번 부상 없는 ‘아육대’를 외치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이돌 육상대회 박형식. 사진제공=MBC]
[아이돌 육상대회 박형식. 사진제공=MBC]

수많은 아이돌과 팬들이 밀집하다 보니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잡음들. 올해는 티아라가 팬들을 무성의하게 대했다는 증언들이 속출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여러 해에 걸친 노출에 따른 식상함과 편집 논란 등으로 피로도가 쌓인 걸까.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념한 제5회 ‘아이돌 올림픽’부터 시청률이 하락하며 한자리에 머물렀다. 새로운 종목 추가와 팀 편집으로 시청률을 만회하며 꾸준히 방영 중이다. △‘아육대’ 그럼에도 계속 되어야 한다 ‘왜’

갖가지 부상과 여러 잡음들. 그럼에도 ‘아육대’는 명절 대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군림하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들과 손에 땀을 쥐는 결과들이 극적 재미를 준다. 촬영 현장을 다녀온 관계자들은 ‘아육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 방송 관계자는 헤럴드POP과의 전화통화에서 “예선부터 본선까지 진행해야 하기에 촬영 시간이 상당히 길다. 다들 피로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아육대’를 선호하는 것은 팬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년에 두 번 정도 가까이에서 팬들과 같은 땀을 흘리는걸 다들 즐거워하고 있다. 명절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 온가족이 시청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신인 아이돌 관계자는 “아이돌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정돼 있다. 신인은 더욱 그렇다. 음악 프로그램도 매주 20~30팀 내외로 정해지는데 인기 가수들이 대거 컴백할 경우 설 자리도 없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설 수 있는 무대가 ‘아육대’라 환영한다”라고 입장을 설명하며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로 승부를 띄우고 싶지만 3~5분 정도의 짧은 무대로는 매력을 발산하기에도 벅차다. ‘아육대’를 통해 운동이라고 잘하는 스타로 등극하면 좀 더 조명을 받을 수 있기에 반갑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돌이 노래와 춤을 잘하는 것도 모자라 운동까지 잘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운동에 소질이 없는 친구들은 정말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인다”라며 “간판 인기 프로그램이기에 방송사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스케줄 조정까지 해가며 최대한 맞춘다. ‘아육대’ 출연을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더라”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아육대 진단①] 계륵이 된 ‘아이돌 육상대회’ 이대로 괜찮나 [아육대 백과사전②] 명절을 사로잡은 영광의 순간들 [아육대 특집③] ‘체육돌’에서 ‘인기돌’로 거듭난 ★ [아육대 특집④] ‘육상의 꽃’ 총알탄 사나이 VS 아가씨김은주 기자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