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 이 청년, 참 바르고 올곧다. 스스로 "나쁜 짓 많이 해요"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더 착할 것 같은 남자. 배우 강하늘 말이다. 그의 맑은 눈망울에서는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읽히고 환한 미소에서는 무엇이든 긍정적을 생각할 수 있는 순수함이 엿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강하늘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빛나던 청춘 윤동주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시인의 삶을 스크린에 소환해 큰 울림을 전하고 있는 것. 누구보다 청춘의 단면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던 그이기에 시인의 삶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지난 17일 동시 개봉한 '동주', '좋아해줘'(감독 박현진) 외에도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의 예능에 출연해 연기 인생 최고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강하늘. 그럼에도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미소를 지어 훈훈함을 안긴 그를 헤럴드POP이 만나봤다.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Q. '좋아해줘'와 '동주'가 동시개봉을 했다. '강하늘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는데? "전혀 아니에요.(손사레 치며 웃음) 사실 제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처음엔 저도 당황했어요.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할까 싶었죠. 지금은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기려고 해요. 둘 다 제가 사랑한 작품이니 각자의 작품에 충실하려고요."

Q.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동주'가 특히 부담감이 심했을 것 같다. 촬영을 마치고 후련한 기분이 들었나? "맞아요. 촬영이 끝나고 후련했어요. 그런데 개봉을 하니 부담이 되네요. 개봉을 하면 비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저의 연기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Q. '동주'의 흥행에 대한 생각은? "흥행을 떠나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봐달라는 것이 다른 뜻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고 있었다는 과거에 대해서 되돌려 생각해 볼만한 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Q. 본인은 윤동주 시인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제겐 작품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다시 하라 그러면 못할 것 같아요.(웃음) 일단 저는 색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윤동주 시인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싫었어요. 이준익 감독님이 술 마시다 해주신 말이 있어요. '작품을 할 때 의도를 집어넣으면 그건 다른 의미의 폭력'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윤동주 시인이 당시에 그 삶을 살다 가셨잖아요. 그래서 그 분이 어떠한 모습이라고 보여 주는 게 죄송스러웠어요.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보여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것 같아요."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Q. 영화 속 시 낭송이 인상적이었다. "시 낭송은 후시 녹음으로 진행됐어요. 리딩을 하다 울었죠. 리딩장에서 '울보'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어요. 다른 것 보다 마지막에 서시를 읊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원래 시집에선 서문에 서시가 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나오죠. 서시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부분을 읽는데 '죽' 자가 목소리로 안 나오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 고생을 한 기억이 있어요."

Q. 시 낭송에 크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원래는 한톤으로 녹음을 했어요. 그런데 붙여놓고 보니 시가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루해지기도 했고요. 감독님이랑 상의한 끝에 톤을 바꿔버리면 독백이 되니까 느낌만 가지고 해보자고 했어요. 여러 번 녹음한 끝에 좋은 것들로 삽입된 것 같아요." Q. 윤동주 시인을 연기해 보니 교과서에서 배울 때랑은 다르지 않았나? "원래 제가 윤동주 시인의 팬이에요. 그런데 시로 윤동주 시인을 보니까 제 무의식 중에 거대한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대본을 읽었는데 '윤동주라는 시인이 허구가 아니지 않나. 그 사람도 열등감, 질투, 사랑을 했을 텐데 그 감정들을 묵살해 버리고 이미지만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기 전과 후가 있다면 그 전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했는데 이후에는 윤동주라는 인간이 좋아졌다는 점이에요. 사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셔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더더욱 '동주'에서 인간 윤동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색을 빼기 위해 애썼어요."

Q. 이준익 감독과는 '평양성'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없었나? "'평양성'을 찍고 나서도 감독님과는 자주 본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놀이터처럼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악기로 연주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친구처럼요. 감독님은 저와 모토가 비슷하세요. 특히 '무조건 재밌게 웃고 즐기자'는 부분에서 많이 배웠죠. 촬영 현장 분위기도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셨어요."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Q. 박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민이 형이랑 6년 전에 알게 됐어요. 촬영 전부터 굉장히 친했죠. 영화 촬영할 때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했어요. 서로 굉장히 서로 믿었거든요. 툭하면 툭이고 척하면 척이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어느 정도로 좋았냐면 저는 정민이 형이랑 연기하는 건 '동주'가 끝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뇌리에 정민이 형의 송몽규가 깊이 남아있어서 만약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연기가 안 될 것 같거든요. 정민이 형이랑은 흑백 영화처럼 함께한 그 모습을 담겨두고 싶어요. 그 정도로 좋았어요." Q. 박정민은 어떤 배우인가?

"정말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예요. 저도 많이 배웠지만 제 주변 친구들을 형에게 데려가서 배우게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얼마나 몰두를 했으면 안압이 올라서 눈에 핏줄이 터졌겠어요. 연기를 정말 치열하게 해서 그 점이 놀랍고 감탄스러웠어요."

Q.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시집 이름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잖아요. 처음엔 제 이름이 들어가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원래는 '서시'나 '별 헤는 밤'을 좋아했는데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는 '자화상'이 좋아졌어요. 예전엔 그 시가 당연히 윤동주 시인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꼭 송몽규를 대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그 시가 가장 좋아졌어요."

Q. OST도 직접 부른 것으로 안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노래를 하는 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싶었죠. 혹시 제가 영화의 감정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걱정하지 마. 안 좋으면 안 써'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영화를 보고 제 노래가 나왔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배우 강하늘. 사진=송재원 기자]

Q. 마지막 장면에서 송몽규와는 달리 싸인을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대본 초고 때는 전부 일본어로 말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읽다보니 이 대사는 한국말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말로 바꿨어요. 물론 그 일본 형사는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영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 대사는 꼭 한국말로 하고 싶었어요."

Q. 실제 그 시대를 살았다면 강하늘을 어땠을까? "전 송몽규 열사님처럼 용감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맡은 자리에서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생체실험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놀라시더라고요. 윤동주 시인이 그렇게 돌아가신지 몰랐던 거죠. 주변 사람들한테 대본을 보여줬더니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돌아가셨어? 실화야?'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형무소 신은 한 번에 몰아서 찍었어요. 마지막 일주일을 그 곳에서 찍었는데 저는 정말 암담하고 비참했어요.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돌아가셨다는 게 참 아팠어요."

Q.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에게 '동주'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사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점을 경계했죠. 다만 사람은 익숙함의 동물이잖아요. 오늘이 익숙해지고 내일을 바라보기에 지난날을 되돌아 볼 시간이 적은 분들께 '동주'가 과거를 돌이켜 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거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는 게 현재를 위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강하늘 "주변 사람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POP인터뷰②]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