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잘 어울렸다고 말씀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이지아는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무수단’을 선보인 이지아에게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첫 영화 주연 작이었고, 첫 군인 역할이었다. 그 부담감이 오죽했을까.

‘무수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 이후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이지아는 유학파 엘리트 장교이자 특임대 부팀장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았다. 극을 이끌 주연이라는 점도 당연히 부담이 됐겠지만, 낯선 군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튀지 않기 위해 특별히 더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 많이 했어요. 군인 역할이 큰 도전이잖아요. 조금이라도 제대로 못 하면 혼날 소지들이 더 많아서 긴장했던 건 사실이에요. 많이 노력했고,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그 정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래도 혼자 여자다 보니까 남자들 사이에서 연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걸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위로가 돼요”(웃음)

“최근에 군대에 다녀온 오종혁 씨가 요즘의 군 이야기를 해주며 많이 도와줬어요. 해병대 다녀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군 생활을 즐기는 친구더라고요. 또 남자라고 다 (총 잡는) 자세가 나오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오종혁 씨는 자세도 멋있어서 제가 많이 배웠죠”

작품 속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게 위해 배우들은 실제 총과 같은 무게의 소품 총을 사용하는 등 무거운 군 장비들을 감내해야 했고, 비무장지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한여름 숲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더욱이 그 더운 날씨에 군복을 껴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화면상으로도 얼마나 고생했을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지아는 촬영 중 쓰러진 적도 있을 정도였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너무 무거웠어요. 특히 제가 키트를 갖고 다녔는데, 거기에 자꾸 뭘 넣어주시는 거예요. 들어있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키트도 무겁고 조끼도 무겁고. 그 무게가 다 합해져서 내 키가 작아지는 것 같다고 했었어요.(웃음) 또 군복은 통풍도 안 되고, 신축성도 없고, 그런데 모기는 뚫고…. 모기들도 크기가 달랐어요. 이름 모를 벌레들도 너무 많았고요”

“군복은 예쁘게 보일 생각이 없으니까 편하더라고요. 단지, 갈아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장면 연결 때문에 못 빨아 입으니까 그게 좀 불편했어요. 심지어 군복을 적셔야 할 때가 있었는데, 군복을 물에 적시면 찝찝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이렇듯 고생해가며 찍은 영화이다 보니 완성작에 대한 기대도 컸을 듯했다. 이지아는 첫 시사를 마쳤을 때의 소감을 전하며 “‘생각보다 잘 나왔는데?’ 싶었어요”라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러면서 영화의 강점으로 ‘긴장감’을 꼽았고,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도 짚었다.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는 점이 강점이지 않나 싶어요. 일단 지겹다는 느낌은 안 들잖아요”

“남북 간의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지는 않지만, 분단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래도 약간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가 있어요. 특임대의 죽음이 세상에는 운전 부주의로 죽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많은 희생도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 주셨으면 해요. 스릴러라고 보기에는 조금 덜 무섭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2007년 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지아는 근 10년 만에 스크린 데뷔했다. 영화를 일부러 피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영 인연이 닿지 않았다.

“제의가 그렇게 많이 안 들어왔어요. 들어왔던 것들 중 시기가 안 맞아서 못 한 것도 많고요. 계속 영화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고, 너무 하고 싶었죠. 해외 작품도 할 뻔하다가 안 된 것도 있고요. 당연히 기회가 있으면 (해외 영화도) 도전해 보고 싶죠”

“저뿐 아니라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여배우가 할 만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요. 그 중 저에게 돌아오는 시나리오는 더 적으니까 오랫동안 영화를 못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원톱을 고집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번 영화 제의를 받았을 때 ‘이런 기회도 흔치 않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첫 영화고 제가 한 작품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에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테니 한 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이지아는 인터뷰 중 다작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건 배우로서 이지아가 갖고 있는 숙제였다. ‘이지아’라는 이름 석 자에서 ‘배우’라는 이미지보다 다른 이슈들이 먼저 떠오르는 건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녀는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제 스스로는 천직이라고 생각할 만큼 연기를 너무나 좋아하고, 작품하고 있을 때 행복하고,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단 온전히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그러려면 작품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지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작품보다 다른 것들이 많이 있어서…. 배우로서는 굉장히 속상한 일이거든요. 작품을 많이 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아는 ‘태왕사신기’로 데뷔한 이래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 ‘아테나: 전쟁의 여신’,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의 작품에서 활약하며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아니지만, 겹치는 이미지 없이 매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호연을 펼쳤다. 앞으로 다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그녀가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 지 궁금해진다.

“저는 마음이 열려있는 편이에요. 늘 예쁘게 나오는 걸 원하지도 않고요. ‘내 눈에 콩깍지’ 할 때는 못생긴 분장한다고 해서 좋아했었거든요. 고생하는 것도 거부감이 별로 없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타협할 수 없는 건, 노출을 위한 노출을 하는 영화? 정말 영화에 필요하고 제가 납득이 가면 모르겠는데, 노출을 위한 노출은 조금 그래요”(웃음)

요점은 명확했다. 자신은 연기가 좋고, 그래서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다. 작은 농담에도 크게 웃고, 자신의 생각을 털털하고 솔직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이지아에게 ‘신비주의’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주의’를 벗은 그녀가 앞으로 갖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갖고 싶은 이미지요? ‘배우’요”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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