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팬들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감독 잭 스나이더/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 대한 혹평이 신랄하기까지 하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제목에서 그대로 나타나듯이 DC 코믹스의 두 히어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담고 있다. 두 인기 영웅의 만남에 개봉 전부터 팬들의 기대가 솟구쳤다. 하지만 기대감에 극장을 찾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의 평가만 봐도 박하기 그지없다. 현재 ‘로튼 토마토’에서의 신선도 지수는 30%대(신선도 지수가 높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 이에 대해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이들도 있어 영화에 대한 혹평과 호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아쉬운 영화일까?

사진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사진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 너무 무겁다? DC는 원래 그래! ‘배트맨 대 슈퍼맨’를 보는 내내,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는 것. 15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두 영웅의 철학을 고찰하고, 그 분위기는 비장미가 넘친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를 보자. 작품은 정의에 대한 두 히어로의 다른 시각, ‘나와 다른 이’에 대한 배척의 문제, 힘과 책임의 문제, 힘에 대한 삐뚤어진 집착, 인간애 등을 담고 있다. 전작격인 ‘맨 오브 스틸’에서 ‘블랙 제로’ 전투(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가 슈퍼맨(헨리 카빌)의 시각에서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초인적인 두 인물의 전투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배트맨(벤 애플렉)의 시각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그 작업을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적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렇듯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시종 웃음기 하나 없이 극을 끌고 가다 보니 관객들을 지치게 할 수 있고, 히어로물 특유의 통쾌함을 주는 이야기 구조도 아니다.

하지만 하나 기억할 것이 있다. DC 코믹스, DC 확장 유니버스는 원래 그렇다. 원작부터가 무겁고 심오하다. 마블 코믹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유머러스하고 시원시원한 분위기와는 다르다. DC에서는 ‘플래시’ 정도가 유쾌한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쉬울 순 있다. 하지만 ‘고뇌하는 히어로’가 DC가 추구하는 색깔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DC는 DC일뿐, 마블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진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사진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 개연성이 없다? 불친절하기는 하지만… 스토리 전개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순 없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에서 그려진 ‘블랙 제로’ 전투 이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이전 시리즈, 혹은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영화는 두 히어로의 심리묘사에 제법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기존 배트맨과 슈퍼맨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행동에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가장 지적을 받는 부분은 반목하던 슈퍼맨과 배트맨이 힘을 합치게 되는 계기이다. 두 히어로가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결국 같은 편에 서게 될 것임은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 때문에 영화의 성패는 두 히어로의 싸움이 얼마나 스펙터클하게 그려질 것인지를 넘어, 그들이 싸우는 이유와 한 팀을 이루게 되는 계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리느냐에 달려있다.

관객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이 ‘설득력’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아서다. 서로를 죽이려고까지 하던 둘이 ‘친구’가 되는 이유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고 있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화법이 세련되지 못했을 뿐, 둘이 한 팀을 이루게 되는 그 계기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배트맨 대 슈퍼맨’의 총괄프로듀서이자 ‘배트맨’ 시리즈 리부트를 성공시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과도 비교가 되고 있는 상황.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3부작은 수작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메시지를 짜임새 있는 대본과 연출로 풀어냈다. 이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웬만한 작품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터.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역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의 전작 ‘맨 오브 스틸’이 그러하듯, 큰 찬사를 보낼 만한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리 야박한 평가를 받을 작품은 아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고담시와 메트로폴리스를 이웃한 도시로 설정하며 따로 살던 두 영웅이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원더우먼의 분량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영화의 주된 목적이 배트맨과 슈퍼맨을 조우시키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갤 가돗이 연기한 원더우먼은 짧은 분량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오는 2017년과 2019년, 마침내 DC 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저스티스 리그 파트1’과 ‘저스티스 리그 파트2’가 팬들 곁을 찾는다. 두 영화 모두 잭 스나이더 연출. 과연 DC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세계관을 확장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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