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충무로 진출 14년 만의 첫 주연 영화이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오히려 “앞으로 주연은 좀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말한다. ‘대배우’ 오달수의 이야기다.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이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오달수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달수가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끌며 관객들과 만난다. 이에 대해 배우 이경영은 언론 시사회를 마친 후 “1시간 50분가량 요정을 볼 수 있어서 많이 기뻤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오달수 본인은 어떨까.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보기 전까지는 노심초사 걱정이 많이 됐죠. 그리고 기대도 있었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어요. 두통에 많이 시달렸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하루 정도 지나고 하니까 외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 자기 영화를 객관화해서 보기는 힘들겠죠, 사실. 하지만 페이소스가 아주 진하게 깔리고, 비극적으로 나올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오히려 가볍게 터치가 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렇게 가볍게 푸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주연 시나리오 또 들어왔냐고요? 없습니다.(웃음) 앞으로도 주연은 좀 신중하게 하려고요. 이번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몸으로 하는 고생은 사실 그렇게 큰 고생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끌어 가야 한다는 압박, 중압감, 평가에 대한 기다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마 감독 다음으로 제일 노심초사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주연이라고 하면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요”
주연이라고 해서 더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책임감을 더욱 느꼈다. 영화가 흥행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했지만 그렇다고 욕심을 부리지도, 들뜨지도 않았다. 그저 “본전만 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배우’ BP(손익분기점)가 100만 관객 이라고 말하며 “백만 넘기가 엄청 힘들어요”라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천만 관객 영화에 7편이나 출연한 배우가 아니던가. 그 사실을 언급하자 “하늘이 저를 점지한 게 아니라 그 작품을 점지한 거죠. 그리고 제가 거기에 출연하게 된 것은 100% 운입니다, 우연의 일치. 120% 그렇다고 생각해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배우’에서 오달수는 20년째 대학로에서 무명 연극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장성필로 분했다. 장성필은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하며 고단한 극단 생활을 이어가다가 충무로 진출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실제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계까지 진출한 오달수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 셈.
“어느 정도 저와 제 인생과 닮아있고,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를 입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순간순간 제가 튀어나오니까. 차라리 음악가, 미술가, 이런 역할이었으면 제 분야가 아니니까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는데, ‘대배우’는 어떻게 보면 우리들(배우들) 이야기니까 캐릭터를 입기가 까다롭더라고요. 연기할 때 유리가면을 쓴다고 하잖아요. 가면을 써야 하는데, 그게 자꾸 깨지니까…. 그래서 제가 연기 못하는 배우예요”
오달수는 2000년부터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로 재임 중이다. 2002년 작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영화계에 활동 영역을 넓힌 후에도 꾸준히 연극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역시 극단 식구들이다.
“이거야 말로 상투적인데, ‘대배우’라는 영화를 우리 극단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2000년도에 극단을 만들어서 지금 식구가 30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들한테 보여주려고요. 우리 이야기한 거니까 웃으면서 즐기라고 하고 싶네요”
“저는 종신제 대표예요. 대표는 종신제로 한다고 정했는데, 제가 만든 강령은 아니에요. 제가 극단에 바라는 건 없습니다. 종신제로 시키는 건 좋은데,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너희들이 계속 이어라. 대대손손 신기루만화경의 맥을 이어라’ 이것만 바라요. (…) 일본에 문학좌라는 극단이 있는데, 이제 곧 100주년이 될 거예요. 우리 극단 아이들한테 바라는 건 그거예요. 한 세기 정도는 가줬으면 하는 거”
영화 ‘대배우’에서 장성필은 연극판과 너무나 다른 영화 촬영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도 영화 첫 작품 촬영을 진행할 때 그렇게 어려움을 겪었을까 물으니 “메커니즘이 다르니까 적응을 못했던 건 사실이죠.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처럼 반사판을 발로 찬다든지 하진 않았는데, 욕을 많이 먹었죠. ‘해적, 디스코 왕 되다’ 찍을 땐 촬영 감독님께도 혼나고…”라며 웃는다.
지금이야 ‘천만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오달수에게도 힘들었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딸만큼은 연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딸 이야기가 나오자 “연기를 안 한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식이 힘든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의 극단 생활에 대해서는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렵고 고생스러웠던 시기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기에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연극 하던 시기를 떠올리면)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과거의 내가 와락 껴안아지진 않아요. 그런데 극단 생활 할 때 상상하시는 것처럼, 힘들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진 않았습니다. 술값은 또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웃음) 사실 술자리에서 학습을 많이 했어요. 저는 연극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극에 대한 학습은 술자리 혹은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오달수는 자신의 롤모델을 배우 주진모라고 말했다. 그에게 연기를 배웠고, 삶의 태도, 배우로서 마음가짐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명확히 각인된 그 가르침들을 이제 오달수가 후배들에게 몸소 가르쳐주고 있다. 그가 배운 연기는 ‘깨닫는 과정’이다. 과거를 뒤돌아보기보다 깨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배우 오달수의 목표이다.
“(후배들한테) 주진모 선배님한테 들었던 말 그대로 해줘요. 그냥 해보라고요. 왜 주진모 선배님이 어릴 때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돼요. 해봐야 돼요. 아무리 제가 얘기해 줘봤자 못 알아듣거든요. 주진모 선배님이 저한테 ‘연기는 각(覺) 하는 과정이다’라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대배우’를 보면서도 어색한 부분을 찾아냈어요. 왜 어색한지 파악이 됐고, 다음부턴 그렇게 안 하면 된다, 깨닫는 거죠”
“아직까지는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중간점검 하면 의미는 있겠죠. 그런데 뭔가를 하고 어떤 작품이든 하면서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뒤돌아보면 자꾸만 그리로 갈까봐 걱정돼요. (…) 또 제가 ‘난 이런 것들 깨달았다’고 해도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것들을 누군가한테 이해시키는 건 힘들거든요. 죽기 한 십분 전 쯤 ‘난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 그때 말하고 가려고요”(웃음)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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