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전작에서는 강력계 형사 역할을 맡더니 이번엔 다시 교복을 입었다. 어언 데뷔 14년차, 여전히 교복이 잘 어울리는 동안 미모에, 웃는 모습이 여전히 ‘소년 같은’ 배우 김시후를 만났다.
지난 3월 30일 개봉한 영화 ‘커터’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사라지는 밤, 그들을 노리는 검은 손길과 그 속에 말려든 고등학생들의 충격 살인 사건을 그린 범죄 드라마. 그 안에서 김시후는 친구 세준(최태준)과 함께 끔찍한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윤재 역할을 맡았다.
‘커터’는 성범죄를 소재로 하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영화다. 때문에 출연 배우들 역시 긴장하면서 시사회를 기다렸다. 김시후는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소감을 묻자 “어떻게 나왔을지, 많이 긴장하면서 봤었어요”라고 답했다. 본인의 연기 역시 “아쉬운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란다.
소재도 자극적이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이 작품, 어떻게 선택하게 됐을까.
“고등학생들이 이런 사건들에 휘말리게 됐던 과정들이 와 닿았어요. 잔인하고 충격적인데,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휘말리게 됐을 때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 윤재 캐릭터에 욕심이 났어요. 좀 더 감정 표현이 드러나면 좋겠는데, 윤재는 항상 안고 가고 혼자 이겨내려고 해서 처음엔 어려웠죠. 그런데 초점을 윤재 배경에 맞추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극 중 윤재는 자신의 상황이나 처지, 감정들을 친구인 세준에게 계속해서 감추고 숨긴다. 솔직하지 못했던 윤재의 태도는 세준을 자극했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비극의 한 단초가 됐다. 왜 저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 끊임없이 흔들리는 10대들의 감정은 이미 10대를 지나온 김시후에게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거짓말을 하고, 그걸 감추기 위해 또 다시 거짓말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윤재의 감정이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윤재는 병원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 어머니에 대한 걱정 등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죠. 자신의 하고 있는 일의 실체를 알았을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끝까지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었고, 그런 면에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사실 윤재 캐릭터는 어려웠어요. 왜 굳이 세준이와 이렇게 지내야 하고, 왜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런 감정들이 초반에는 이해가 안 갔죠. 그런데 제가 10대일 때를 생각해보니까 그때는 굳이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좋으니까, 혹은 그냥 싫으니까. 굉장히 직설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시각에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지만, 10대 때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면 실제 김시후의 10대 때는 어땠을까.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와 사뭇 진지한 태도가 윤재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활동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세준과 닮은 듯도 했다. 하지만 김시후는 학생 때의 자신은 윤재나 세준과 달랐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윤재에 비해서는 굉장히 밝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굉장히 활동적이었고, 혼자 끙끙 앓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친구도 많았었고, 운동도 좋아하고, 윤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였어요. 다만, 제가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추억은 많이 없죠. 그래도 두루두루 잘 지냈어요”
2003년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데뷔한 그는 고등학생 시절의 공백을 작품을 통해 채우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역배우 출신인 최태준, 문가영과 호흡을 맞춰, 인물들의 감정을 공유하며 정말 고등학생 친구들 같은 풋풋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바쁜 스케줄에 쫓겨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굉장히 빠듯한 스케줄이었어요. 거의 드라마 스케줄로 촬영을 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여유가 있었으면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죠. 태준 씨 같은 경우는 드라마 촬영도 같이 병행하다보니까 더 정신없었을 거예요”
“또래들이랑 같이 한 소감이요? 사실 또래라고 표현하기에는 가영 씨, 태준 씨가 저보다 많이 어려서….(웃음) 저는 나이가 어리든 같든, 그런 차이는 안 두는 것 같아요. 항상 존중을 하려고 하고 누구든 항상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편이고요. 딱히 또래라서, 혹은 제가 나이가 많아서 휘어잡고 그런 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커터’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10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10대들은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다. 작품은 성인들에게 10대들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관심을 기울여 달라 호소한다. 어찌 보면 ‘커터’는 성인들을 위한 청소년 영화이다.
“소재 자체가 고등학생들의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런 사건들이 뉴스나 기사를 봐도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요즘 청소년들이 문제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걸 느끼시고 그런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19세 영화잖아요. 정작 그 학생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지만, 성인들이 봤을 때 주변 청소년들에게 한번쯤 생각해보고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요”
“10대 때로 돌아가지 않으면 ‘왜 굳이 저랬을까’ 의문을 갖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아요. 10대 때로 돌아가서 그때 시선으로 바라보시면 (인물들의 상황이) 이해되고 와 닿지 않을까 싶어요”
극 중 윤재와 세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와 어릴 때 친구들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바라봤을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때문에 ‘커터’는 김시후에게 ‘시선을 바꿔 바라보는 법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모든 작품들이 특별하고 각자의 의미가 있겠지만, 윤재 역할을 하면서 공부도 됐고 많이 배웠어요. 어떤 감정에 대해 시선을 바꿔서 생각해보게 되고,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작품이 됐어요”
(사진=박푸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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