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배우 조정석은 신기한 매력이 있다. 쿡방이 대세였던 요즈음 시대에 셰프를 연기하건, 1980년대 머리가 덥수룩한 음악 선생님으로 분하건 또 1990년대 대입을 다시 준비하는 재수생을 표현하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간다는 점이다. 배경이 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 같이 캐릭터를 구현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에서도 조정석의 그 힘이 발휘된다. 이번엔 1983년의 평범한 남자로 변신한 배우 조정석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 멜로 장르에서 강점을 보여왔던 곽재용 감독의 첫 스릴러 도전작인 '시간이탈자'는30년을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간 지환(조정석)과 건우(이진욱)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정석은 1983년 속 남자인 고교 음악 선생 지환으로 분했다. 과거의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 헤어와 의상 등 다양한 부분에 공을 들였다.

"곽재용 감독님이 헤어스타일을 조금 길게 주문하셨어요. 처음에는 통가발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건 조금 아닌 거 같아서 부분 가발을 썼고 후에 머리가 자라면서 제 머리로 촬영했어요. 의상도 정말 많이 입어봤어요. 감독님이 정말 심사숙고하신 끝에 결정이 났어요. 따뜻한 선생님을 표현하려고 애썼죠."

'건축학개론'에서 1990년대 인물을 표현했던 조정석은 이번 작품에서 시간을 더 이전으로 되돌려 1983년을 사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가 아주 어렸을 무렵인 시기에 분위기 정서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도 마치 그 당시를 살았던 인물처럼 재현해 냈다. 그 비결에 대해 조정석은 어렸지만 당시 길거리, 감성 등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80년대 기억이 다 나요. 이은하, 전영록, 80년대 향수와 냄새 등이 모두요. 그래서 이번에 지환을 연기할 때 그때 그 추억을 끄집어 냈떤 것 같아요. 집에 있던 당시 앨범도 찾아보고 하면서 80년대 감성이 담긴 평범한 음악 선생님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피아노도 연습했어요. 평소에는 코드만 칠 줄 알았는데 연습을 해서 기가 막히게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됐어요(웃음). 기억력이 좋은 편인 거 같아요. 지환이 살았던 1983년에 저는 태권도 학원에 다녔던 기억이 나요. 당시 마룻판 냄새, 형들이랑 열심히 놀던 기억 등이 떠오르네요. 그렇다고 제가 나이가 많은 건 아닙니다. 저 80년 생이에요(웃음)."

지금이야 '시간이탈자'의 소재 타임슬립이 다소 흔해진 느낌이지만, 조정석이 시나리오를 받을 무렵엔 읽는 걸 멈추기 힘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시나리오 읽을 때 다음 장이 잘 넘어갔던 이유는 영화에 숨겨진 반전이 궁금해서였어요. 과거와 현재의 남자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며 사랑하는 여자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좋았고, '범인은 누구인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봤던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에는 타임 슬립에 대한 신선함도 있었지만, 영화의 구조가 재미있어요. 당시 가장 제일 재미있는 시나리오였고, 그래서 참여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아쉬운 건 오랜 준비 기간 끝에 영화를 선보이는데, 앞서 비슷한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tvN 드라마 '시그널'이 사랑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는 점이다.

"사실 '시그널'과 크게 비교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살짝 아쉬움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분명 영화와 드라마는 다른 매력이고 별개의 이야기거든요. '시그널'이 무전기 소통을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면, 영화는 꿈으로 엮인 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한 방향으로 나가는 이야기에요. 영화와 '시그널'이 뭐가 유사하지 혹 모가 다르지가 아닌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조정석은 아름다운 한국형 멜로를 탄생시킨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에 설렜다. 곽 감독 역시 같은 마음이었는지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와 언론시사회에서 조정석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꼽기도 했다.

"곽재용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는 점도 설렜어요. '곽재용 감독님, 와 진짜?'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스릴러를 안 했던 감독님이 새롭게 스릴러물에 도전하시는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신뢰가 갔달까요. 영화를 본 후에도 같은 생각이에요.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곽 감독님 특유의 멜로신도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페르소나 이야기는 제작발표회 때 처음 들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는데, 정작 다시 태어나면 이진욱씨가 되고 싶다고 하시던데요?(웃음)."

사진 = 이지숙 기자
사진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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