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글 김종효 기자/사진 이지숙,김종효 기자]이승환이 신곡을 발표했다. 여느 가수처럼 ‘오랜 공백을 깨고’라는 식상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승환은 지난 정규 앨범인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 발표 이후 2년여간 단 한 순간도 공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승환은 지난 2년여 동안 바쁘게 살았다. 새 앨범 발매 후 더 다양해진 셋업 리스트를 구비해 공연을 재정비해 선보였고 JTBC ‘히든싱어’에 출연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아 또 공연에 매진했다. 때로는 소규모 클럽 공연과 대형 공연이 연이어 있어 일주일에 4일 이상을 공연한 적도 있다.
주변에서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연 인생’을 살다가 지난해 9월엔 진짜 미친 듯 6시간 21분짜리 단독 공연(‘빠데이-26년’)을 성공해 신기록을 수립, 국내 공연계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와중에 본인의 표현처럼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던 ‘폴 투 플라이-전’ 앨범은 이승환을 2015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에 올려놨다. 이승환은 그 후에도 ‘3+3’ 앨범으로 기존의 곡이 어떻게 재탄생될 수 있는지, 음악 하는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세상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그리고선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공연에 매진해왔다.
이렇듯 ‘생활의 달인’ 마냥 공연을 해온 ‘공연의 신’ 이승환이 신보 발표에 박차를 가했다. 적확히 표현하자면 앞선 ‘폴 투 플라이-전’ 앨범의 나머지 반쪽 ‘폴 투 플라이-후’를 내밀어 ‘폴 투 플라이’ 완전체를 선보일 채비를 마쳤다. 이승환은 4월 21일 이화여대 삼성홀서 가진 기자간담회와 쇼케이스에서 ‘폴 투 플라이-후’ 앨범에 수록될 ‘10억 광년의 신호’를 선보이고 그 첫 걸음을 뗐다. 그 단 한 곡으로 이승환은 여러가지를 증명해냈다.
♬ 이승환의 증명 ①: 4분30여 초에 담긴 노련함과 신선함의 조화
이승환이 그간 음악적인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일부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음악계는 이승환이 새 곡을 선보일 때면 귀를 기울인다. 그만큼 이승환은 뮤지션이 대중에 들려줘야 할 사운드의 기준을 확립하고 호소력 짙은 발라드부터 강렬한 록까지 소화하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 왔다.
이승환 역시 기자간담회서 “5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할 수 있다. 홍대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고 더 뛰어난 음악을 하고 싶다”며 “음악인의 덕목 중 하나가 젊음이다. 난 아직 젊은 감각을 가지고 있고 진화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번 신곡인 ‘10억 광년의 신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승환은 4분 30여초의 한 곡에 한 편의 스토리를 담았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몽환적인 도입부와 대비되는, 후반부 스트링과 록 사운드의 결합은 웰메이드 드라마의 기승전결처럼 곡의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고 잘 조화돼 곡을 구성한다.
사실 ‘10억 광년의 신호’는 가벼운 곡이 아니다. 직설적이지 않아 단번에 와닿지 않는 가사와 소절마다 달라지는 창법, 한 곡 안에서 이뤄지는 음악적 변화에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승환 역시 기자간담회서 “미성과 탁성 등 다양한 시도를 담았는데 곤혹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곡이 어렵다는 것을 일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이승환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고민은 늘 해왔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자의식 과잉에 빠진 때도 있었다. 요즘 우리 또래들이 음원 차트에서 힘을 못 쓰기 때문에 대중성에 대해 더 고민했다. 훗날 ‘음악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평을 듣고 싶다. 그래서 이런 어려운 류의 음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곡이 다소 어렵지만 몇 번 듣게 되면 어느 순간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상상한 이미지와 결합, 혼자만의 동화책을 쓰게 된다. 구성이 잘 짜여진 음악에 주관적 해석으로 다시 써내려가는 내용. 이승환표 가사의 진가는 이렇게 음악, 그리고 듣는 이의 해석과 결합해 완전체가 된다.
앞서 ‘10억 광년의 신호’ 가사가 공개됐을 때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라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선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로, 일부에선 남녀의 사랑 얘기를 이승환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승환은 “사회적 이슈와 상관 없었다”고 부정하면서도 “음악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 하나기도 하다. 내가 만든 노래를 각자의 이미지를 증폭시켜 받아들여 자신의 상황에 이입시켜 듣는 것도 청자의 몫이다. 내가 뜻했던 내용과 다를지라도 상관 없다. 많은 분들이 다른 식으로 해석해줬는데 시기가 맞물려 뜻하지 않은 위로를 전한 느낌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이번 ‘10억 광년의 신호’를 통해 음악적으로 노련함과 신선함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 지 고민해 온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큰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구성, 깊은 감수성을 한 곡에 꽉 채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듣는 이의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사로 여백의 미까지 마련했다.
♬ 이승환의 증명 ②: ‘10억 광년의 신호’, 노래 넘어 작품으로 만든 정성
‘10억 광년의 신호’가 공개된 뒤 가장 먼저 들려온 평은 ‘역시 사운드가 다르다’였다. 이승환은 국내 아티스트 중 최고의 사운드를 재현한다는 평가에 걸맞듯 흠잡을 곳 없는 결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단지 사운드 하나만으로 ‘10억 광년의 신호’를 평가하기엔 숨은 노고가 너무 많다.
‘10억 광년의 신호’는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이승환 작사·작곡에 고영환 공동 작곡, 황성제 고영환 편곡인 ‘10억 광년의 신호’는 이승환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작사·작곡·편곡 라인업 외에도 제이슨 므라즈, 쉐릴 크로우, 킹즈 오브 레온, 가스 브룩스 등 세계적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스트링 편곡을 도맡았던 데이비드 데이비슨이 스트링 편곡을, 국내 최고 엔지니어인 고현정 엔지니어와 윌 스미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자넷 잭슨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그래미상을 수상했던 롭 치아렐리가 이례적으로 믹스에 참여했다. 또 세계 패션협회에서 ‘올해의 사진작가상’을 수상한 김현성 사진작가가 재킷 사진을,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비롯해 각종 광고와 뮤비에서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준 백종열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다.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각 분야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며 “가사와 멜로디, 사운드 뿐 아니라 영상과 디자인 등 최고에 걸맞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승환 역시 “아마도 내 모든 곡을 뛰어넘는 곡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기대해 달라”며 “감히 얘기한다면 ‘최고의 예술성이 최고의 대중성’이란 말을 믿으며 작업 중이다. 이 말이 갖는 의미의 발끝이라도 쫓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라는 말과 함께 기대와 성원을 부탁했다.
단지 각 분야 최고로 불리는 아티스트들의 힘으로만 완성한 것이 아니다. 이승환은 ‘폴 투 플라이-후’ 앨범에 싣기 위해 이미 녹음까지 마쳤던 10곡 중 7곡을 폐기하고 새로 곡을 작업했다. ‘10억 광년의 신호’는 이승환의 과감한 ‘단두대’에서 살아남은 3곡 중 하나다. 게다가 이승환은 올 가을 미국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녹음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자체 작업을 위해 이미 국내 최정상급 녹음 설비를 갖춘 드림팩토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자택에 최신의 녹음 스튜디오 설비를 마련했다.
이승환은 자신에게 ‘올해의 음악인’ 상을 안겼던 ‘폴 투 플라이-전’ 앨범을 뛰어넘고자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공개한 ‘10억 광년의 신호’는 곡에 참여한 크레딧 만으로도 이승환의 그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
그만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다. 이승환은 기자간담회서 “누군가는 ‘자본의 미학’이다, ‘고비용 저효율’이다, 돈 그 정도 들이면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누구도 안 하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27년차 선배 가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 홍대서 공연하는 어려운 후배들에게 이런걸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는 있어야 할 것 같다. 50세가 넘어서도 의지를 불태우고 신념을 가지고 계속 한다면 박수를 쳐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고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특히 이승환은 “음악이 어렵더라도 약속을 지켜야겠다, 선배로서 책임감 있는 음반을 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행동도 그렇지만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뮤지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 이승환의 증명 ③: 쇼케이스도 단독 공연 만든 ‘공연의 신’
21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열린 신곡 쇼케이스는 그야말로 ‘공연의 신’이라 불리는 이승환의 단독 공연을 방불케했다.
이승환은 이날 쇼케이스를 네이버 V앱을 통해 생중계했으며 쇼케이스 후엔 팬들을 위한 추가 공연을 가졌다.
앞서 이승환이 음악적인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일부의 아쉬움을 전했으나 사실 이는 이승환 하면 공연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가 항상 앞섰기 때문에 가려졌던 것이었다. 그만큼 이승환은 국내 공연계에 있어 ‘공연의 신’이라는 별명이 민망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승환의 음악적인 기반이 그만큼 탄탄하기에 다른 가수처럼 화려한 공연이 단지 ‘쇼’로 치부되지 않았던 것이긴 하다. 이승환은 이런 다양한 음악을 앞세워 소규모부터 대규모 공연까지, 발라드 음악으로만 ‘발라드리는’ 공연부터 록 음악으로만 ‘쳐달리는’ 공연까지, 단독 공연부터 대형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까지 참여하며 매번 다른 공연을 선보였다. 매 공연마다 다른 시도와 입 떡 벌어지는 새로운 무대 장치가 등장한 이승환의 공연이 국내 공연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공연계 관계자는 없다.
이승환이 지난해 기록을 세운 ‘빠데이-26년’은 6시간 21분여 동안 공연을 펼친 것도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 긴 시간 동안 V앱 생중계가 됐다는 점 역시 관계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당시 ‘빠데이-26년’ 생중계는 국내 온라인 공연중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V앱 송출 음향을 담당한 고현정 기사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쇼케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승환과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가장 완벽한 사운드가 갖춰진 공연장이어야 한다는 이승환의 평소 신념에 따라 신곡 ‘10억 광년의 신호’를 처음 들려주는 자리인 쇼케이스에 음향을 비롯해 조명과 연출 전반을 이승환의 단독 공연과 동일한 규모로 준비했다. 이 뿐 아니라 네이버 V앱으로 생중계되는 만큼 V앱 쇼케이스 시청자들 역시 배려했다. 이승환의 ‘10억 광년의 신호’ 쇼케이스엔 ‘빠데이-26년’ 공연과 동일한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오랫동안 이승환과 호흡을 맞춰온 국내 최정상의 음향, 조명, 영상팀이 모두 투입됐으며 특히 최상의 생중계 음향을 V앱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드림팩토리 스튜디오 1호 엔지니어 출신 고현정 기사가 방송 송출 음향을 담당했다.
이런 공연계 ‘슈퍼 히어로’들이 모인 쇼케이스는 앞서 드림팩토리가 자신했던 것처럼 이승환의 단독 공연 급으로 진행됐다. 이미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 대규모 페스티벌에서도 단독 공연을 방불케한 스테이지를 꾸민 이승환은 자신의 신곡 발표 쇼케이스도 정규 공연 못지 않은 정성를 쏟아 부었다. 사실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연인 ‘온리 발라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던 이번 쇼케이스는 레이저와 조명, 음향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가수들의 쇼케이스와 격을 달리했다. 실제로 이승환은 쇼케이스가 열린 같은 장소에서 ‘온리 발라드’ 공연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이어진 추가 공연은 1시간 여의 쇼케이스로는 집에 가기 아쉬운 드팩민(이승환의 팬들을 일컫는 말)들의 마음을 달랬다. 컴필레이션 앨범인 ‘롱 리브 드림팩토리(Long Live Dreamfactory, 롱 라이브가 아니다)’에 실렸지만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넌 아냐’를 16년만에 처음 불렀고 개인적인 아픔을 건드릴 수 있어 묻어뒀던 곡 ‘송 포 유’ 역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봉인해제했다. 대체 왜 V앱으로 중계되는 1부에서 이 화려한 레이저쇼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모든 이의 넋을 잃게 했던 ‘내게만 일어나는 일’, 너무나 잘 알려진 명곡인 ‘천일동안’, ‘가족’, ‘꽃’ 등은 이승환의 공연장을 다시 한 번 찾고 싶게 만들었다.
“1부에서 가수 기 살려주려 환호하던 팬들이 2부 들어서니 지쳐보인다”고 농을 던진 이승환은 정말 자신보다 젊은 드팩민들보다도 훨씬 기운이 넘쳐 보였다. 150분 여의 쇼케이스 동안 노래하고 말했지만 목 컨디션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지는 듯 했다.
드팩민들의 넘치는 기(氣)와 소통한 이승환은 더 젊어져서 더 트렌드를 내다보는 음악을 할 것이고 더 팔팔해져서 무대를 휘젓고 다닐 것이다. 이번 ‘10억 광년의 신호’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것은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연의 신’이 다음에 들고 올 신선한 충격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것이 ‘폴 투 플라이-후’의 다음 공개곡이 될지, 서태지와의 합동공연이나 잠실 주경기장 설욕전처럼 거대한 공연 형태가 될지 몰라도 말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승환은 5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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