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결혼계약’은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정통 멜로물이다. 당연히 사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의 어울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서진과 유이가 멜로 호흡을 맞춘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잘 어울릴까.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비웃듯 두 사람은 그 어느 드라마 속 연인보다 애절하고 애틋한 멜로를 그려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작품 내용보다 화제가 됐던 것은 주인공인 이서진과 유이의 나이 차이였다. 1971년생인 이서진과 1988년생인 유이는 17살 차이가 난다. 나이 차이가 적을수록 한 화면 안에서 잘 어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잘 어울릴수록 작품 속 이야기가 빛을 발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호흡을 걱정했었지만, 정작 당사지인 이서진은 나이 차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저는 되려 유이 정도의 나이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상으로도 일찍 아이를 낳은 캐릭터기 때문에 그 나이가 맞고요. (…) 나이 차이를 걱정했다기보다 유이가 힘들진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잘 해줬고, 저랑 비슷한 또래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더 있었을 텐데 유이는 저를 믿고 많이 따라줬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유이가 맡은 강혜수라는 캐릭터는 사별한 남편의 빚을 떠안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뿐 아니라 시한부 선고까지 받는다. 강혜수는 아직 어리기만 한 딸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인 줄 알면서도 한지훈(이서진 분)과 계약을 맺는다. 결코 표현하기 쉬운 감정들이 아니다. 이서진은 직접 지켜본 유이의 연기에 대해 “잘 견뎌냈어요”라고 평했다. 몰입하면 헤어 나오기 힘든 캐릭터의 감정과, 김진민 피디의 타이트한 연출을 ‘잘 견뎌냈다’는 의미다. 또한, 극에서 빠져나온 현장에서의 유이는 밝고 유쾌했다.
“유이는 항상 발랄해요. 촬영이 굉장히 피곤했을 텐데 피곤하고 아프다는 내색도 거의 없었고, 어릴 때 운동을 해서 그런지 근성이 있어요. 사실 유이는 극 중 역할 자체가 굉장히 처지는 역할인데, 촬영 안 들어갈 때는 에너지 소비가 크다고 보일 정도로 활기찼어요. 지치질 않더라고요. 어렸을 때 운동을 시키는 게 좋은 것 같아요.(웃음) 저는 (힘들어서) 보조를 못 맞춰요. 극 중 자기 딸로 나오는 신린아랑 그렇게 잘 놀아요”
드라마에서 이서진과 세상에 다시 없을 듯 애절하게 사랑했던 유이는 현재 배우 이상윤과 예쁘게 교제 중이다. 두 사람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건 이서진과 인터뷰하기 바로 전날. 이서진은 장난스럽게 “유이가 드라마의 여운을 너무 빨리 정리했다”며 유이와 이상윤의 열애를 언급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여운이 오래 남는 것도 좋은데, 그걸 유이가 너무 빨리 정리했네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저한테 얘기하겠어요? 저라도 안 할 것 같아요.(웃음) 차라리 몰랐던 게 더 나았던 것 같아요.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하면 신경 쓰일 수 있잖아요. 남자친구가 보면 기분 나쁠 수 있는 장면들도 있으니까. 현장에서 많이 얘기하다 보니까 ‘누구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은 조금 있었어요”
그러면서 본인의 ‘핑크빛 소식’은 없는지 물었더니 “있고 싶네요, 정말”이라고 답하며 그저 웃었다. 아이가 예뻐 보이면 결혼할 때라고 했던가. 이서진은 극 중 강혜수의 딸로 나왔던 아역 배우 신린아를 언급하며 “너무 예쁘죠”라고 얼굴에 다시 한 번 미소를 띠웠다.
“린아가 연기를 정말 잘하는데 평소에는 연기에 신경을 전혀 안 써요. 연기에 관심도 없고 계속 딴 짓만 하다가, 슛 들어가면 대사만 해요. 그런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보이니까 천재인거예요. 린아는 온 스탭의 사랑을 다 받았어요. 사랑받으려고 하는 애도 아니에요. 현장 와서 놀기만 해요. 그런데 모든 스탭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죠”
“저는 처음부터 친한 건 아니었어요. 린아가 낯도 가리거든요. 유이랑만 놀다가 저랑 부딪히는 씬이 생기면서 친해졌죠. ‘결혼계약’ 스토리 자체가 아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이어지는 맥락이거든요. 저는 처음엔 혜수한테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무관심했는데 아이 때문에 관계가 시작되는 거예요. 원래 의도가 그거예요. 제가 아이한테 빠지면서 혜수랑도 이어지는 거죠”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상에서 조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등 ‘조카바보’로도 유명한 이서진은 신린아와 자신의 조카 성향이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 조카도 굉장히 비슷해요. 얌전하고 영악하지 않고. 그런데 린아도 까부는 스타일이 아니고 너무 예쁜 짓만 해요. 남자애들 뛰어다니고 설치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저는 2세는 무조건 딸을 원해요”(웃음)
이서진은 ‘결혼계약’으로 ‘참 좋은 시절’ 이후 2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그 사이 ‘꽃보다 할배’ 시리즈나 ‘삼시세끼’ 등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 만났지만,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랜만인 셈. 하지만 유독 작품 간 텀이 길었던 이서진은 2년 공백기에 대해 “사실 이 정도 기간이면 예전에 비해 짧은 기간”이라며 웃었다. 스스로 작품을 고를 때 ‘까다롭게 보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가 안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좋은 작품 있으면 하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걸 못 만나서 안 했던 거지,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요즘은 나이 들어 체력이 옛날 같지 않기도 하고요”(웃음)
이서진은 ‘결혼계약’에 대해 “마지막 멜로”라고 표현했다. 닭살 돋는 멜로는 자신보다 어린 배우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제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의 작품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갈수록 지상파와 비지상파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품이 좋다면 케이블 드라마 출연도 상관없다는 주의다. 오히려 “요즘은 케이블이 더 잘 되는데요.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도 다 케이블이에요”라고 말했다.
“요즘 추세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생기고 있잖아요. 전문드라마들이 더 나와 줘야 하거든요. 여러 장르의 드라마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미국처럼 수사물, 의학드라마 등 많은 장르의 드라마가 생겨야 한다고 봐요”
“저는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이중적인 캐릭터 있잖아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요. 예를 들면 낮에는 성직자인데 밤에는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역이요. 법이나 신이 처벌하지 못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처벌한다, 이런 거죠”
이서진은 지난 1999년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한 18년차 배우이다. 그동안 ‘다모’, ‘불새’, ‘연인’, ‘이산’, ‘계백’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사랑을 받아왔다. 도회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와 다정다감함이 느껴지는 미소, 중후한 목소리 등이 어우러져, 특히 진하고 짙은 감성의 멜로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서진은 자신이 오랫동안 작품 활동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다른 사람들의 공으로 돌렸다.
“저는 사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늦게 시작한 것에 비해 운이 좋아서 잘 된 작품들이 다른 배우들보다 많은 편이에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 중에 사람들이 많이 알 만한 드라마들이 있는 걸 보면 작품 운이 있어요. 또 좋은 연출들을 만났던 것도 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 잘하는 분들과 작업했거든요”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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