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 ‘아가씨’ 박찬욱이 그려낸 동성애는 파격일까 아니면 그저 관음적 시선으로 본 베드신일 뿐일까.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가 지난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첫 공개됐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프랑스 칸 현지에서 먼저 공개된 ‘아가씨’는 영화에 대한 찬사만큼이나 호불호도 갈렸다. 국내 언론의 반응 또한 엇갈렸다. 엇갈린 반응 중심에는 김민희 김태리 두 여배우의 베드신이 있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귀족 아가씨 히데코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대문을 지나 차로도 한참을 가야만 등장하는 드넓은 저택에서 이모부인 코우즈키가 시키는 대로 정해진 시간에 책을 낭독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을 치장하고 산책하는데 허비한다. 특히 히데코는 극 초반 무료한 삶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 유모의 인형이나 다름없는 수동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히데코 앞에 등장한 것이 바로 하녀 숙희다. 뒷골목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려진 아이들을 씻기고 보살펴 일본으로 팔아넘기는 일이 바로 숙희가 먹고 사는 방식이다. 아이를 보살피듯, 숙희는 히데코를 정성껏 보살핀다. 그 뒤엔 아가씨를 꼬여내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면, 백작이 아가씨의 재산을 빼앗고 아가씨의 옷과 장신구는 숙희 차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은밀한 제안이 있엇다. 하지만 아가씨와 하녀는 속고 속이면서도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지 못하고 결국엔 그 감정을 터트리고야 만다. 백작에게 현혹되는 히데코를 보며 숙희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처음엔 자신이 아이처럼 돌본 아가씨가 능구렁이 백작에게 넘어가는 것을 불쌍히 여기는 줄 알았으나, 나중엔 그것이 진짜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된다. 히데코 또한 그런 숙희가 싫지 않다.
이에 백작을 사로잡는 법을 알려달라는 것을 구실로 히데코와 숙희는 격정적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이 설명했던 것처럼, 몸을 주고받으면서 그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박찬욱 감독은 둘의 대화를 통해 감정의 교감을 그려내고자 했다. 국내 영화서는 보기 힘든 여배우 둘의 베드신은 ‘아가씨’ 앞에 ‘파격’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할 정도다.
하지만 첫 번째 베드신과 달리 히데코와 숙희의 두 번째 밤은 감정의 완결보다는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었는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아가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여성이 소파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교감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때 대칭 구도의 소파와 창문 그리고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는 알몸이 하나의 미쟝센으로만 느껴진다. 이 둘의 대칭 구도는 하녀와 아가씨가 계급의 차이 없이 동등한 사랑의 주체가 된 듯 보여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의 뒤엉킴을 그저 화면 구성의 한 요소로만 사용한 것이 아닌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여기에 몸의 클로즈업 쇼트가 중간 중간 삽입되는 것도 감정을 농밀하게 그려내기보다는 육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이 남는다.
그러나 이렇듯 파격과 관음 사이에서 줄타기 하고 있는 ‘아가씨’지만 동성의 베드신 말고도 논할 여지가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아가씨’는 등장인물의 의상부터 대저택의 화려함, 벽지, 소품 하나하나가 볼거리다. 또한 박찬욱 감독이 앞서 밝혔듯, 아기자기한 맛과 방대한 대사가 주는 말의 향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그리고 김해숙 문소리까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도 있다. 6월 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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