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지숙 기자
사진=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찬욱 감독은 왜 ‘아가씨’ 베드신을 대칭구도로 연출했을까.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 흥행 열기가 뜨겁다. 누군가는 19세미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기에, 누군가는 동성애 코드 때문에 흥행에 있어서 관객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가씨’는 6일까지 누적관객수 221만5,773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400만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김민희 김태리 두 사람의 동성 베드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평이 나오고 있다. 남성의 관음적 시각에서 본 베드신이자 남자 입장에서 떠올린 레즈비언 정사신이라는 평도 있었고, 오히려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며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호평도 많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동성 베드신에 대한 지적에 대해 “어디가 남성 중심의 관음적 시선인지 사실 내가 더 궁금하다”며 “그냥 뭉뚱그려서 하는 표현 아닌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카메라 앵글이 어떻기에 그렇게 느꼈는지 이야기를 해주면 그렇지 않다고 항변이라도 할 것 아닌가. 그냥 ‘아가씨’와 나에 대한 선입견에 의한 것이라고 밖엔 생각이 안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김민희 김태리의 두 번째 베드신에서 두 사람이 완벽한 대칭 구도를 이루는 모습을 담아낸 것에 대해 “숙희와 아가씨는 하녀와 상전이다. 나이차도 있고 겉으로 봤을 때도 여러 가지 격차가 있지 않나. 그 격차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아가씨는 스타 배우를 기용했고, 하녀는 신인 배우를 캐스팅 했다. 그리고 그 격차가 점점 해소돼 가는 여정이 ‘아가씨’의 내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가씨와 하녀가 동등해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칭 구도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베드신도 마찬가지다. 부감샷(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샷)에서 숙희(김태리)가 히데코(김민희)를 내려다보는 장면,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장면도 모두 대칭구도다. 첫 번째 베드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대화로의 정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장면에선 대사가 정말 많다. 그냥 성욕을 해소하는 행위보다는 감정을 주고받는 교류와 소통의 성격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가씨와 하녀가 자신의 욕망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서로 배려해주는 모습을 원했다. 그래서 베드신에 말도 많고 농담도 주고 받는 식으로 연출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통해 여성들의 정사는 대화가 있는 사랑으로 그려냈다. 반면 ‘아가씨’의 남자 주인공들은 굉장히 찌질한데다 변태적이기까지 하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

이에 박찬욱 감독은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는 모두 악당이다. 악당이 사악한 생각이나 행동을 해야 갈등이 살아난다. 그래서 변태적이고 찌질할 수밖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히데코는 그런 후견인에게 강제로 교육을 받고 사육되다시피 한 인물이다.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지하실에서 뭔가를 봤으니까. 히데코를 누르고 있는 억압이란 게 얼마나 큰지, 책을 찢는 것조차도 겁을 내고 낮은 담도 혼자서는 못 넘는다. 그럴 정도로 억압이 내면화 된 건데, 그 정도가 되기까지는 코우즈키의 변태적인 면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통해 억압이 잘 작동해야 한다고 봤다. 또, 백작은 백작대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정말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숙희를 죽이려고까지 하고 히데코를 겁탈하려고도 한다. 그런 대비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됨은 물론이고 전세계 174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신기록을 세운 ‘아가씨’는 지난 1일 국내서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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