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언젠가부터 황정음의 신작 앞에는 '황정음표 로코'란 수식어가 붙었다. 생각해보면 그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KBS2TV '비밀'(2013) 이후 로맨틱 코미디는 MBC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 뿐이었다. 그마저도 '킬미, 힐미'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상처 치유기였다.
아마도 이런 오해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가 성공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그런 선입견은 어찌 보면 배우 황정음의 브랜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뭘 해도 '황정음표 로코'라는 건 배우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하다.
최근 그가 출연 중인 MBC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연출 김경희) 역시 그런 편견 속에서 첫걸음을 뗐다. 그가 맡은 미신을 신봉하는 여자 심보늬 역은 '안 봐도 본 것 같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호들갑스러운 말투와 오버액션을 연상했으리라.
하지만 심보늬는 그가 기존에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캐릭터다. 항상 긍정적이고 해맑아 보이지만, 그늘이 있다. 이는 집안이 어려워서도 아니고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서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여기엔 자신의 옆에만 오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심보늬는 이를 미신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행에 대한 답을 갈구한 뒤 얻은 결론이다.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 헤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언뜻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오류투성이다. 호랑이띠와의 동침으로 동생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니. 하지만 코너에 몰리고, 세상엔 나 혼자뿐이란 절망감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린다. 비이성적인 행보는 그만큼 심보늬가 절박하다는 증거다.
15일 밤 방송된 '운빨로맨스' 7회에서는 심보늬의 사정이 잘 드러났다. 그는 동생이 쓰던 책상과 침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귀가를 거부한다. 평소엔 명석한 판단력으로 야무지게 일을 처리하지만, 동생에 대해서만큼은 그럴 수가 없다.
제수호(류준열)는 그런 그에게 "망상에서 빠져나와서 현실을 봐"라며, 논리적으로 설득시키려 했다. 하지만 심보늬에게 현실은 열여섯에 부모님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는 것과, 사랑하는 동생이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다는 사실이다.
무섭고 끔찍한 현실과 마주하기 싫어 눈물을 흘리는 심보늬. 그에게서 통통 튀고 발랄한 황정음의 흔적은 없었다. 황정음은 논리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심보늬의 감정선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그렇게 자기복제의 누명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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