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결혼피로연> 기자회견
앤드루 안 감독, 배우 윤여정, 한기찬 참석…오는 24일 개봉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희망 주는 이야기”
[헤럴드POP=부산, 김민지 기자]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을 하셨으면 합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결혼피로연> 기자회견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감독 앤드루 안, 배우 윤여정, 한기찬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영화 <결혼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이 부모님 세대의 기대와 전통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로, 동성 연인과 살고 있지만 부모님에게는 결혼해서 손자를 낳아주길 바란다는 압력 아래 ‘위장 결혼’을 계획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제4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1993년 동명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작이다. 통찰력 있는 주제 의식으로 영화는 제41회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 섹션 초청작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가 주제를 더 잘 그려낸 이유는 앤드루 감독에게 있다. 그는 “영화는 동성애자인 제 바램을 실현한 것인데 제가 동성애자인 사람으로서 결혼을 어떻게 할 건지 가족을 어떻게 꾸릴 건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말하며 “보시는 분들이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고 영화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
1993년도에 원작을 처음 봤다는 앤드루 안 감독은 “아시아인들이 동성애인 걸 보여준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영화 이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세상은 많이 변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 가족이 결혼을 할 수 있게 된 것.
그는 “처음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리메이크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면서도 “저도 (동성애자로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희망, 들뜬 마음, 불안, 긴장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고 퀴어한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에 비해 독특한 과제를 당면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가 가족을 꾸리고 싶을 때 느끼는 복합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여정 또한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든 평등한데 79년 한국에서 살아본 결과 한국은 아직 보수적인 나라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에 대해 카테고리를 나누고 수식어를 붙이는 걸 오히려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BL 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에서 열연한 한기찬은 이번 영화보다 첫 영화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동성애 캐릭터에 임할 때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자고 생각했고, 남자 여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내면을 사랑하지 않냐”며 “‘당신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대중들에게 ‘신인 연기자’로 인식되는 한기찬의 연기 열정은 남달랐다. 오디션에 응시, 합격하게 돼 출연 기회를 얻은 한기찬은 “회사 내부에서도 영어 대본이 있으면 ‘영어 가능하냐’고 묻지 말고 바로 달라고 말씀 드린다”며 “제가 갖고 있는 영어 능력이나 기술들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처음이 너무 어렵지 적극 어필한 결과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기찬은 “오디션 대본이 정말 재밌었다”며 “극 중 청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두 커플인데 한 커플이 상대방 파트너에게 청혼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으나 신선했고 영어 연기여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한기찬은 비대면 오디션 영상을 찍어 보내고 그 후 줌을 통해 감독님과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알고 보니 앤드루 안 감독은 한기찬의 이전 작품인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보시고 그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디션을 건넸다고. 그렇게 한기찬은 크리스(보언 양 분)과 결혼을 앞둔 민 역을 맡게 됐다.
윤여정은 손자의 가짜 결혼 계획을 알아채는 눈치 100단 K-할머니 자영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엄마 역할이었는데, 캐스팅 된 배우를 보니 20대더라. (엄마 역할을 하기엔) 이건 너무 한 것 같아 나이상 할머니가 맞을 것 같아서 할머니로 설정을 바꿨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화 <미나리>와 시리즈 <파친코>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그의 연기다. 절로 K-할머니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냈다. 이에 할머니 역할에 대한 대중의 기대도 큰 터. 하지만 윤여정은 “평범한 할머니나 아니냐는 제가 결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대본을 많이 읽으면 캐릭터의 성격을 알게 되고 ‘내가 이 여자라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를 생각하고 역할을 소화할 뿐”이라고 답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앤드루 안 감독은 영화에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녹여냈다. 그는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한국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싶어 한국의 의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형의 결혼식 때 폐백을 하는 걸 보고 더 많은 걸 느끼고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알아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한국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며 “이런 (전통적인) 결혼의식을 통해 제 정체성을 알고 싶었다”고 한국의 정통 혼례를 담아낸 이유를 설명했다.
30년이 지나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논의는 늘 있었다. 해당 작품은 이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속 시원하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가치를 꾸밈없이 드러낸다.
앤드루 안 감독이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길 바란다”며 희망을 전한 데 이어 한기찬도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방향을 위트있게 제시해 줬는데 과정을 우정과 따뜻함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앤드루 안 감독이 연출하고 윤여정, 한기찬이 출연한 영화 <결혼피로연>은 오는 24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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