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덕혜옹주' 손예진이 해냈다. 이토록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모두 갖춘 여성 배우가 충무로에 또 있을까? 굳이 여배우로 한정 짓지 않아도, 원톱으로 극을 이끌며 꾸준히 흥행에 성공하며 연기력에 있어서도 찬사를 받는 배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가 지난 3일 개봉해 4주차를 맞은 24일 오후 2시, 드디어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남자 배우 주연에 멀티캐스팅 영화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작한 여타 영화와 달리 '덕혜옹주'는 타이틀롤을 맡은 여성 캐릭터 원톱 영화로 2016년 여름, 뜨거웠던 충무로 흥행 경쟁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이 덕혜옹주를 연기하며 박해일이 덕혜옹주를 고국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독립운동가 김장한 역, 윤제문은 친일파 이완용의 수하 한택수 역, 라미란이 덕혜옹주 곁을 지키는 궁녀이자 동무 복순 역, 정상훈이 김장한의 동료 독립운동가 복동, 백윤식이 고종황제 역, 박주미가 덕혜옹주 친모 양귀인을 연기한다.
'덕혜옹주'는 오직 손예진뿐이었고, 손예진이기에 제작될 수 있었으며, 손예진이기에 500만 돌파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덕혜옹주가 곧 손예진이었으며, 손예진은 덕혜옹주로 분해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금 입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그냥 손예진이라는 이름값만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반성 그리고 노력과 진정성이 더해진 결과라 더욱 뜻 깊다.
#손예진이 흘린 눈물의 의미 '덕혜옹주'는 손예진에게 눈물을 안긴 첫 영화다. 자신의 영화를 보며, 자신의 연기를 보며 흐느낀 적은 처음이었다는 손예진은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펑펑 눈물을 쏟아 기자간담회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 진심을 알기에, 취재진 중 누구도 기자간담회 지연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을 정도.
이뿐만이 아니라 손예진은 '덕혜옹주' 예고편을 보거나, 후시녹음을 할 때에도 화면을 보며 울컥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실존인물인 덕혜옹주의 삶을 연기했다기보다는 덕혜옹주 그 자체가 된 손예진은 아역 배우의 등장부터 눈시울을 붉히며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여기에 손예진은 "여배우라고 하지만,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며 노역 분장을 감행, 스스로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허진호 감독은 "손예진이 자신의 연기 때문에 울진 않았을 것"이라며 "덕혜옹주의 삶을 연기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 끌려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입국을 거부당한 사연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눈물을 흘린 것 아닌가 싶다. 후시녹음을 할 때도 연기를 하다가 눈시울이 확 붉어지는 걸 봤다. 실제 아픈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아니었을까"라고 전하기도.
#손예진에게 투자금 10억이란 '덕혜옹주' 개봉 전, 손예진이 소속사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를 통해 10억 원을 투자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누군가는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며 눈을 흘겼고, 일각에선 영화가 잘 될 것 같으니 투자를 한 것 아니냐며 시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손예진은 "영화를 찍으면서 흥행에 성공할 것 같으면 너도 나도 투자하지 않겠냐"며 "처음부터 '덕혜옹주'에 투자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시대극을 만들어야 했는데, 완성도 있고 스케일 큰 영화가 되길 바랐다. 제작비가 부족해 찍고 싶은 장면을 여유 있게 못 찍는 걸 보면서 영화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났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허진호 감독 또한 "손예진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현장은 왜 자꾸 힘들어야만 하느냐'면서 자신이 제작비 투자를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본인이 덜컥 10억 원을 투자했다. 영화 자체가 힘들게 촬영에 들어갔는데, 손예진이 예산 때문에 퀄리티를 포기하긴 싫다고 하더라. 영화 타이틀롤이라는 책임감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손예진이 내게 '감독님이 잘됐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더라. 일종의 동지애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 손예진. 충무로퀸 왕관의 무게를 견디다 '덕혜옹주' 촬영 전 손예진은 부담감 탓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연기하는 실존인물, 그리고 처음 맡은 타이틀롤. '덕혜옹주' 영화화 소식을 듣고 막연히 덕혜옹주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과 달리, 막상 배역을 맡고 보니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이러한 부담감은 영화 개봉 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개봉을 앞두고 기자를 만난 손예진은 "죽을 것 같다"며 당시 심정을 표현하기도.
더욱이 '덕혜옹주'는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한 여름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대결을 펼쳐야만 했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등 모두가 만만찮은 상대였다. '덕혜옹주'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간신' 이후 100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2014년 여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최고 흥행 기록을 안긴 손예진에게 거는 기대는 무척이나 컸다. 그리고 손예진은 롯데 흥행부진을 끊어내고 롯데의 구원자로 우뚝 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충무로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연인 작품은 대부분 손예진이 캐스팅 1순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손예진을 캐스팅하면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도 허다하다. 그만큼 충무로에서 손예진이란 배우가 가진 힘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멀티캐스팅 영화가 아니라 원톱, 투톱으로 극을 이끌며 신인 감독에게도 흥행을 안겨주는 배우는 손예진의 행보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덕혜옹주' 또한 손예진이 아니었다면 여름 시장 개봉은 꿈도 못 꿨을 것이며, 흥행 또한 녹록치 않았을 것"이라고 손예진의 능력을 높이 샀다.
이렇듯 혼신의 열연과 진정성으로 부담감을 이겨내고 '덕혜옹주'를 여름 흥행작 대열에 올려놓은 손예진. 독보적 배우 손예진이 충무로에서 어떠한 길을 또다시 개척해 나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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