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합작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나혼자 프린스’ 나란히 개봉
팬데믹 이후 합작 제작에 주목하다
“한국영화 시장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러운 흐름”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국내 극장가에 한국과 베트남 합작 영화 붐이 일고 있다.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와 ‘나혼자 프린스’가 11월 한국에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거리의 이발사로 일하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를 혼자 돌보는 아들 ‘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국에 있는 형에게 엄마를 데려다주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휴먼 감동 드라마다.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닌,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으로 창작에 참여했으며,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모홍진 감독과 한국 스태프들이 K-무비 노하우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나혼자 프린스’는 매니저, 여권, 돈 한 푼 없이 낯선 이국 땅에 홀로 남겨진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이광수)가 펼치는 생존 코믹 로맨스로, 모든 촬영이 베트남에서 진행됐다.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시장이 침체되면서 자연스레 합작 제작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OTT와 유튜브 시장의 성장으로 글로벌 콘텐츠 교류가 활발해지며, 국가 간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제작사 모티브픽쳐스 김대근 대표는 헤럴드POP에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영화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한국은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라며 “다른 국가들은 70~80% 수준까지 회복했고 일부 시장은 그 이상을 넘어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인데 국내 시장 여력이 줄어든 만큼,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계, 베트남으로 눈 돌린 이유
한국영화 시장에서 제작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막힌 국내 시장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의 침체를 완전히 회복했을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성장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과 문화적 기반이 비슷하다는 점도 합작에 적절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대근 대표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비즈니스적으로는 매력적이다”라면서도 “콘텐츠 산업은 단순히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문화적 기반이 중요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 토대가 아주 비슷하다. 이는 감성을 다루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나혼자 프린스’의 경우, 새로운 가능성을 본 김성훈 감독이 이를 기회로 확장하면서 합작 제작이 성사됐다.
김 감독은 “베트남 나트랑에 영화 행사로 방문했다가 현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오갔다”라며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표정과 동작으로 소통하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문화·기업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며, 한국 콘텐츠에 우호적인 시장이다. 이 점이 양국 간 콘텐츠 협업이 활발해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한·베 합작,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 열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와 ‘나혼자 프린스’가 베트남으로 제작 환경을 확장하며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에는 배우 정일우가, ‘나혼자 프린스’에는 이광수가 출연하며 힘을 더했다.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협업으로 이어진다면, 한층 더 다채로운 콘텐츠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근 대표는 “2014년부터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단순히 시장이 좋고 한류가 있으니 해보자는 접근이 아니라, 시장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라며 “현재의 협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갈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베트남 개봉 3일째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개봉 첫 주 100만 관객, 3주 차에는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은 1718억 동에 달한다.
정일우의 현지 인기가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베트남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한·베 합작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나혼자 프린스’ 관계자는 “한국의 것도, 베트남의 것도 아닌 아시아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게 전부는 아닐지라도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로컬 영화의 성장세가 거센 가운데, 한국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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