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신작 ‘호프’, 개봉 11일만 300만 돌파

걸작 vs 망작..논쟁 커질수록 관객도 늘었다

“화제작일수록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 심리 강해”

영화 ‘호프’ 언론배급시사회/사진=민경빈 기자
영화 ‘호프’ 언론배급시사회/사진=민경빈 기자

[헤럴드뮤즈=이미지 기자]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제작비 700억 원 규모의 신작 ‘호프’​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오히려 이 같은 ‘호불호 논쟁’이 흥행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봉 이후 “한국영화의 영역을 확장한 작품”이라는 호평과 “나홍진답지 않다”라는 혹평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상반된 실시간 관람평이 쏟아지며 연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엇갈린 반응은 오히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관객들이 늘면서 호불호 자체가 새로운 관람 포인트로 떠오른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헤럴드뮤즈에 “‘괴물’, ‘설국열차’처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은 관객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늘 있었다”라며 “‘호프’ 역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라는 심리를 자극하면서 꾸준한 관객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영화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화제작일수록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다’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라며 “관객들이 스스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하는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오가고 자연스럽게 토론이 형성되는 것 자체가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극과 극 평가에도 관객 몰린다..‘직접 보고 판단’ 심리 자극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개봉 최단기간 100만,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새로 쓴 데 이어 2주 차에는 300만 관객까지 넘어서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서도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관객들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7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스케일”,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액션”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황정민, 조인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극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아쉬움을 드러내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부 관객들은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CG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시각효과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욕설 사용과 빈약한 서사, 허무한 결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의견도 이어졌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말은 “도대체 내가 뭘 본 거지?”다. 이 같은 반응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빠르게 확산됐고, 다양한 해석, 2차 창작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평점이 관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호프’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OTT 확산과 높아진 극장 관람료로 관객들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졌지만, 오히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심리를 자극하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객들은 이제 평균 평점보다 자신의 경험과 해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남들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영화를 체험하고 의견을 내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호프’를 둘러싼 뜨거운 ‘호불호 논쟁’은 관객들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해석의 주체로 끌어들이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의 관람 욕구까지 키우고 있다.

취향은 달라도 존중은 필요..‘호프’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

하지만 ‘호프’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한편으로 아쉬운 풍경도 낳았다.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토론을 넘어, 자신과 다른 감상을 인정하지 못한 채 상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등 취향 존중 문화가 사라진 모습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사진=민경빈 기자
나홍진 감독/사진=민경빈 기자

‘호프’를 높이 평가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일부 누리꾼들의 불만에 “‘호프’를 왜 좋게 평가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 영화가 뛰어나서다. 단점들이 있음에도 그걸 상쇄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장점들이 있는, 매력 넘치고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라며 “영화는 누군가의 삶이고 운명일 수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래봤자 영화’일 수 있다. 그런데 영화 한 편 보시고 나서 왜 그렇게까지 조롱을 하거나 화를 내시는 걸까”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어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제 의견이다.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이다”라며 “의견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나누면서 경험을 확장해 갈 수 있다. 그렇게 예술은 더 풍성해지고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튜버 ‘명예영국인’ 백진경 역시 “‘호프’ 재미없다고 재밌게 본 의견을 욕하거나 공격하는 선비님들은 취향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는, 통제광을 넘은 통제벽이라는 염병에 걸린 사람들이다”라며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나의 의견과 다른 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아가 너무 비대해 본인의 ‘고견’이 너무나도 대단하고 특별하다고 느끼는, 현대사회에 아주 만연한 고질병이니 꼭 치료를 받아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마지막 결말? 그건,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길!”이라며 “장장 156분간 손에 땀을 쥐며 이 여름의 무더위를 싹 날린 것만으로도 저는 매우 만족했다”라고 공개 응원에 나섰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손쉽게 소비하는 OTT 시대에도 ‘호프’는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집단적 관람과 해석의 즐거움을 환기시켰다. 영화를 본 뒤 각자의 해석을 나누고 논쟁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면서 작품의 생명력도 함께 길어지고 있다.

개봉 2주 차 300만 관객을 돌파한 ‘호프’는 N차 관람 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오디세이’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이 같은 입소문과 해석 열풍을 앞세워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