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고’ 앱부터 ‘와일드 씽’ 덕질까지..과몰입 콘텐츠 시대
현실과 맞닿은 세계관, ‘나의 이야기’가 되다
“수많은 콘텐츠 속 기존과 다른 접근 필요”
[헤럴드뮤즈=이미지 기자] ‘기리고’ 앱부터 ‘와일드 씽’의 ‘트라이앵글’까지 콘텐츠 세계관이 현실로 확장되며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시청자들은 시리즈를 다 시청한 뒤 앱스토어를 찾는다. 극 중 등장한 앱을 실제로 다운로드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영화 ‘와일드 씽’ 역시 개봉 전부터 영화 속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며 팬덤 형성에 나섰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전, 먼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처럼 콘텐츠는 이제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과 결합한 하나의 ‘체험형 세계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리고’에 출연한 배우 이효제는 헤럴드뮤즈에 “‘기리고’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실제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점을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다”라며 “‘이런 것도 있냐’라며 앱 때문에 작품에 관심을 갖고 ‘기리고’를 보기 시작한 분들도 주변에 꽤 있더라. 굉장히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와일드 씽’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와 이슈가 쏟아지고 금방 빠르게 잊혀지는 환경 속에서 작품을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끝난 뒤 더 뜨겁다..‘기리고’ 앱 열풍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룹 아이오아이 및 구구단으로 활동했던 강미나, 아역 배우 출신 이효제를 비롯해 전소영, 백선호, 현우석 등 신예 배우들이 활약하며 신선한 에너지를 더했다.
무엇보다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의 저주라는 설정은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그 결과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7,5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총 24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총 64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흥미로운 건 작품 속 앱 ‘기리고’를 실제로 실행해 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촬영 소품으로 구현한 앱이 현실 세계에서도 다운로드되며 콘텐츠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앱에는 작품 속과 동일한 음악과 기능이 구현돼 있으며, 개발자명 역시 극 중 설정과 같은 ‘Kwonsiwon(권시원)’으로 표기돼 몰입감을 높였다.
앱 소개란에는 “소원을 마음속으로만 빌고 잊어버리지 않나요? ‘기리고’는 당신의 간절한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성 소원 기록 앱입니다”라는 설명이 담겼다. 주요 기능으로는 소원 기록, 갤러리 저장 등이 포함돼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 1위에 등극하기도 한 ‘기리고’ 앱은 현재 다운로드 수 100만 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지워도 앱이 안 지워진다”, “진짜 소원을 들어줬다”, “너무 무섭다” 등의 리뷰를 남기며 과몰입을 이어가고 있다.
‘기리고’ 관계자는 “촬영 소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한 앱”이라며 “작품 공개 후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이런 반응이 이어지니 신기하다”라고 전했다.
현실에 먼저 데뷔한 ‘트라이앵글’..‘와일드 씽’의 역발상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
해당 영화는 주연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으로 구성된 ‘트라이앵글’의 컴백 영상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다음 개봉 확정 소식을 알렸다. 영화 정보를 철저히 숨겨온 기존 홍보 방식과 달리, ‘선(先) 유행·후(後) 관람’이라는 역발상 전략을 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 자체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트라이앵글’이라는 그룹을 먼저 대중에게 노출해 자연스럽게 즐기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라며 “호기심이 결국 영화에 대한 강한 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트라이앵글’은 나무위키 페이지 개설부터 공식 SNS 운영까지 실제 아이돌 데뷔 문법을 그대로 따랐다. 여기에 대표곡 ‘Love is(러브 이즈)’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까지 공개하며 현실감을 더했다.
관계자는 “단순히 영화 정보를 노출하기보다 ‘트라이앵글’이 실제 그 시대에 존재했던 그룹처럼 느껴지길 바랐다”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트라이앵글’과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자연스럽게 세계관에 몰입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뮤직비디오의 화면 질감과 창법 같은 시대적 고증은 물론 나무위키와 SNS 운영까지 세세하게 설계했다”라며 “이런 디테일이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로 다가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Love is(러브 이즈)’는 지니, 멜론, FLO, 벅스, 바이브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글로벌 플랫폼에 공개돼 실제 활동했던 그룹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곡은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댄스 음악 전성기의 밝고 희망적인 멜로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댄스팝 장르다. 심은지 작곡가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트와이스의 ‘KNOCK KNOCK’, ‘YES or YES’를 비롯해 샤이니, 아이유, ITZY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해 왔다.
관계자는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수개월간 춤과 노래를 집중적으로 준비하며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라며 “이는 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엄태구가 연기한 폭풍래퍼 ‘상구’의 솔로 앨범 사진까지 공개되며 세계관을 더욱 확장했다.
그러면서 개봉 전부터 ‘트라이앵글’의 팬덤 ‘빨초파 부대’까지 형성됐다. 관계자는 “‘빨초파 부대’의 일원으로서 과몰입해 주는 분들이 저희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라며 “자발적인 콘텐츠 제작과 확산은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등 흥행을 위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팬덤의 놀이터를 만든 ‘기리고’와 ‘와일드 씽’.
‘기리고’ 시청자들이 앱을 직접 실행하며 작품 속 사건을 현실로 끌어들인다면, ‘와일드 씽’ 관객들은 ‘트라이앵글’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아이돌처럼 소비하며 팬 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허구의 설정이 현실의 서비스와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이 기묘하면서도 짜릿한 경험은 오늘날 콘텐츠가 대중을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대중이 이 현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가짜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빠져들고 싶은 즐거움’에 있다. 콘텐츠가 현실과 맞닿는 순간 허구의 이야기는 더 이상 스크린 속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된다.
스마트폰 속 작은 앱 아이콘 하나,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대중을 자연스럽게 가상 세계로 이끈다.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시청’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몰입하는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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