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잔혹동화 구병모 소설 ‘아가미’가 생생한 물결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 언론시사회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감독 안재훈, 배우 강하늘, 배우 유재명,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가미’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2018년 출간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아가미’는 깊은 물 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겨난 세상에서 유일한 아이 ‘곤’ 그리고 그의 세계에 전부였던 존재들의 시리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았다.
‘아가미’는 ‘소중한 날의 꿈’, ‘무녀도’ 등의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안재훈 감독의 손끝에서 재탄생했다.
해당 소설의 배경은 한국이 아닌 프랑스다. 안재훈 감독은 “구병모 작가님이 쓰신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가져오되 시각적으로 변주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 개봉에 앞서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프라이트페스트, 이탈리아 볼로냐24프레임퓨처필름페스티벌,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연이어 초청되며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안재훈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펜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이번 작업에 대해 새로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과 애니메이터가 그림을 그릴 때 범하는 오류들을 후반작업으로 고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계에 한국의 ‘인상’을 남기고자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재훈 감독은 “사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 애니메이션은 ‘인상’이 없다. 그래서 그 ‘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며 “이번에도 한눈에 한국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게, 그런 표현력에 닿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남다른 포부도 드러냈다. 안재훈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장인정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자본이 있다. 그러나 한국엔 창작자들의 ‘재기발랄함’이 있는데, 이런 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앞으로도 이런 지점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가미’의 주요 인물 곤과 강하는 사랑과 우정, 가족 알 수 없는 진득한 관계성으로 원작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그런 만큼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두 캐릭터의 ‘목소리 실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이에 배우들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안재훈 감독은 “애니메이션 더빙은 배우들에게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듣는데, 그렇기에 배우들을 선택하려면 분명한 캐스팅 이유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에서 관객들 사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린 현재의 캐스팅 라인업. 그렇게 발탁된 배우들은 감독이 갖고 있던 기대 이상의 노력을 보였다고.
그는 “강하늘 씨는 애니메이터와 소통도 열심히 하고, 연예인 더빙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직설적으로 터놓고 얘기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인 역시 사무실에 들러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안재훈 감독은 “원작에서 ‘곤’의 목소리만 정확하게 설명돼 있는데, 정해인씨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봤을 때 ‘곤’이 떠올랐고, 정해인씨를 잘 아는 류승완 감독님 이야기도 들었다”며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정해인 배우의 바쁜 일정 속에서 ‘곤’의 목소리를 함께 찾아갔다”며 밀도 있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안에서 오가는 내밀한 감정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정해인, 강하늘, 이청아, 유재명, 뮤지컬 배우 김선영의 목소리는 단번에 영화에 서사를 부여할 정도다.
살기 위해 아가미가 생겨난 ‘곤’은 배우 정해인이 맡았다. 결핍과 외로움으로 상처가 많은 인물 ‘곤’에게 정해인은 처연한 목소리로 숨을 불어넣었다. 이날 정해인은 예정된 스케줄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앞서 “감사하고 신기하다. 원작의 팬으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하늘은 세상에 없어야 하는 존재 ‘곤’의 유일한 세계가 되어준 ‘강하’를 연기했다. 단단하고 다소 까칠한 목소리 연기로 강하늘은 기존 따뜻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목소리 연기 특성상 두 배우는 실제 마주한 적은 없다고. 강하늘은 “정해인 배우와 함께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녹음실에 혼자 들어가기 때문에 목소리 연기는 함께 호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해인 형님이 먼저 녹음해 두신 게 있어서 필요한 장면에서는 그 목소리를 먼저 듣고, 목소리의 빠르기와 톤을 잡아갔다”고 전했다.
곤과 강하의 관계에 대해선 “저도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작품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가 해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말씀을 드리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청아는 ‘곤’에게 특별한 인연이 되는 여자 ‘해류’를, 유재명은 어린 ‘곤’을 구해주고 묵묵히 지켜주는 ‘노인’을 연기했다.
유재명은 “처음으로 전문적으로 더빙 연기를 시도해 봤다”면서 “낯설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동료들과 함께해서 용기를 얻고 신선하고 새롭고 묘한 경험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목소리 연기로도 ‘노인’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며 젊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야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바다에 가게 되면 가끔 상처를 내비치는 경험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작품엔 애니메이션 잡화가 더해지다 보니 더욱 감수성이 풍부하게, 상처의 이유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유재명은 “제가 갱년기인지 감수성이 많아졌는데, 그런 지점에서 말해보자면 저희 작품은 판타지같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메시지가 스며들어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에서 과하지 않게 상처를 바라보는, 상처가 어디에서 왔는지 담담하게 물을 바라보듯 타인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자세가 좋았다. 관객들에게도 이런 메시지가 담백하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김선영은 ‘곤’의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을 일으키는 ‘이녕’의 목소리를 맡았다. 김선영은 “목소리 연기 참여가 처음인데 굉장히 즐거웠던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 중 김선영의 캐릭터는 비운의 여배우로 직업적인 고뇌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런 지점에서 김선영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는 오는 9월 9일 극장 개봉한다.
al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