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당일 집 앞으로‥음반 유통도 퀵커머스

‘오버워치2’와 또 한번 손잡‥게임판으로 확장하는 K팝 IP

‘찾아가는 K팝’은 옛말… 이제 팬들의 일상 속으로 침투한다

‘Made My Night’ 퍼포먼스 필름 캡처
‘Made My Night’ 퍼포먼스 필름 캡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르세라핌의 음악적 메시지와 파트너(회사)의 강점이 잘 맞닿아 있는지 여부가 협력의 최우선 기준입니다. 이 접점만 있다면 그 대상이 어떤 분야든 열려 있습니다. (쏘스뮤직)”

르세라핌의 소속사 쏘스뮤직이 밝힌 협업의 기준이다. 르세라핌은 이번 컴백에서 ‘배달의 민족’ 내 B마트를 통해 발매 당일 앨범을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음반 유통 방식을 선보였다.

그 와중에 국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오버워치 2’와 두 번째 협업을 성사시켰다. 자칫 음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역에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방향은 하나다. K팝은 더 이상 팬들이 찾아오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티스트들이 직접 팬들의 일상과 플랫폼 속으로 음악을 가져가는 “친절한 배달부”가 되어 경쟁력을 높인다.

이번 르세라핌의 행보 역시 단순히 색다른 홍보를 넘어 K팝이 팬을 만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컴백 앨범 장보기, 1시간 만에 현관 앞으로‥

‘배달의 민족’ 캡처
‘배달의 민족’ 캡처

르세라핌의 싱글 2집 ‘Made My Night’ 컴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앨범 유통 방식이다. B마트를 통해 음반 발매 당일부터 앨범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팬들은 기존 온라인 음반 판매처에서 주문한 뒤 배송을 기다리는 대신, 발매 시각에 맞춰 앨범을 주문하고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장보기와 생필품 구매를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K팝 앨범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 음반 유통과는 다른 풍경이다.

특히, 이번 협업은 르세라핌의 앨범이 가진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쏘스뮤직 측은 이번 앨범 프로모션을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유쾌한 밤’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상했고, 요즘 세대의 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배달음식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B마트와의 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빠른 배송 서비스 특성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앨범이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실제 소비 경험으로 확장한 셈이다.

B마트가 가진 ‘빠른 배송’이라는 강점 역시 르세라핌의 앨범과 결합했다. 팬 입장에서는 음반을 구매하는 행위와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일상이 하나의 동선 안에서 이어진다. 앨범을 사기 위해 특정 음반 매장이나 팬덤 플랫폼을 찾아가는 대신, 평소 이용하던 앱에서 컴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하는 장소가 팬덤 전용 공간에서 일상적인 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쏘스뮤직 측은 “B마트는 대중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플랫폼인 만큼,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르세라핌의 앨범을 일상 속에서 보다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음반을 ‘판매하는 곳’의 변화가 아티스트를 ‘만나는 곳’의 변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게임 속으로 찾아온 르세라핌‥음악의 경험 넓힌다

‘블리즈컨 2026’ 무대 장면/사진제공=쏘스뮤직
‘블리즈컨 2026’ 무대 장면/사진제공=쏘스뮤직

르세라핌은 ‘오버워치2’와 두 번째 협업을 진행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K팝과 게임의 협업 자체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게임 OST를 부르거나 광고 모델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아티스트의 음악과 이미지를 게임 이용자가 경험할 수 있게 발전하고 있다.

르세라핌 역시 ‘오버워치2’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팬덤뿐 아니라 게임이라는 별도의 문화 영역에까지 접점을 넓혔다. 이는 K팝 소비자와 게임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한다. 즉, 음악을 듣던 팬이 게임 속에서 아티스트를 접할 수 있고,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K팝을 경험하는 식이다.

중요한 건 르세라핌이 게임만을 겨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쏘스뮤직 측은 “르세라핌은 최근 게임을 비롯해 패션, 라이프스타일, F&B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분야와 상관없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각 파트너가 가진 강점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각의 협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단순한 화제성이나 노출 규모가 아니라 르세라핌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협업 파트너가 가진 강점의 결합이다.

실제로 정규 2집 ‘‘PUREFLOW’ pt.1’ 활동에서는 두려움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웰니스 영역과 협업했다. 르세라핌은 장르와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고, 그 협업이 해당 시기의 음악과 만들어낼 수 있는 접점에 주안점을 뒀다.

일상 공략 시작한 K팝

‘배달의 민족’ 캡처
‘배달의 민족’ 캡처

르세라핌이 협업한 B마트와 ‘오버워치2’는 전혀 다른 성격의 플랫폼이지만, 각층의 팬들이 일상적으로 머무르는 공간으로 아티스트가 찾아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간 K팝 팬들은 공식 팬덤 플랫폼과 음반 판매처, 음악방송, 팝업스토어 등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단순 컴백으로는 이목을 끌기 어려워졌고, 음악을 어떻게 소비하고 경험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르세라핌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K팝 협업은 ‘아티스트 IP를 어떻게 다른 문화 안에서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K팝은 이제 집에서 배달을 기다릴 때도, 게임을 즐기는 화면 속에서도 언제나 아티스트와 연결되어야 하는 시대다. 이는 단순히 이색적인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K팝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