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커리어 하이’ 찍은 에이티즈, 엔하이픈 …그 배경은?

‘전화위복’ 엔하이픈·최산 ‘BAD’ 신드롬..뜻밖의 바이럴이 ‘입덕’ 불렀다

‘단타’보다 ‘장투’로 흐름 바뀌는 K팝 시장

엔하이픈, 에이티즈/사진=민경빈 기자, 윤병찬 기자
엔하이픈, 에이티즈/사진=민경빈 기자, 윤병찬 기자

[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 결국 아이돌 시장도 ‘존버’가 답인가. 7년차 엔하이픈부터 9년차 에이티즈까지, 최근 케이팝 고연차 보이그룹들이 연이어 커리어 정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기전’ 끝에 빛을 보게 된 이들 성장세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엔하이픈은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를 통해 ‘빌보드 200’ 최신 차트(9월 5일 자) 정상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역사상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엔하이픈을 포함해 여섯 팀뿐이다.

엔하이픈은 한터차트 기준 209만 장이 넘는 초동 판매량(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팀 통산 다섯 번째 더블 밀리언셀러 앨범을 추가했다. 여기에 빌보드 재팬 주요 차트 2관왕, 오리콘 차트 3개 부문 정상에 올랐으며, 이번 활동으로 총 6개의 음악방송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역시 엔하이픈 자체 최다 기록이다.

해외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엔하이픈은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렸으나,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 빌보드 성과와 함께 국내 음악방송 6관왕이라는 성적까지 거두며 존재감을 넓혔다. 최근에는 신라면세점의 새 얼굴로도 발탁됐다. 면세점 모델은 국내 아웃바운드 출국객과 인바운드 글로벌 관광객을 고객으로 하는 업계 특성을 가진 만큼, 이 역시 엔하이픈의 높아진 국내외 인지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엔하이픈이 7년차에 접어든 데다, 멤버 희승의 탈퇴라는 변화를 겪은 직후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에이티즈 역시 해외에서는 이미 강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들은 올해까지 이미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3차례나 오르고 ‘코첼라’ ‘서머소닉’ 등 큰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일찌감치 K팝 대표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앨범도 지난 2022년 발매한 ‘THE WORLD EP.1 : MOVEMENT(더 월드 EP.1 : 무브먼트)’로 누적 100만 장을 돌파하며 일찌감치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하지만 국내 음원차트에서는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에이티즈가 지난 6월 발매한 열네 번째 미니앨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의 타이틀곡 ‘BAD(배드)’로 오랜 설움을 털어냈다. ‘BAD’는 국내 음원차트 멜론에서 10일 오전 기준 톱100 7위를 유지 중이다. 발매 두 달이 넘은 시점에도 차트에서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데뷔 9년차가 된 에이티즈에게 이같은 ‘기적’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두 팀의 상승세를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바이럴’이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헤럴드뮤즈에 “바이럴은 대중이 아티스트를 새롭게 발견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 중 하나”라며 “짧은 영상 하나가 특별한 설명 없이 직관적 흥미를 유발하며 입구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예상치 못한 바이럴, 새로운 ‘입덕문’이 되다

엔하이픈/사진=빌리프랩(하이브)
엔하이픈/사진=빌리프랩(하이브)

엔하이픈은 지난 4월 멤버 희승(에반)의 탈퇴 선언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희승이 팀 내 메인보컬이자 인기 멤버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만큼, 그의 이탈은 엔하이픈에게 위기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6인조로 재정비된 엔하이픈은 희승이 팀을 떠난 후 처음으로 진행한 월드투어 ‘ENHYPEN WORLD TOUR ‘BLOOD SAGA’’에서 빈자리를 느낄 새 없이 완벽한 라이브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폭발적인 열기에 힘입어 본 월드투어는 내년 3월, 베를린과 런던에서추가 회차까지 확정된 상황이다.

엔하이픈은 희승의 탈퇴를 부정하는 일부 해외 팬들의 여론에도 단호하게 대처했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정면돌파에 나선 리더 정원의 모습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순간들은 숏폼 콘텐츠로 제작돼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고, 새로운 팬 유입으로 이어진다.

SBS ‘인기가요’ 최산 ‘BAD’ 페이스캠 캡처
SBS ‘인기가요’ 최산 ‘BAD’ 페이스캠 캡처

에이티즈 역시 ‘바이럴’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24년 11월 ‘아이스 온 마이 티스’ 활동 당시 멤버 최산이 ‘북부대공’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내 인지도를 조금씩 쌓아가던 에이티즈는 ‘BAD’를 통해 본격적인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특히 민소매 의상을 입은 최산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며 ‘BAD’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산의 ‘BAD’ 직캠은 10초 남짓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이른바 ‘다 죽자 파트’로 공유됐고, 이를 활용한 패러디와 리액션 영상까지 쏟아지며 화제성을 키웠다. 이는 해외에서 이미 자리 잡은 에이티즈가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상승세를 만들어내는 시작점이 됐다.

바이럴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 만든 저력

엔하이픈/사진=민경빈 기자
엔하이픈/사진=민경빈 기자

다만 바이럴 자체가 성공의 원인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심재걸 문화평론가는 두 팀의 장기적인 성과를 두고 “연차 앞에 붙은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꾸준히 쌓아온 앨범과 공연과 점점 두터워진 그룹의 서사, 팀을 지탱하는 팬덤이 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건재한 이유가 명확했다”고 분석했다.

엔하이픈과 에이티즈는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구축해온 팀이다. 엔하이픈은 데뷔 초부터 이어온 뱀파이어 세계관을 중심으로 독특한 팀 색깔을 만들어왔고, 에이티즈 역시 강렬한 퍼포먼스와 섹시미를 겸비한 힙합적인 색깔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대중성만을 좇기보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꾸준히 이어온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바이럴은 두 팀을 처음 접하는 새로운 팬들에게 하나의 ‘입덕문’이 됐고, 기존 팬덤에 새로운 팬들이 더해지면서 상승세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에이티즈/사진=헤럴드뮤즈 DB
에이티즈/사진=헤럴드뮤즈 DB

이처럼 두 팀의 사례는 단순히 한 번의 바이럴을 넘어, 오랜 시간 쌓아온 팀의 색깔과 팬덤이 새로운 관심과 만나 또 한 번의 상승세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과거에는 아이돌 그룹에게 ‘마의 7년’이라는 말이 따라붙을 정도로 장기 활동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뷔 연차가 높은 그룹들이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팬을 확장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심재걸 평론가는 “이제는 시작 단계부터 긴 호흡을 가지고 활동 로드맵을 수립하는 추세”라며 “단기간 승부를 보겠다는 식으로 의미 없는 자극에만 매달리는 사례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 계속된다면 콘텐츠의 질적·양적 가치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