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K팝 아이돌 멤버 탈퇴에 ‘월간탈퇴’ 밈까지 등장
엑디즈 건일 논란 하루 만에 퇴출..JYP 빠르게 결단낸 이유는?
가요계 관계자 “주축 멤버 보호 ‘성역’ 과거보다 약해져”
[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 아이돌 멤버들의 탈퇴 소식이 유독 잦은 올해,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월간탈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3월 엔하이픈 희승을 시작으로 4월 NCT 마크, 5월 유스피어 여원, 6월 유나이트 이은상, 7월 NCT 윈윈이 팀을 떠났다. 이번 달의 ‘월간탈퇴’ 주인공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건일이다.
그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탈퇴 소식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그 파급력이 크게 체감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엔하이픈의 메인보컬 희승, NCT의 주축 멤버 마크 등의 이탈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탈퇴 배경은 계약 관계와 향후 개인 활동 방향성 등 제각각이지만, 한때 ‘완전체 유지’를 최우선의 덕목으로 두었던 아이돌 그룹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 특히 8월 이른바 ‘월간탈퇴’의 주인공이 된 건일의 사례는 최근 아이돌 탈퇴 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건일, 사생활 논란 하루만 퇴출‥그 배경은?
건일은 팀의 리더이자 메인 드러머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음악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아왔다.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 장학생 출신으로 ‘엘리트 엄친아’ 이미지까지 갖추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팀 탈퇴 소식은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탈퇴의 발단은 한 누리꾼의 폭로였다. 자신을 건일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누리꾼이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와 음성 녹취 등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된 내용에는 건일이 욕설을 섞어 팬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돼 큰 파장으로 번졌다.
논란 이후 건일의 탈퇴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는 그 배경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건일의 역할이 큰 데다, 당장 예정된 일정이 있었던 만큼 일각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탈퇴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출연을 앞두고 있던 ‘서머소닉 2026’을 비롯해 9월 개최 예정이던 세 번째 공식 팬미팅까지 줄줄이 취소됐다.
이후 공개된 건일의 입장문을 통해 그의 탈퇴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닌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진 지 단 하루 만에 소속사가 멤버의 팀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과거에는 논란이 발생하면 소속사가 자숙 기간을 두거나 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 공식이 점점 깨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헤럴드뮤즈에 “과거보다 소속사의 판단 속도가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팬덤의 반응과 여론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굳어지는 만큼 장기간 판단을 유보하는 것 자체가 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소속사의 성향이나 논란의 성격, 다른 멤버들의 의지 등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일의 사례에 대해서는 “소속사의 윤리적 기준과 팬덤의 신뢰를 해치는 이슈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빠르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팬덤의 수용 가능성, 팀 전체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팀 이미지’부터 챙긴다..소속사의 달라진 대처법
이제는 논란이 팀 전체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문제의 멤버를 빠르게 팀에서 분리하는 선택도 가능해졌다. 멤버 개인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완전체’를 유지하기보다 팀의 지속적인 활동과 이미지 보호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아이돌 그룹이 하나의 장기적인 IP로 자리 잡은 점을 꼽는다. 과거에는 인기 멤버 한 명의 이탈이 그룹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특정 멤버의 현재 인기보다 그룹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핵심 멤버의 이탈 이후에도 팀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3월 에반(희승)이 팀을 떠난 엔하이픈은 오는 21일 컴백하며, 4월 마크가 이탈한 NCT 127 역시 오는 24일 새 앨범을 발표한다. 관계자는 “주축 멤버라고 해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성역’은 과거보다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쪽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문제에 가깝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 멤버의 이탈을 감수하는 것이 팀 전체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논란이 있더라도 해당 멤버와 함께 가는 것이 팀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SNS를 통한 여론 확산과 팬덤의 반응 역시 소속사의 판단을 앞당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연예계에서 발생하는 논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릴스와 숏폼 콘텐츠 등을 통해 논란의 일부 장면이나 내용이 빠르게 재생산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대중에게 퍼진다.
문제는 개인의 논란이 팀 전체의 이미지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팀 전체의 활동과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 큰 파장을 막기 위해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로 또 같이..달라진 ‘완전체’의 의미
한때 아이돌 그룹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반드시 완전체’의 시대가 끝났다. 멤버 개인의 활동 방향과 계약 관계, 품행 논란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팀을 유지하는 방식 역시 이전보다 유연해지고 있다.
관계자는 “아이돌의 활동 수명이 길어지고 멤버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진 만큼, 그룹의 형태보다 그룹의 정체성과 IP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속사 역시 ‘완전체’ 자체를 지키는 것보다 회사와 멤버, 팬덤 모두에게 더 이익이 되는 방식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판단의 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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