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 ‘연애의 조건’, 숏폼 챌린지로 역주행..멜론 톱100 입성

깜짝 재결합 발표→약 4000일 만에 ‘음악중심’ 무대 소환까지

하재근 평론가 “숏폼 콘텐츠 중심 음악 산업 생태계는 더욱 강화될 것”

베스티, 제1의 전성기 맞이할까 “더 많은 무대와 콘텐츠 보여드리고 파”

베스티/사진=MBC ‘음악중심’ 캡처
베스티/사진=MBC ‘음악중심’ 캡처

[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

2·3세대 K팝을 대표하는 하이힐 댄스와 핸드마이크, 그리고 화려한 생라이브가 다시 돌아왔다. 걸그룹 베스티의 ‘독기 가득한’ 무대가 가요 팬들을 순식간에 2010년대로 불러들였다.

혜연·유지·다혜·해령 등 멤버 4인이 베스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친 건 약 4000일 만이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13년 전 발표곡 ‘연애의 조건’을 선보였다. 11년 만의 완전체 음악방송이었지만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무대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음원 차트도 뜨겁다. ‘연애의 조건’은 6일 오전 기준 멜론 톱100 13위까지 치고 올랐다. 차트 역주행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걷던 네 멤버를 다시 묶어 세우고 무대로 이끈 셈이다.

8년 전 해체했던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은 어떻게 13년 만에 차트 역주행의 주인공이 됐을까.

재결합까지 단 6개월…베스티가 다시 뭉친 숨은 동력

베스티 SNS
베스티 SNS

베스티를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낸 건 평범한 숏폼 콘텐츠 하나였다. 하츠투하츠의 ‘레몬 탱’ 안무에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을 입힌 영상이 SNS에서 바이럴되며 곡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노래 아는 사람? 너무 고능한 걸 발견해버림’이라는 문구까지 더해지며 영상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키 조금 크고 강동원 좀 닮고 여자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 주는 그런 사람’처럼 재치 있고 직설적인 가사는 새로운 세대의 흥미를 끌었다. 한국어로 된 친숙한 가사와 연예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표현은 2010년대 유행했던 방식이다. 당시의 감성과 지금의 숏폼 콘텐츠가 만나면서 13년 전 노래가 새로운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간 셈이다.

베스티 SNS
베스티 SNS

이번 재결합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멤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리더 혜연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 중이며, 유지는 뮤지컬 배우로, 해령은 배우로, 다혜는 ‘환승연애3’에 출연한 이후 크리에이터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네 사람이 다시 베스티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역주행 이후 발빠르게 재결합을 알린 이들은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행보로 다시 한번 팀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베스티는 헤럴드뮤즈에 오랜만에 음악방송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11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음악방송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마음이 먼저였다”며 “당일에는 데뷔 때보다 더 크게 심장이 뛰었을 만큼 엄청 떨렸지만,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분들 덕분에 힘을 얻어 무대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숏폼이 불러온 재회…베스티로 본 역주행의 새로운 공식

베스티 ‘연애의 조건’
베스티 ‘연애의 조건’

과거에도 역주행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그룹은 있었다. EXID는 ‘위아래’ 직캠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대중의 관심을 얻었고, 브레이브걸스는 ‘롤린’의 군부대 공연 영상이 뒤늦게 주목받으며 역주행 신화를 썼다.

다만 베스티의 사례는 기존 역주행 그룹들과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활동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길을 걷던 멤버들이 역주행을 계기로 다시 한 팀으로 뭉쳤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에는 숏폼과 챌린지 등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과거 노래를 새롭게 발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 AOA의 ‘짧은 치마’, 엑소의 ‘첫 눈’ 등이 대표적이다. 베스티는 이 같은 관심이 해체 후 8년 만의 재결합과 음악방송 복귀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는 과거 발표된 노래를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러한 변화를 음악 산업의 홍보 방식과 소비 환경이 달라지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하 평론가는 헤럴드뮤즈에 “젊은 세대가 숏폼 콘텐츠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인기 스타가 탄생하는 시대가 점차 열리고 있다”며 “과거에는 소속사의 홍보 활동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성이 형성되고 그룹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면, 이제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예상치 못한 역주행이 일어나거나 신인 그룹이 이름을 알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음악 산업의 생태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스티/사진제공 = SBS funE
베스티/사진제공 = SBS funE

다만 숏폼을 통해 얻은 관심이 지속적인 활동과 새로운 팬덤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하재근 평론가는 “이미 해체한 팀이 다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베스티가 이번에 주목받은 만큼 이를 계기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 번의 화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선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관심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이후 활동도 잘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베스티는 헤럴드뮤즈에 “오랜 기간 동안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활동하겠다”며 “앞으로도 베스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무대와 콘텐츠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해체 후 재결합한 베스티가 이번 역주행을 발판 삼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