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극 올해 최고 기대작‥흥행 살펴보니
의학적 고증부터 서사 개연성까지‥장르적 허용 범위는?
끝없는 논쟁‥영웅 서사로 바라봐야 할까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기존 의학드라마와 결이 다릅니다. ‘닥터X’는 기득권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키는 영웅 서사에 가깝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극본 편성근/연출 이정림/이하 ‘닥터X’)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배우 김지원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방송 단 6회 만에 전국 시청률 19.5%를 기록하며 흥행세를 기록 중이다. SBS 금토극의 자존심을 세울 올해 최고 기대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시청률 상승세와는 별개로 작품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허술한 의학적 고증과 의료진 묘사를 둘러싼 지적에 이어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에피소드가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화려한 시청률이 작품의 화제성은 입증하더라도, 작품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치열한 질문과 우려까지 잠재울 수는 없다.
탄탄한 의학적 고증보다 천재 의사 한 명의 활약? 장르적 허용 범위는
‘닥터X’는 외과의사 계수정(김지원)이 병원 내부의 부조리와 기득권 세력에 맞서며 환자를 살리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의 비범한 실력과 거침없는 태도는 극의 주요한 재미 요소다. 다만 계수정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료진이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인물로 단순화되고, 의학적 현실과 동떨어진 장면이 등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학 자문을 맡은 남궁인 전문의가 일부 장면의 의학적 오류와 관련해 제작진과 자문진 사이의 의견 차이를 언급하면서 고증 논란은 더욱 주목받았다. 의료 현장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현실과의 간극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방송평론가)는 ‘닥터X’를 기존 의학드라마의 잣대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작품의 부제인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 주목하며 “기존의 의학드라마와 달리, 외과 수술의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술 전후의 의사들의 대응 또는 대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의학드라마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역시 의학적 고증의 충실성보다 천재 의사의 영웅적 활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의학적 고증 여부가 작품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결국 ‘닥터X’를 어떤 장르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웅 서사라는 장르적 성격이 의료진 묘사의 단순화나 현실과의 간극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짚어볼 문제다.
뜬금없는 5·18 에피소드? ‘의드’에 적절한 설정이었나
‘닥터X’ 6회에서 다룬 5·18민주화운동 관련 에피소드는 또 다른 논쟁을 불러왔다.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인물의 이야기가 극의 중심에 놓이면서, 의학드라마의 흐름과 역사적 비극을 연결한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 이후에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의료 현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왜 5·18을 주요 소재로 끌어왔는지, 해당 이야기가 작품의 전체 서사와 충분히 맞물리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 자체보다 그 소재가 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물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해당 에피소드를 의학드라마의 틀에 가두지 않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가폭력의 피해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행위, 즉 ‘살림’의 의미를 되짚는 동시에 주인공 계수정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극적 개연성을 갖춘 설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5·18 에피소드가 뜬금없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작품을 의학드라마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교수는 “한편 5·18 에피소드에 대한 정치적 문제 제기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흥행과 논란은 별개‥남은 회차가 관건
‘닥터X’ 앞에는 두 가지 묵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의학적 고증의 한계를 어디까지 ‘장르적 허용’으로 품어낼 것인가, 그리고 민감한 사회적 비극을 다룰 때 얼마만큼의 서사적 설득력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의 분석처럼 ‘닥터X’를 기득권에 균열을 내는 영웅 서사로 본다면, 이 작품을 기존 의학드라마의 잣대로만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가 기대를 접지 않는 현실성과 최소한의 개연성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가치다.
결국 본질은 하나다. ‘닥터X’가 내세운 장르적 쾌감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시청자를 온전히 납득시킬 수 있느냐다. 화려한 시청률을 넘어 작품 자체의 완결성까지 입증할 수 있을지, 남은 이야기에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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