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아수라' 절대악 박성배를 통해 김성수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에서 가장 악독한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를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소시오패스적 면모에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살인교사도 서슴지 않는 절대악이 바로 박성배다.

그렇다면 김성수 감독은 왜 상업영화인 '아수라'에 이토록 끔찍한 절대악 캐릭터를 집어넣었을까? 그리고 왜 박성배를 가상의 공간 안남시의 '시장'이라는 권력을 쥔 인물로 설정했을까? 김성수 감독은 최근 헤럴드POP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박성배가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성배도 처음부터 시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조무래기에 지나지 않는 인물에서 어느덧 권력을 쥐고 흔드는 시장 자리에 올랐겠지. 잘 살펴보면 권력의 먹이사슬 내에선 그리 높은 위치에 있는 인간은 아닌데, 안남시라는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수라'를 축소하다 보니 시장이란 직책을 맡기게 됐다. 안남시 안에서는 박성배가 권력의 정점에 놓인 셈이다. 그래서 황정민에게도 박성배를 '절대 악'으로 묘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박성배 시장을 감시하고 비리를 파헤치려는 인물이 바로 검사 김차인(곽도원)이다. 김성수 감독은 "사법 권력의 상징으로 검사 캐릭터를 '아수라'에 집어넣었다. 김차인 또한 부패한 인물이지만, 결연하고 강한 성격으로 설정해 상대방에겐 존댓말을 쓰고 젠틀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는 인간이 바로 김차인이다. 사법적 권력의 권위를 벗으면 보잘것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남들보다 외우는 걸 잘하고 시험성적이 높으면 높은 권력과 직책을 가질 수 있다. 원래 뻔뻔한 사람들이 시험 성적이 좋다. 안 떨잖나.(웃음)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랄 게 없기 때문에 시험도 잘보고 공부도 잘한다. 문화적 취향이나 교양, 감정이 없는 놈들이 외우는 공부를 잘했단 이유로 직책을 갖게 되고 사회를 다스린다. 예전에 학교에선 선생님이 각자 사회 구성원의 하나가 돼서 조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조건 1등이 돼서 나머지 99명의 개돼지를 밟고 올라서라고, 그리고 그들을 다스리라고 가르치더라. 한 놈이 나머지 구성원들을 사육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결국 이 사회는 1등이 돼야만 하는데, 어떻게든 남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1등이 될 수 없다. 그렇게 공부해서 1등이 된 사람들에게 사법 권력을 쥐어주면 어떻게 되겠나. 그들이 과연 공공의 선을 위해서, 다수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겠나?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아수라' 김차인이다. 권위를 벗겨 놓으면 한줌 모래만도 못한 인간이 권력이란 외피를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성수 감독은 어릴 때부터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었으며, 어른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잊고 싶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서울 한남동 토박이인 김성수 감독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한남동은 '아수라'의 안남시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지금은 한남초등학교로 바뀐 한남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김성수 감독은 학교를 마치고 미군부대가 떠난 뒤 택지개발을 하던 구역에서 개를 잡는 어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1963년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한 68년쯤 됐을 거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미군부대가 철수하고 택지개발로 한창 공사를 하던 구역이 있었다. 거기서 실제 개를 잡는 아저씨 둘을 목격했다. 몽둥이로 개를 패서 잡아야만 더 맛있다면서 개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난간에 묶어 놓은 개를 패고 있더라. 그때 허공에 매달린 개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난간을 딛고 간신히 올라서자 아저씨 둘이 무서워서 도망가더라. 개가 아프지만 필사적으로 살아난 거다. 그런데 그 뒤에 팔짱을 끼고 있던 한 아저씨가 개 앞으로 다가가자 개가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리더라. 알고 보니 개 주인이었던 거다. 그러자 개 주인이 갑자기 목줄을 잡고 개를 들어 올리더니 다시 난간 밑으로 개를 매달았다. 그리고 나서 도망갔던 아저씨 둘과 함께 셋이서 개를 잡더라. 그걸 보고 놀라서 집으로 마구 뛰어가는데, 그 때부터 주인이라고 하는 놈들의 말을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 지켜주겠다고? 내 사람이라고? 그런 말을 스스로 내뱉는 사람들의 말은 다 거짓말로 생각하는 면이 있다. 진짜 나를 위하는 사람은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 마음으로 생각하는 거지."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김성수 감독은 개 주인을 박성배 시장, 맞아 죽은 개를 한도경에 대입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주인이라 믿었던 이들이 오히려 남의 것을 빼앗고 배신하는 현실에 대해 몸서리쳤다. "대한민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니, 세계적으로도 그렇다"고 한탄한 김성수 감독은 "지들은 법도 안 지키고 도덕심도 없이 본인 배만 채워놓고, 남들에게 도덕적 가치를 요구한다고? 웃길 노릇이다. 순박하게 살라고,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도덕적인 사회가 되도록 조장하지만 그 사회는 결국 순종집단을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도덕적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타락시키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도 있더라. 보통의 사회는 국민들의 합의를 통해 잘못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구금되고 그에 따른 재제를 받지 않나. 합법적이면서 강제적인 무력을 사법 집단에 쥐어줬으면, 그들은 정당하게 폭력을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유일하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법을 안 지키는 것 같더라. 요즘의 우린 누구에게 욕만 해도, 댓글 하나만 잘못 써도 잡혀가잖나.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은 반성을 안 한다.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는다. 반성의 기미 없이 자신만이 옳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자신만이 해낼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수라'의 박성배다. 그렇게 자신만이 옳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끝으로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 낙담하진 않는다"며 "그들도 분명 '아수라'가 그냥 재미난 액션영화처럼 휘발되는 게 아니라, 영화가 주는 잔영이 남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말이다. 원래 늘 보던 착한 폭력이 승리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수라'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좋다는 분도 있고 불편한 분도 있을 것이다"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연출 의도부터 영화 속 캐릭터 구상까지 그 어떤 것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전에 본적 없는 한국형 누아르 영화 '아수라'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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