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이 13일 개봉했다. 깊어가는 가을에 찾아온 봄날의 꿈이다.
영화 '춘몽'(감독 장률)은 예사롭지 않은 세 남자 익준, 정범, 종빈과 보기만 해도 설레는 그들의 여신, 예리가 꿈꾸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담은 영화다. '풍경'(2013)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한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 얼핏 들으면 살벌한 치정관계가 떠오르지만, '춘몽'에서만큼은 예외다. 예리에 대한 사랑은 이들을 끈끈한 유대관계로 묶는 연결고리다.
특히 익준과 정범, 종빈 역으로 연출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영화감독 3인방이 출연했다. 동네 건달 같지만 속정이 많은 익준 역에는 '똥파리' 양익준 감독, 건물주이자 오지라퍼 같은 면모를 지닌 종빈 역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 밀린 월급은 못 받았지만 반듯하고 예의 바른 탈북자 정범 역은 '산다' '무산일기'의 박정범 감독이 맡았다. 하나 같이 "예리가 좋아!"를 외치지만, 각기 다른 이들의 매력은 '춘몽'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이들의 중심에는 예리 역의 한예리가 있다. 전작 '최악의 하루'에서 3명의 남자 사이에서 고심하는 은희 역을 맡았던 그. 공교롭게도 '춘몽'에서도 세 명의 남자와 함께 한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얼굴과 자아가 바뀌는 은희와는 달리, '춘몽' 속 예리는 일관적이고 공평하다. 익준, 종빈, 정범에게는 엄마와 같은 존재이자 그야말로 '꿈같은 그녀'다.
특히나 '춘몽'의 배경이 수색역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언론사 건물들이 밀집한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의 옆 동네다. 하지만 '춘몽'의 인물들은 인간미가 없다는 이유로 옆 동네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막을 운영하는 예리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산다.
실제로 수색역에서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빨리 빨리'와 생존을 강요하는 옆 동네와는 정반대다. 느리지만 사람 냄새가 난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나사 하나가 풀린 것 같은 허술함이 용인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판타지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내내 흑백 화면 속에서 진행된다.
또한 네 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꿈과 현실이 뒤섞여 전개된다. 어디까지가 있었던 일이고, 또 어디가 상상인건지는 모호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한 여자와 세 남자가 만들어낸 봄날의 꿈, 그 결말은 무엇일까. 13일 개봉한 '춘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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