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유지태(41)는 왜 '스플릿'에서 철저히 망가졌을까.
9일 개봉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볼링으로 망친 인생을 볼링으로 뒤집기 위해 나선 철종 역의 유지태의 변신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tvN '굿 와이프'에서 젠틀하지만 악랄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는 잘나가던 국가대표 볼링 선수에서 한순간에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한 인물을 맡았다. 반듯한 유지태는 부스스한 머리와 후줄근한 옷차림은 물론, 욕설까지 서슴없이 하는 철종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는 최국희 감독의 역발생 덕분에 성사된 캐스팅이라고.
최국희 감독은 "신인감독이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올바른 이미지를 가진 유지태가 철종처럼 밑바닥 인생을 사는 루저를 연기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반전에서 오는 쾌감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본 유지태는 노력파 배우다. 최국희 감독은 "진짜 열심히 훈련하더라. 볼링을 너무 많이 쳐서 손이 갈라졌었다. 그걸 본드로 붙이고 다시 연습을 하더라. 선수들에게는 그게 일상이지만, 배우들은 처음이지 않나. 엄청 아플 텐데 그걸 참고 하더라. 주말에도 일없으면 나와서 볼링을 치곤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극 중 철종은 자폐형 볼링 천재 영훈과 브로맨스 관계다. 변변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그를 책임지게 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스플릿'을 단순 도박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꽤 애틋한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최국희 감독은 "대안가족의 느낌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사실 자폐아란 설정은 잘못 그리면 신파를 강요하는 느낌으로만 흐를 수도 있다. 또한 사회적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묘사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자폐 증상은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 경증의 경우 일반인과 비슷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중증보다 경증이 더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 영화 속 영훈이 그런 경우다"라며 "배우의 입장에서는 중증을 연기해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연출을 믿고 따라와준 이다윗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스플릿'은 볼링 도박이 소재이긴 하지만, 그건 마케팅 포인트일 뿐 사실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철종과 영훈의 버디무비로 해석될 수도 있고, 남자들의 드라마로 볼 수도 있다. 관객들에게 우리 영화가 다양하게 읽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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